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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통

작성자이규철|작성시간26.06.12|조회수17 목록 댓글 0

애통(哀痛)         

                       아규철            

 

2026.06.12              

      

                                   

 

 

오랜세월   이놈 저놈 쓸 만한 사람을 찾아 헤맸다.

젊은 날에는 친구가 많으면 인생도 넉넉해질 줄 알았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세상 끝까지 함께 갈 벗 하나쯤은 반드시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세월은 사람의 얼굴보다 마음의 속살을 먼저 보여주었다.

 

 

어떤 이는 돈을 좇아 떠나고,

어떤 이는 이익이 끝나자 등을 돌렸으며,

어떤 이는 웃으며 다가왔다가 필요가 없어지자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들을 탓하기도 전에 문득 깨달았다.

그들 또한 나와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가 자기 몫의 삶을 짊어지고,

자기 배를 채우고,

자기 상처를 감추며 살아가는 존재였다는 것을.

 

 

인생은 처음부터 "우리"가 아니라 "나"로 시작되었다.

태어날 때도 홀로 울었고,

죽음의 문 앞에서도 결국 홀로 서야 한다.

 

 

그 단순한 이치를 칠십을 넘긴 나이에야 깨달았으니,

지혜가 늦은 것인지 세월이 빠른 것인지 알 수 없다.

 

 

돌아보면 애쓴 날들이 많았다.

가족을 위해 뛰었고,

부모를 위해 허리를 굽혔으며,

자식을 위해 내 몫을 아끼며 살아왔다.

 

 

그렇게 살면 언젠가 세상이 답을 줄 줄 알았다.

그러나 세상은 침묵했고,

나는 어느새 늙어 있었다.

 

 

검던 머리는 서리가 내린 들판처럼 희어졌고,

힘차게 걷던 다리는 쉬어가기를 먼저 청한다.

 

 

그제야 알았다.

인생은 정답을 주는 시험이 아니라,

답을 모른 채 끝까지 걸어가는 여행이었다는 것을.

 

 

한번 왔다 가는 인생.

큰소리치며 살고 싶었고,

호쾌하게 웃으며 살고 싶었고,

후회 없이 살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여기까지 와 보니

웃음 뒤에는 눈물이 있었고,

만남 뒤에는 이별이 있었으며,

희망 뒤에는 늘 아쉬움이 숨어 있었다.

그래서 애통하다.

 

 

가난해서가 아니다.

출세하지 못해서도 아니다.

세상을 너무 늦게 이해한 것 같아서 애통하다.

 

 

붙잡아야 할 것은 놓치고,

놓아야 할 것은 붙들고 살았던 세월이 애통하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비록 늦었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사람이란 결국 욕심 많은 존재라는 것,

 

 

인생이란 원래 뜻대로 되지 않는 길이라는 것,

그리고 남는 것은 미움이 아니라 추억뿐이라는 것을.

 

 

저녁노을이 산마루에 걸리듯

내 삶 또한 서쪽 하늘로 기울어가고 있다.

 

 

이제는 누군가를 원망하기보다

내가 살아온 길을 조용히 쓰다듬고 싶다.

 

 

애통함도 결국 삶의 일부였음을,

그래서 인생이 더욱 사람 냄새 나는 것이었음을,

 

 

늦은 바람이 빈 들판을 지나가듯

조용히 받아들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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