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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주 한사빌에 띄운생각

작성자이규철|작성시간26.06.12|조회수15 목록 댓글 0

세상이 아직도 아름다운 까닭은

누군가의 손에 들린 큰 권력 때문도 아니고

산처럼 쌓인 재물 때문도 아니다.

 

 

아무 조건 없이 자식을 품는 어머니의 품,

늙은 남편의 구부정한 등을 말없이 쓸어주는 아내의 손,

 

 

멀어진 줄 알았던 친구가 안부 한마디 건네는 정.

그런 아가페의 사랑이

세상이라는 거친 들판에 피어 있는

들국화 한 송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날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동화 속 왕자와 공주 같은 자식을 낳고

행복이라는 성에 들어가 살 줄 알았다.

 

 

그러나 인생은 성이 아니라 길이었다.

걱정을 하나 넘으면

또 다른 걱정이 고개를 내밀고,

산 하나 넘으면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욕심을 이루어도 근심이요,

욕심을 내려놓아도 근심이니

인생이란 참으로 묘한 장부다.

 

 

젊어서는 세상이 내 것인 줄 알았고,

중년에는 가족이 내 어깨에 올라타 있었으며,

노년에 이르러서야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몇 남지 않은 친구.

평생 잔소리하며 곁을 지킨 아내.

잘났든 못났든

내 피를 나눈 자식들.

 

 

그리고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형제들의 얼굴.

보물은 멀리 있지 않았다.

 

 

평생 찾아 헤매던 행복은

늘 내 곁에 앉아 있었는데

 

 

나는 먼 산만 바라보며 걸어왔던 것이다.

 

 

김삿갓이 오늘 세상을 본다면

아마 이렇게 웃었을 것이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데

무얼 그리 움켜쥐려 애쓰느냐.

 

 

달빛 좋은 밤이면 한 잔 마시고,

친구 있으면 벗 삼고,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으냐."

 

 

세월은 어느덧 서산으로 기울고

남은 해는 길지 않다.

그러나 석양은 아침보다 짧아도

더 붉고 아름답다.

 

 

 

 

오늘따라

김치찌개 보글보글 끓는 냄새가 그립고,

투박한 양은그릇에 담긴

동동주 한 사발이 생각난다.

 

 

그 한 잔에 지나온 세월을 띄우고,

그 한 잔에 먼저 떠난 사람들을 띄우고,

그 한 잔에 아직 남아 있는 인연들을 띄우며

나는 조용히 웃는다.

 

 

한번 왔다가는 인생,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많이 사랑한 사람이

결국 가장 부자로 떠나는 것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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