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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칼럼 모음

[스크랩] 열아홉

작성자한빛나그네|작성시간17.11.27|조회수135 목록 댓글 0



 


 

 

열아홉

 









친구들 연애할 때 주말 알바하나 더 뛰면서

친구들 놀러갈 때 화장품 하나 더 팔면서

친구들 모임 할 때 옷가게 갇혀 김밥 먹으며

열아홉에 시작한 돈벌이는 20대 청춘을 그렇게 바쳤다.





 







열아홉

 

 

엄마의 열아홉은 친구가 있었고

엄마의 열아홉은 열정이 있었고

엄마의 열아홉은 책이 있었다.

그렇게 엄마는 신명 있는 열아홉을 살았고

그렇게 엄마는 눈치 보기 바쁘게 일했고

그렇게 엄마는 책을 품에 끼고 살았다.

 

그런 열아홉이 있어 지금 경험값을 덤으로 얻었고

그런 열아홉에 괄시 받아봐서 지금 괄시하지 않고 살고

그런 열아홉 때 배움에 욕망은 대를 잇는구나.

 

다시 열아홉으로 돌아간다면

아마 어쩜 하나도 달라질 것 없이 그 선택에 후회 없고

만약 다시 열아홉으로 돌아가라면

엄마는 정말 정말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다.

그 시절이 너무 모질어

승현아

그렇게 엄마는 남들과 다른 열아홉을 살았다.

친구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모두 고3때 대학입시 준비할 때

엄마는 학교 마치고 돈을 벌어야 했다.

 

엄마도 엄마가 그 때 왜 책 대신 빗자루를 쥐어야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엄마는 그랬다.

지금도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가끔

너무 너무 밉고 미운 건

엄마가 딱 네 나이일 때

엄마의 아버지도 딱 엄마나이셨는데

왜 엄마는 이유 없이 돈벌이를 일찍 시작해야 했는지

잘 알 수 없지만

그래서 그 때나 지금이나

엄마가 가장 부러웠던 사람이

자식 대접받고 사는 사람이었다.

 

몰랐다.

엄마는 부모가 자식에게 자식대접을 해준다는 걸

아니 어쩜 몰라서 잘 살았다.

삐뚤게 나가기 딱 좋은 동네

수준 낮은 학군에 사는 엄마 곁에는

다행히 엄마와 비슷하게 사는 친구들이 많았다.

어떤 친구는 학교 마치면

팔달시장 생선가게 엄마 도와준다고

한 겨울 손 꽁꽁 언다고 도망 다니다 맞는 것도 보았고

친한 친구는 엄마 식당에 설거지 도맡아 하며

그 나이에 김치 깍두기 담그는 것도 봤다.

그것 뿐이겠니

옆집 엄마 친구는 낚시집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늘 가게보고

낚시 밥 지렁이를 질리도록 판다고

친한 친구 하나는

순대장사 하시는 엄마 곁에서

열여섯부터 순대내장을 무지 잘 썰었으니

 

엄마의 그런 환경이 엄마의 부모님 입장에선 낯설지 않으셨지

아주 오래 그때는 고등학교도 주야간이 있었고

실업계 친구들은 모두 이른 취업을 했으니

엄마 역시 그리 대단한 고생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열입곱 부터 자식대접 받기보다

어른대접 받고 살았다.

돈부터 벌었으니 말이다.

그래 그렇게 진정한 객기를 부리던 시절이 있었다.

 

공부를 해야겠다보다

대충 공부할 바엔

차라리 돈을 버는 게 더 낮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인생의 앞날을 진로를 걱정안한 건 아니지만

막연히 공부만 하기엔 미래가 없었다.

오만한 생각일 수도 있었겠지만

시행착오를 하더라도 젊어서 가능하리라는 확신에 뜨거웠다.

어찌 그럴 수 있었을까

 

그 시절 일기를 보면 정말 그랬다.

엉뚱한 생각 않고 부지런히 자립을 꿈꿨다.

오로지 홀로서기 위해 젊음을 때를 돈과 바꿨다.

적어도 오늘의 이런 날은 상상하지도 할 수도 없었으며

보장되지 않은 미래가 무서웠지만 너무 멀리보지 않았다.

앞 뒤 없이 애간장 태우며 살았다.

 

친구들 연애할 때 주말 알바하나 더 뛰면서

친구들 놀러갈 때 화장품 하나 더 팔면서

친구들 모임 할 때 옷가게 갇혀 김밥 먹으며

열아홉에 시작한 돈벌이는 20대 청춘을 그렇게 바쳤다.

 

그렇다

세상 가득한 자신감도 세상 넘치는 불안함도

함께 겹쳐 올 수 있는 새벽같은 나이

그래서 빛나는 태양은 더 짙은 어둠을 뚫고 나오듯

오랜 시간 공부했던 성장했던 그 많은 것들을 이제 혼자 떠올라야 하기에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생각 앞에

이유 없는 눈물 나다가도

이유 없이 행복한 나이 열아홉

 

승현아 급하지 마라

마치 급하게 먹은 음식이 탈이 나듯

조급하지 마라

대신 지금부터 공부한 실력들은 세상 경험 앞에 맞서지 말고

다시 경험을 배우러 그 껍질을 깨고 나오거라.

마치 줄탁동시, 병아리가 부화하듯 스스로 알을 깨어 생명이 되거라

후라이가 될 것도 자기 선택이다.

지금부터 모든 선택은 너의 권한이고 너의 책임이다.

그러니 어설프게 어설픈 사람들과 뒤섞여 척하고 살지 마라.

 

방황과 길을 잃은 건 다르다.

평생을 두고 보고 살아라.

젊을 때 너무 놀면 여유를 너무 가지면

운전을 해보면 알 듯

속도란 처음부터 3단으로 달리지 못한다.

그러니 인생 오락가락하면 패망한 전쟁과 같다.

 

사람을 만나도 사람의 상태 살펴 만나라

잘 만난 한 사람은 너의 인생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만

잘못만난 한 사람은 너의 인생 전부를 송두리째 빼앗아간다.

그러니 메마른 사람 만나지 말거라

늘 사랑하며 키웠지만 이 다음도 사랑 더 받고 살아라.

그래서 섹스도 사랑도 잘 해야 한다.

 

불행과 행복은 내가 선택할 수 도 있지만

그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도 가지게 된다.

인생을 학교에서 배운 수학공식과 영어단어 외우는 것쯤으로 알면

인생 뒤통수 맞는다.

제일 쉽지 않은 게 행복이고 평화롭게 살기위해

삶의 경륜을 키우고 사람 보는 안목을 가지는 거다.

이것은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기에

정신 바짝 차려 배워라.

 

회사 역시 직함과 자리는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디라는 책임값이다.

그 많은 것들을 일찍 깨치면 세상의 자유를 얻고

그 많은 것들을 죽을 때까지 모르면 쓰레기통 뒤져야 한다.

세상의 이치를 바로 알아라.

 

열아홉 살에 너무 많은 것들을 알 수가 없는 게 아니라

반 백 살을 살아도 하나를 모르는 인간도 있더라.

세상 이치를 아는 일에 나이란 없다.

부디 인생 정신불구 소통장애자 말귀 못 알아듣는 등신으로

말 못하는 쪼다로 살지 마라

이런 이들은 개인도 주변도 해롭다.

 

인생 남 덕보고 살지 않더라도

해로운 사람 곁에선 손해가 크다

결국 지식이 메마르던 사랑이 바싹 말랐던

경험이 가뭄이든 눈치가 바싹 마른 풀이든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길을 잃은 사람들의 공통점을 말이다.

그래서 길바닥 주저앉은 사람 돌아보지 않으려면

길을 잃지 마라

 

마치 친정 온 딸에게 보자기 안에 주섬주섬 챙겨 보내듯

이제 세상 밖으로 뛰쳐나갈 열아홉 딸의 보따리가

이렇도록 자꾸 무거워지는구나.

넌 자꾸 무겁다고 괜찮다 하겠지만

이것이 친정엄마의 맘이다.

 

이제 어쩜 빠르고 늦고의 차이겠지만

친정엄마가 될 수도 있는 엄마는 그렇게 자꾸 조바심이 난다.

엄마 인생 한고비 고비 넘길 때 마다

뼈를 으스려 어설프게 구걸하며 배운 삶의 지혜들을

누군가는 돈 주고 사기도 하더구나.

그래서다.

 

승현아 너는 인생 모든 걸 구걸해서 배우지 마라

당당히 대접받고 도도하게 세상 맞짱 뜰 기세로 살거라.

나중에 그것은 객기가 아니라 엄마는 콤플렉스로 남더라.

그것이 자격지심이더라.

모처럼 딸 덕분에 엄마의 열아홉을 들추어 난리를 피워봤다.

이십육 년 전 일기도 꺼내보고

문집도 꺼내보고

사진첩도 꺼내보며

덕분에 추억여행 아주 멋지게 패키지로 했다.

 

장하고 고맙다.

그리고 엄마도 뿌듯하다.

널 십구 년이나 혼자 키운 그런 대견함에 눈물이 찡하다.

아직도 미천해 세상 달관하기는 어렵겠지만

엄마는 내 돈 주고 배웠는데

내 돈 써가며 터득했는데

넌 청탁도 안했는데 이렇게 공유해주는 엄마가 있어서 참 좋겠다.

그것도 네 복이리라

 

그래 승현아 네가 엄마나이가 될 때 알게 되겠지만

넌 엄마랑 다른 삶을 살았으면 한다.

그래서 엄마의 열아홉을 곱씹어

너에겐 잃어버리지 않을 때와 추억을 선물해 주고 싶다.

열아홉 진짜 승현 네 삶을 살거라.

엄마처럼 그 누구의 삶도 대신 살지 말고

엄마처럼 그 책임감에 억눌려 살지 말고

그 청춘 너 자신을 대접하며 살거라

척하며 살지 말고

진짜를 살아라.

 

열아홉 엄마가 열아홉 딸에게

201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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