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기업 입주의 힘… 마곡은 ‘나홀로 훈풍’
올해 LG·SM 등 입주 본격화… 스타필드 등 유통시설도 예정
3년간 아파트 가격 68% 올라
허허벌판’이란 말이 딱 들어맞던 3년 전 강서구 마곡지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최근 마곡은 꼿꼿하게 솟은 아파트와 오피스단지,
첨단 R&D센터들이 어우러진 ‘미래도시’란 단어가 더 어울릴 법하다.
제법 신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춘 상태였다.
다양한 기업들의 입주로 인한 배후수효 기대감과
상암지구·검단스마트시티 등 서부권에 개발 호재를 등에 업고
마곡지구는 지난 3년간 호시절을 보냈다.
개발공사 지연으로 서울지역 개발구역에서 애물단지 ‘섬’처럼 남아있던
마곡지구는 어느덧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분양 당시보다 가격이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기업들의 입주가 시작되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어요.
분위기도 다른 지역보다는 나쁘지 않고요.”
(서울 강서구 마곡동 A부동산)
▲ 정부의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위축됐지만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는 예외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11·3대책 발표 직후부터 올해 초까지 강서구 아파트 매매가는 0.75% 상승했다.
사진은 2020년 완성 목표인 마곡지구의 조감도.
기업입주 가속화 고도제한 완화
시세상승 동력 장착
개발 호재가 있는 ‘마곡’을 등에 업고 서울 강서구 집값이
지난해 강남4구와 양천구에 이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6년 초부터 지난 11월 10일까지 강서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7.98%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시 전체 상승률(6.98%)을 1%포인트 이상 웃도는 수치다.
강남(10.95%), 양천(10.59%), 강동(8.94%), 서초(8.92%), 송파(8.03%) 다음으로 높았다.
세부적으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 역시 강서구와 양천구 등 강서권 아파트가 다수 포함됐다.
마곡지구 개발 호재를 등에 업고 소형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다.
전반적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우상향하는 가운데 전세난 등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서
울의 저렴한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가격상승을 도모하는 모양새였다.
동별로 살펴봐도 강서구 마곡동의 아파트매매가는 1년 만에 1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곡지구는 서울 도심과 인접했다는 지리적 장점과 새집에 거주할 수 있다는 점,
주거·업무 환경 균형이 잘 갖춰져 성장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K부동산중개소 대표는
“지난해 분양받은 아파트의 경우 분양권에 대부분 1억~1억5000만원의 웃돈이 붙었다”며
“지난해 2월에 전매제한이 풀리자마자 활발하게 거래된 후 11.3 대책이후에는 매물이 씨가 마른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승에는 무엇보다 마곡지구가 산업단지를 기반에 둔 택지지구라는 의견이 많다.
판교테크노밸리의 약 5배, 상암DMC의 6배 여의도 업무지구 1.3배에 달하는
초대형 국제업무단지로 올해부터 대기업(LG사이언스를 비롯해 이랜드, 롯데, 넥센 등)
40개 포함 총 68개 기업의 입주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모든 기업이 입주하면 약 16만5000여 명이 상주 근무하게 되고 유동인구는 4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고도제한완화 추진
시장 날개 달까
“강서구 아파트들은 대다수 공항 고도제한으로 저평가되는 경향도 있었다고 봅니다.
마곡지구 아파트가 많이 올랐다고 해도 고도제한이 완화되면 저평가됐던 가격이 움직일 수밖에 없죠.”
최근 강서구는 또 한 번 공항 주변지역 고도제한 완화에 나섰다.
강서구는 염창동 등 일부를 제외한 구내 97% 지역이 공항 고도제한에 묶여 있다.
공항 인근은 항공법의 적용을 받는데 국내법도 국제기준을 준수해
항공기 운항에 지장이 없도록 반경 4㎞ 이내 건축물 높이를 57.86m로 제한해야 한다.
방화동의 B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중층 아파트는 층수를 높여야 사업성이 확보되나
고도제한으로 막히다 보니 정비사업을 하려고 했다가도 흐지부지되거나 동력을 잃은 곳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마곡지구 인근 주민과 부동산 중개업체들은 강서구가 추진하는 고도제한 완화가
앞으로 남은 분양시장과 시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되면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30대 젊은 층들의 수요가 몰리는 가운데
공항 고도제한 완화도 추진되면서 주민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다.
공항 고도제한이 완화되면 사업성이 없어 재건축이나 뉴타운 추진이 중단됐던
중층 아파트나 저층주택가들이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서구 측은 “공항 고도제한으로 인한 민원이 많고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규제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국내 항공법은 지난해 (규제를 완화한) 개정안이 통과됐는데
시행하려면 국제기준이 걸려서 현재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강서구에선 현재 최대 15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가 없는데
규제가 완화되면 30층 이상으로도 지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도 규제가 풀리면 마곡지구 내 특별계획구역에
30층 이상 고층 건물을 짓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마곡지구는 공항철도, 5·9호선 등 지하철 3개 노선이 지나고,
6개 정거장이 위치해 전 지역이 일명 트리플 역세권에 속한다.
지구 내를 동서 방향으로 관통하는 공항대로와 남북 방향으로 가로지르는 마곡중앙로는 물론
인근의 올림픽대로와 남부순환도로를 통해 차량을 이용한 광역 접근성도 뛰어난 편이다.
이외에 생태환경도 마곡지구의 장점이다.
마곡지구 한가운데에는 50만㎡(여의도 공원 2.2배) 규모의 친환경 공원인
‘서울식물원’을 조성해 올해 하반기부터 문을 열고 이와 인접해 보타닉공원도 조성된다.
서울식물원에는 세계적 수준의 식물원, 한강과 연결되는 호수공원, 열린숲공원, LG아트센터 등
다양한 시설을 조성해 산업과 문화, 휴식을 연계한 관광지 역할이 기대된다.
또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9호선 마곡나루역과 5호선 마곡역 사이에는
삼성동 코엑스의 2/3 수준으로 컨벤션 시설과 5성급 호텔, 비즈니스호텔, 복합 쇼핑몰이 조성될 예정이다.
인근의 김포공항과 함께 입주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한 핵심 기반시설 역할을 하고,
인근의 상암DMC와 G밸리 등에서 발생하는 컨벤션 수요를 소화해 서울 서남권의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편의시설과 문화시설들이 들어서면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 발산역 인근에 자리 잡은 총 4만3277㎡의 이화의료원 부지에는
2018년에 1000여 병상 규모의 병원과 의과대학원이 문을 연다는 점도 생활편의를 높이고 있다.
발산역에 인접한 K부동산중개소 대표는 “이화의료원이 준공에 나서며 병원개원 시점과
이와 가까운 지역의 아파트에 대한 문의도 많이 들어온다”며
“주로 부모를 모시는 가구나 은퇴 후 보금자리를 찾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인근 부동산도 들썩
상승세 올해도 이어갈까
“마곡지구가 외형을 갖춰가면서 방화동, 발산동 같은 강서구 주변 동네 집값이 많이 올랐어요.
구시가지라도 예전하고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죠.”
마곡지구의 한 아파트 84㎡형의 분양권 가격은 초기 분양가(5억원)보다 2억원 가까이 웃돈이 붙기도 했다.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면서 일반 주택에 대한 매매가격 역시 급등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5년 말에 입주가 진행된 마곡힐스테이트 84.8㎡(전용면적)의 경우
분양가는 5억4000만원 정도였지만 현재는 7억5000만원 선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2014년 입주가 이뤄진 마곡엠밸리7단지 114.9㎡형 역시 분양가는 5억4000만원 정도지만
현재 인근 중개업소에 등록된 매물은 9억원 안팎으로 3억원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공사가 본격화되면서 마곡지구 인근의 부동산도 움직이고 있다.
특히 강서구 방화동 일대 아파트가 인근 마곡지구 입주와 함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전에는 타지역에 비해 저평가됐지만 마곡지구 직장인의 주거 수요와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문의가 활발하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업체들의 전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서구 등촌동 주공5단지(전용면적 59㎡) 시세는
지난 1월 3억5000만원에서 지난주 3억9500만원까지 올랐다.
지난 1월 3억6400만원에 거래됐던 등촌동 주공3단지(전용면적 58㎡)는
지난 11월 4억5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오피스·상가 11·3조치 피해순풍
“요즘에는 대부분 문의가 오피스텔 아니면 부동산으로 넘어간 것 같아요.
실수요자 입장에서도 아무래도 전매제한이 시세에 영향을 주다보니 관심도가….”
한편 11·3 부동산대책 이후 마곡 역시 표정이 조금은 바뀐 모양새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체들은 하나같이 아파트 전매제한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오피스텔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 수요가 몰려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공원 인근에 자리 잡은 상가가 각광받고 있으며 서울식물원 인근에
강남구 ‘가로수길’을 벤치마킹한 상가가 조성된다는 소문이 돌며 관심도는 높아졌다.
올해 전국적으로 신규 택지지구 공급 중단으로 상업용지 공급이 뜸하고
상업용지 비중이 줄어 희소가치가 높아졌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그러나 상가나 오피스텔은 전매제한과 청약통장에 구애받지 않지만
임대수익률 하락에 따른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민영 부동산114 선임 연구원은 “11·3 대책 반사효과와 상업용지 품귀 현상 등으로
상가 인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상가시장이 소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 다양한 대내외 변수를 고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는 섹션 오피스가 잇달아 조기 완판되며 화제다.
섹션 오피스란 규모가 큰 업무용 사무실을 다양한 크기로 잘게 쪼개 공급하는 상품이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곡지역에서 분양한 열린엠타워, 센테니아, 마곡퀸즈파크11 등
섹션 오피스가 잇달아 일주일 내에 판매가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오피스는 건물 조감도도 없이 완판돼 화제였다.
임채우 KB국민은행 WM컨설팅부 부동산전문위원은
“오피스텔과 비슷한 투자금이지만 법인 고객이 장기 임차해 오피스텔보다
안정적 임대 수익을 기대하는 장점이 인식된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0.22% 올라 2분기(0.16%)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오피스텔 가격은 지난해 1분기부터 7분기째 올랐다.
반면 월세는 큰 변화가 없어 같은 기간 임대수익률은 5.78%에서 5.57%로 떨어졌다.
마곡과 문정지구 등 대규모 업무지구가 조성되는 지역은 섹션 오피스에도 웃돈(프리미엄)이 붙고 있다.
최근 분양한 장지동과 마곡 섹션 오피스는 실면적 33~40㎡의 경우 2억원 내외에 거래된다.
오피스텔이 실면적 16~20㎡의 경우 1억5000만원 안팎임을 고려하면 면적당 투자비가 저렴한 느낌이다.
동일한 공급 면적이라면 오피스텔보다 공간 효율성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다만 대부분 섹션 오피스는 통 건물보다 연간 상승률이 더딘 편이다.
리모델링 때 소유주 동의를 받기가 어렵고 관리비를 많이 받지 않아
건물의 질을 유지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불황에 1인 기업이 급증하는 변화와도 연관성이 높다.
지난해 8월 기준 1인 창조기업 숫자는 639개 업종 24만9000여 개에 이른다.
▶산업단지 성패 부동산 시장 영향 미칠 것
상승세를 이어온 마곡지구와 인근 아파트 시세가 추가적인 성장을 보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소 갈린다.
‘꼭지’를 맞이했다는 의견과 추가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측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기업입주가 본격화되고 고도제한 완화에 탄력을 받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 다수지만 반대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현재 마곡지구의 집값은 인근지역에 비해 지나치게 올랐다”며
“꼭지까지 올라간 상황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그는 “마곡지구는 임대주택 비율이 높고 학군도 좋지 않아 대출을 껴서 진입하는 중산층이 많다”며
“이러한 경우 다른 지역보다 경기에 취약하기 때문에 경기나 나빠지면 집값이 꺾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추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에는 마곡이 단순한 ‘베드타운’(bed town)이 아닌
대규모 업무·연구단지가 함께 조성돼 자급자족이 가능한 도시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뛰어난 교통환경으로 이주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 부동산 컨설팅 업체 대표는 “마곡지구는 서울의 서쪽 끝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서울 시내고, 지하철 5호선과 9호선이 연결돼 있는 데다
공항철도까지 개통되면 지하철역만 6개에 이른다.
이러한 탓에 출퇴근이 충분히 가능해 실수효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마곡중앙로를 따라 대기업 연구개발센터 공사현장이 줄줄이 자리 잡아
하루가 다르게 건물이 올라가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곡지구의 성패는 산업시설의 성공적인 안착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현재 마곡지구 기반시설 공사는 현재 약 9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아직 조성공사가 채 완료되지 않았지만 전체 산업시설 용지 중 66%가 분양돼 104개사가 입주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지난해까지 11개사가 입주하고, 올해에는 LG·코오롱·롯데 등 43개사가 공사를 완료해 총 54개사가 입주할 예정이다.
기업들의 입주가 완성되는 시점은 2020년이다.
한편 마곡지구는 전체 공급용지 150만 9000㎡ 중에서
72만 9000㎡가 산업시설 용지인데 대우조선해양이 경영난으로 마곡지구 8%에 해당하는
부지 매수를 포기하면서 비상이 걸린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처분신청 부지는 분양 초기에 매입됐지만
경영상 어려움 때문에 서울시에 매각을 의뢰한 상태다.
대상 지역은 3개 블록 12개 필지(6만1232㎡)로 개별 매각이 진행 중이다.
현재 1개 블록(4개 필지, 1만4511㎡)은 매수 대상자가 선정됐고,
다른 필지의 경우 몇 개의 회사가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향후 매수자가 나타나는 대로 남은 필지에 대해 신청을 받고 심사를 거쳐 매각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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