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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는 급격하게온다

작성자이규철|작성시간26.06.07|조회수34 목록 댓글 0

 #노화는천천히 오는게

아니라 급격하게 온다#

 

노년은 직선이 아니라 가파른 곡선이다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고 늙어간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누구도 이를 부정할 수 없고,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완전히 거스를 수는 없다.

 

 

 젊은 날에는 늙음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어느 날

거울 속 자신의 얼굴에서, 어느 날 친구의 굽은 어깨에서, 또 어느 날 마을 어귀에서

우연히 만난 동네 형님의 모습에서 우리는 시간의 실체를 발견하게 된다.

 

 

오늘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동네 형님을 만났다.

나보다 열 살 이상 많은 분이다. 젊은 시절에는 건장한

체격에 힘도 좋고 건강하기로 소문났던 분이었다.

 

 

 논일도 잘하고 술자리에서도 늘 중심에 서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차를 세우고 내리는 모습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얼굴은 깊게 패였고 허리는 굽어 있었다. 걸음걸이는

조심스러웠으며 눈빛도 예전 같지 않았다. 무엇보다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사실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노쇠해 보였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언제 이렇게 늙는 것일까."

 

 

우리는 흔히 나이를 한 살씩 먹는다고 생각한다.

마치 매년 같은 양만큼 늙어가는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삶은 그렇지 않다.

열 살 아이가 열한 살 되는 것과 칠십 살 노인이

일흔한 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다.

 

 

젊은 시절의 1년은 성장의 시간이다. 몸이 커지고

경험이 늘고 가능성이 확장된다.

 

 그러나 노년의 1년은 다르다. 몸의 기능이 조금씩

줄어들고 기억력이 약해지며 회복 속도도 느려진다.

 

 

더 중요한 사실은 노화가 직선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동차도 새 차일 때는 1년에 몇 천 킬로미터를 더 달려도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20년 이상 된 차는 작은 고장 하나가 연쇄적으로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인간의 몸도 비슷하다.

예전에는 하룻밤 자고 나면 회복되던 피로가 며칠씩 간다.

무릎이 한번 아프기 시작하면 허리와 발목까지 영향을 받는다. 

 

시력이 떨어지면 활동량이 줄고 활동량이 줄면 근육이 감소한다.

 

근육이 줄면 균형감각이 떨어지고 결국 낙상의 위험도 높아진다.

 

 

노화는 하나가 시작되면 여러 부분이 함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칠십에서 팔십까지의 10년은 육십에서

칠십까지의 10년보다 훨씬 길고 무겁다.

 

 

우리는 종종 노년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지금 건강하니까 괜찮겠지."

"우리 집안은 장수하니까 괜찮겠지."

그러나 건강은 통장 잔고와 비슷하다.

 

젊을 때는 수입이 많아 조금 낭비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은퇴 후에는 모아둔 자산으로 살아야 한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젊을 때 쌓아둔 체력과 생활습관이 노년의 자산이 된다.

운동을 꾸준히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금연을 한 사람과 평생 담배를 피운 사람.

적정 체중을 유지한 사람과 비만을 방치한 사람.

 

 

그 차이는 칠십 이후부터 급격하게 벌어진다.

젊을 때는 비슷해 보이던 두 사람이 팔십이

되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이유다.

 

 

한 사람은 여행을 다니고 손주와 뛰어놀지만,

다른 한 사람은 병원과 약봉지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같은 나이를 살았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그렇다고 노화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아무리 운동을 해도

 

 

 백발은 생긴다. 아무리 건강관리를 잘해도 청춘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늙는 속도는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

 

 

노화의 시계를 멈출 수는 없어도 천천히 가게 만들 수는 있다.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 걷고, 사람을 만나기 위해 밖으로 나가고,

 

 책을 읽고 새로운 것을 배우며 머리를 쓰고, 과식하지 않고 충분히 잠을 자는 일들.

이런 평범한 습관들이 쌓여 노년의 품격을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재산을 남기기 위해 평생 애쓴다.

그러나 노년기에 가장 큰 재산은 통장 속 숫자가 아니다.

 

 

스스로 걷는 다리.

혼자 식사할 수 있는 치아.

자식의 이름을 기억하는 정신.

친구를 만나 웃을 수 있는 건강.

 

그것들이야말로 가장 값진 자산이다.

오늘 만난 형님의 모습을 보며 나는 미래의 나를 보았다.

 

 

어쩌면 십 년 뒤, 아니 오 년 뒤의 내 모습일 수도 있다.

나이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노년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

 

 

젊음은 세월이 만들어 주지만 건강한 노년은 준비한 사람에게만 허락된다.

 

 

그래서 칠십을 넘긴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돈을

더 버는 것도, 남보다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도 아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듣는 일이다.

 

 

조금 더 걷고, 조금 덜 먹고, 조금 더 웃고,

조금 덜 화내며, 오늘 하루를 건강하게 보내는 것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흐른다.

그러나 같은 강물을 따라 흘러가도 어떤 배는

튼튼하게 목적지에 도착하고, 어떤 배는 중간에 구멍이 나 침몰한다.

 

 

노년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손님이 아니다.

젊은 날부터 매일 조금씩 만들어 온 삶의 결산서다.

 

 

오늘 마을 입구에서 만난 형님의 굽은 어깨는 내게 조용히 말하고 있었다.

"늙음은 피할 수 없지만, 어떻게 늙을지는 아직 남아 있다."

 

 

그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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