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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이 바라보는.인생

작성자이규철|작성시간26.06.10|조회수29 목록 댓글 0

김삿갓이 바라본 인생

 

 

세상 사람들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

 

 

아직 얻지 못한 것을 쫓아다니는 사람과,

이미 가진 것을 잃을까 걱정하는 사람.

 

 

젊을 때는 돈이 없어서 걱정이고, 나이가 들어 돈이 생기면

건강이 걱정이다. 건강을 지키려고 운동을 하다 보면 무릎이

아프고, 무릎이 괜찮으면 혈압이 오르고, 혈압이 정상이면 자식 걱정이 생긴다. 

 

 

자식이 잘되면 손주 걱정이 시작된다.

인생은 마치 뒷산 고개를 넘으면 끝날 줄 알았는데

또 다른 고개가 나타나는 산길과도 같다.

 

 

김삿갓은 이런 세상을 보며 피식 웃었을 것이다.

"허허, 사람들은 걱정거리를 밥보다 더 잘 챙겨 먹는구나."

 

 

어느 마을에 들어가 보니 기와집에 사는 양반은 논을 더

사고 싶어 한숨을 쉬고 있고, 초가집 농부는 비가 안 온다고 한숨을 쉬고 있다.

 

 

양반은 부자라 걱정이고 농부는 가난해서 걱정이다.

김삿갓 눈에는 둘 다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기와집 지붕 위에도 달은 뜨고 초가집 지붕 위에도 달은 뜬다.

 

 

달님은 집 크기를 보고 빛을 비추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평생 자기 그릇보다 조금 더 큰 그릇을 가지려고 애쓴다.

 

 

작은 집에 살면 큰 집을 원하고, 큰 집에 살면 더 좋은 동네를 원한다.

논 열 마지기가 있으면 스무 마지기를 바라보고,

스무 마지기가 생기면 옆집 논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당나귀 앞에 매달린 당근 같다.

죽을 때까지 따라가지만 끝내 먹지는 못한다.

김삿갓은 떠돌이 인생이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정규직도 아니고 공무원도

아니고 연금도 없는 자유인이다.

오늘은 산속 절집에서 자고 내일은 주막에서

자고 모레는 어느 농부의 사랑채에서 잠을 청한다.

 

 

요즘 사람 눈으로 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는 생활이다.

그러나 정작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짐을 지고 살았다.

 

 

재산이 없으니 도둑 걱정이 없고, 벼슬이 없으니

좌천 걱정이 없고, 권력이 없으니 정적도 없었다.

 

 

잃을 것이 없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어느 날 김삿갓이 지금 세상에 나타난다면 아마

스마트폰을 신기하게 구경할 것이다.

 

 

"이 조그만 상자 안에 세상이 다 들어 있다고?"

그러고는 잠시 후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사람들 얼굴은 더 어두워졌는가?"

옛날에는 소식을 들으려면 열흘 길을 걸어야 했다.

 

 

지금은 지구 반대편 소식도 1초 만에 안다.

그런데 이상하게 걱정은 더 많아졌다.

옆집 소식만 알던 시절에는 옆집만 부러워하면 되었는데

 

 지금은 온 세상 부자들과 자신을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삿갓은 아마 혀를 차며 웃을 것이다.

"팔자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비교할 대상이 늘어났구나."

사람들은 오래 살기를 원한다.

 

 

건강검진도 하고 운동도 하고 좋은 음식도 먹는다.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김삿갓은 물을 것이다.

 

 

"그래서 오래 산 시간 동안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백 년을 걱정하며 사는 것보다 쉰 해

를 웃으며 사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그는 장수를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수명의 길이보다 삶의 맛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맛없는 국을 큰 냄비에 끓인다고 맛있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인생도 마찬가지다.

길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어떤 맛으로 살았는지가 중요하다.

 

 

젊은 날에는 모두가 영웅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보니 영웅도 늙고 미인도 늙고 부자도 늙는다.

 

 

세월은 누구 편도 들지 않는다.

산도 늙고 강도 늙고 사람도 늙는다.

다만 어떤 사람은 늙어가며 원망이 늘고, 어떤 사람은 웃음이 늘어난다.

 

 

김삿갓은 후자를 더 높이 평가했을 것이다.

칠십이 넘으면 얼굴에는 살아온 세월이 새겨진다.

 

 

고생한 사람은 고생한 흔적이 남고, 웃으며

산 사람은 웃음의 주름이 남는다.

주름은 감출 수 있어도 세월은 감출 수 없다.

 

 

그러니 늙음을 부끄러워할 이유도 없다.

봄꽃이 아름다운 것은 잠깐 피기 때문이고,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것은 곧 떨어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의 노년도 마찬가지다.

유한하기 때문에 아름답다.

만약 김삿갓이 선생님 또래가 되어

인생을 돌아본다면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출세를 못한 것이 후회가 아니라, 사랑할 사람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한 것이 후회이고, 돈을 덜 번

것이 후회가 아니라, 놀 수 있을 때 더 놀지

 

 못한 것이 후회이며, 오래 산 것이 자랑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정답게 산 것이 자랑이다."

 

 

그리고 주막 툇마루에 걸터앉아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켜며 껄껄 웃을 것이다.

 

 

"인생이란 게 별것 있나. 태어날 때 빈손으로 왔다가 갈 때도 빈손으로 가는 것을.

 

 

다만 떠나는 날, '재미없는 세상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보다는 '

그래도 꽤 구경할 만한 세상이었네'라고 말하는 사람이 한 수 위 아니겠는가."

 

 

그러고는 삿갓을 눌러쓰고 저녁노을 속으로 걸어갈 것이다.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왜냐하면 이미 충분히 보고, 충분히 웃고, 충분히

살아보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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