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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만약 주어진시간이

작성자이규철|작성시간26.06.06|조회수44 목록 댓글 0

한달이라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만약 내게 남은 시간이 한 달이라면

 

의사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제 남은 시간은 한 달 정도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사람마다 반응은 다르겠지만, 일흔을 넘긴 보통의 노인 남성에게서 나타나는 마음은 의외로 비슷하다. 

 

젊은 시절에는 돈이 부족했고, 중년에는 시간이 부족했으며, 노년에는 건강이 부족하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이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얻고 싶어 하기보다 이미 가진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통계적으로도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맞이한 많은 노인들은 재산을 늘리는 일이나 명예를 얻는 일보다 가족과의 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후회를 조사한 연구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있다.

 

 

"조금 더 사랑한다고 말할 걸." "조금 더 자주 만날 걸." "조금 덜 싸울 걸." "조금 더 여유롭게 살 걸."

결국 사람은 마지막에 사람을 찾는다.

 

 

만약 내가 일흔이 넘은 노인이고 남은 시간이 한 달이라면 아마도 가장 먼저 자식들에게 전화를 할 것이다.

 

 

"시간 되면 한번 얼굴 보자."

예전 같으면 용건부터 말했겠지만 이제는 용건이 없다. 

 

그저 얼굴이 보고 싶은 것이다. 어릴 적 품에 안고 다니던 아이들이 어느새 흰머리가 보이는 중년이 되어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세월의 신비를 느낄 것이다.

 

 

손주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괜스레 웃음이 난다. 저 아이들은 내가 없어도 살아갈 것이고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흘러갈 것이다.

 

 서운하면서도 다행스럽다.

아마 부모님 산소도 찾아갈 것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부모님 앞에 서서 살아온 이야기를 할 것이다.

 

 

"어머니, 아버지. 저도 이제 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젊은 날에는 부모님이 늙어 보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분들도 나처럼 두렵고 외롭고 서툰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오래된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질 것이다.

국민학교 운동장에서 함께 뛰놀던 친구. 첫사랑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 막걸리 한 사발에 세상 걱정을 잊던 친구.

 

 

지금은 연락이 끊겼거나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도 많겠지만 살아 있는 친구 한 명이라도 있다면 만나서 실컷 이야기하고 싶다.

 

 

이상하게도 죽음을 앞두면 성공담보다 실패담이 더 재미있어진다.

 

 

"그때 우리가 참 바보 같았지."

서로 웃다가 눈시울이 붉어질지도 모른다.

 

 

남은 한 달 동안 거창한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멀리 가고 싶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익숙한 곳이 그리워진다.

매일 지나던 동네 길. 젊은 시절 땀 흘리던 논밭. 첫 월급을 받아 가족들과 외식하던 식당.

 

 

평범했던 장소들이 마지막에는 보석처럼 빛난다.

사람은 죽음 앞에서 비로소 행복의 크기를 다시 계산하게 된다.

 

 

행복은 큰 집에 있지 않았고, 높은 지위에 있지 않았고, 통장 잔고에도 있지 않았다.

 

 

아침에 눈 떠서 밥 먹고, 일하고, 가족을 만나고, 저녁에 잠드는 평범한 하루가 사실은 기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마 마지막 한 달에는 정리도 시작할 것이다.

오래된 사진을 꺼내보고, 서랍 속 편지를 읽고, 아끼던 물건에 이름표를 붙여 자식들에게 나누어 줄 것이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내가 죽으면 이 물건들도 결국 주인을 잃겠구나."

평생 소중하게 모았던 것들이 사실은 잠시 맡아 두었던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끝까지 놓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

사랑이다.

사람은 돈도 두고 가고, 집도 두고 가고, 명예도 두고 가지만,

 

사랑했던 기억만은 끝까지 가슴에 남는다.

어머니의 손길. 아내의 웃음. 자식의 첫걸음. 친구의 우정.

 

 

그런 기억들은 낡지 않는다.

그래서 마지막 한 달이 남았다면 대부분의 노인들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지나온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

누군가에게 미안했다면 사과하고, 고마웠다면 감사하고, 사랑했다면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인생 칠십 년, 팔십 년을 살아보니 결국 남는 것은 사람이었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마지막 한 달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둘러앉아 따뜻한 밥 한 끼 먹으며 이야기하는 것.

"참 많이도 살았다.

 

 힘든 날도 있었고 좋은 날도 있었지. 그래도 이만하면 괜찮은 인생이었다."

 

 

그 말을 웃으며 할 수 있다면, 그 한 달은 누구보다도 풍요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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