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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칼럼 모음

[스크랩] 너희의 노모

작성자한빛나그네|작성시간18.06.09|조회수124 목록 댓글 0



 


 

 

너희의 노모

 









내 나이, 46 44년 뒤를 상상하며 써 본 글에

내가 너희의 노모가 되는 날까지 어떻게 살것인가?

그 답을 찾은 듯 하다

30년 뒤 다시 만나게 될 이 글을 소장하며
언젠가 이별하게 될 이별 앞에

이 노모는 늙은이도 노친네도 아닌 그냥

너희의 엄마이고 싶다



 





 





너희의 노모





먼훗날 내 호칭이 노모가 되는 날을 상상하며 엄마를 남긴다


 2018 6月 -

 

  


  

30년 뒤

하이힐을 오래 신었던 내 발은 굳은 살이 가득할테고

발톱은 깨끗했으면 좋겠는데

최근엔 발톱무좀이 와서 먼훗날 내 발톱모습이 흉측할까봐

부지런히 약을 발라본다

 


엄마 몸 중에 제일 이쁜 곳이 손인데

30년 뒤 내 손엔 어느 할머니들처

메추리 알처럼 이상한 것들이 생겨있으면 어떡하지

이쁘지는 않지만 내 얼굴에도 검은깨가 드리워지면

검버섯이 생겨난다면 참 슬플 것 같지만

내 얼굴의 주름들은 그리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그것보다 무서운건

만약 너희가 아무리 효자 효녀라도

혹여 늙은 내 모습에 엄마가 감당할 수 없어하면

혹여 정신적 충격으로 내 치매를 모른체 한다면

내가 사는 세상이 이승도 저승도 아니라면

이 엄마가 승현, 수현 엄마의 정신이 아니라

알지 못하는 정신나간 어떤 사람의 혼없는 정신으로 산다면

그리고 소리치고 바락바락 우긴다면

이 보다 더한 불행한 일이 있으랴

 


살기 힘든 건 모진 세월 견뎌온 과거가 아니라

내 정신으로 살지 못할 산산조각 난

내 영혼으로 인해 살기 어려워질까 두렵다

그래도 내 식구라서 너희의 가족들이

나를 찾아올 때 나는 살아있어도

부끄러운 내 몰골에 미키마우스 인형을 들고 온

내 손녀가 나를 바라보는 것으로 무서워

눈물을 흘리며 우는 건 아닌지도 두렵고

언젠가 비어질 내 영혼이 두렵고 무섭다

 


아마 먼저 하늘나라로 간 내 어머니가

이 엄마를 마중나온다면 얼른 따라나서겠지만

내 멘탈로 내가 나를 지키지 못하는 일이

제일 슬프고 더 불행한 건 이것이 아닐까?

 


내가 내 새끼 얼굴을 못 알아보고

내가 내 새끼들 존재조차 모른다면

내 눈물이 슬퍼도 왜 우는 지를 모를 때

이건 진짜 불행이 아닐까 걱정된다

그래 너희가 나를 엄마라고 부르는 이유를 모르면 어쩌지

그때 내가 다시 한글을 배우고 있으면 어쩌지

 


내 딸 생일, 내 아들 생일, 내 생일까지

모조리 기억하지 못하는 말썽꾸러기 어미가 되면 어쩌지?

엄마가 혹 너희 속을 썩이게 되면 어떡하지

그래서

이 노모가 불쌍한 노인네가 되면 기억해주련

사랑했던 시절을 돌이켜 이해해 줄 수 있길 욕심내 본다

엄마는 분명 회초리를 자주 들었지만

너희 사람 만들려 애썼고

엄마는 하루한끼로 인생걸며

너희 두 녀석 학비 걱정 안해주려 발버둥쳤고

엄마는 늘 이런 미래에 자기 병원비 감당하려

게을리 살지 않은 일들 좋고 멋진 생각들로 나를 꼭 안아주렴

 


잠이 들면 바람소리 가볍게 내 손잡아 줄 수 있겠지

그리고 내 심장소리 뛰는지 간간히 확인하며

네 몸을 내 가슴에 묻어주련

그렇게 늙어 냄새나는 내 몸 그렇게라도 안아주련

그래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남아주는게 더 든든한건지 알 수 없지만

얘들아 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

어릴 때 엄마잃은 아이고

두 번째 제일 가슴 시린 사람이 엄마없는 어른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살아서 엄마의 존재가 되고 싶다

 


내 명줄 연명하려는 욕심이 아니라

너희에게 엄마는 살아있는 것만으로 에너지이고 싶다

사랑하는 영원한 사람이고푼 존재로

오래오래 아주아주 많이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죽어도 지워지지 않은 든든함으로 기억되고 싶은 엄마다

 


백발노인이 되어서도

힘없이 밥숟가락 들 힘이 없어도

말을 할 때 침이 흘러내려도

걸을 때 후들거리며 떠는 흔들림도

야윈 내 손을 잡아 재워주렴

 


유일하게 사랑에 계산이 없었던 이름으로

남루한 내 모습을 더러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냄새나는 내 육신을 혐오스러워 하지 말아주라

엄마가 소녀였을 때 부모에게 소외받고 가난에 무시받고

혼자 힘으로 너희 둘을 키워낼 때 비정한 현실 앞에

우리 가정의 불행 앞에 내 심장통은 파괴되었지만

너희가 있어 살아낼 수 있었고 희망도 있었다

 


늘 사랑에 목말라하던 엄마는

너희가 내 사랑에 목마를까 생명줄이 되려 애썼다

그래서 분명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굶어죽지 않았고 누군가의 밥이 되지도 않았다

치열했지만 쫓기기도 하고 쫓기도 하고 힘을 다해

너희를 지켜내며 숨이 멈추는 것이 두려움이 없었지

그래서 기막힌게 모정이구나

 


야만인을 만나도 귀신을 봐도

무인도에서도 살 수 있을 모성은

탯줄을 끊어도 그 줄이 내 온몸을 휘감더라

그래서 그랬던가? 이 어미는 다른 어미와 달리

더 비정하고 냉정하고 차가웠지

늘 너희를 전쟁터에 살게 했지

그래서 더 사랑이라 말하기 부끄럽다

 


그래도 삐뚤삐뚤 모난 사람이 어미가 되어

엄마란 신대륙을 살았다

비로소 보이는구나 비로소 알 것 같구나

인생이 이토록 짧기에 자식을 낳아 키우는 일이

나를 철들게 한 아름다운 인생 가장 귀한 선택이였다고

그렇게 너희도 너희 품안에 새끼 잘 품거라

 


내 나이, 46 44년 뒤를 상상하며 써 본 글에

내가 너희의 노모가 되는 날까지 어떻게 살것인가?

그 답을 찾은 듯 하다

30년 뒤 다시 만나게 될 이 글을 소장하며
언젠가 이별하게 될 이별 앞에

이 노모는 늙은이도 노친네도 아닌 그냥

너희의 엄마이고 싶다

 


내 명줄을 내가 선택할 수 있길 바라며 사는 오늘이

그래도 행복이다

 


노모 소리를 듣는 날

늙어가는 너희를 걱정하는 어미로 사는 남은 행복안에

기력이 남은 내 이 청춘이 다하기 전에

내 마음이 더 왜소해지기 전에

올 여름방학 너희를 만나면 내 인생 다시 못 올

이 시간을 같이 보내련다

 


오늘 내가 더 고단하고

요즈음 내가 더 피곤해도

너희에게 남겨질 오버랩 될 추억을 위해 난 언제나

내 살아생전 모진 세월을 견디어낸 강한 어머니가 되고 싶다

 


자식과 책을 그리고 글쓰기를 좋아했던 40

엄마의 일기장에 나를 부양하지 않아도 될

나의 늙음을 준비한 너희의 노모이고 싶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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