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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내려 놓고가자

작성자이규철|작성시간26.06.13|조회수22 목록 댓글 0

디 털어버리자

 

 

젊은 날에는 누구나 가슴속에 한 마리 큰 새를 키운다.

 

 

"돈을 많이 벌어야지." "출세해야지." "성공해서 고향에 금의환향해야지."

나 또한 그랬다.

가난한 시골을 떠나며 언젠가는 큰사람이 되어 돌아오겠노라 마음먹었다.

 

 

 마을 어귀 느티나무 아래에서 놀던 친구들도, 학교 갔다 오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할머니도, 농번기에 새참을 챙겨 주시던 동네 어른들도 모두 나의 성공을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세상은 생각보다 넓고, 돈 벌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게까지 일했다.

 

 

 남들 쉬는 날에도 일했고, 먹고 싶은 것도 참고, 입고 싶은 것도 미루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돈은 들어오는 만큼 나갔고, 자식들은 자라며 학비가 필요했고, 집안 대소사도 끊이지 않았다.

 

 

부자가 되려고 뛰었지만 겨우 가족을 먹여 살리는 데 온 힘을 다 써야 했다.

세월은 그렇게 강물처럼 흘러갔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성공을 향해 달려온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온 것이었다.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왔다.

 

 

산은 그대로인데 사람은 없었다.

어릴 적 나를 예뻐해 주시던 할아버지는 산소에 누워 계시고, 학교 갔다 오면 손을 잡아 주시던 할머니도 오래전에 세상을 떠나셨다.

 

 

마을 어귀 평상에서 장기를 두던 노인들도 하나둘 보이지 않는다.

살아 있는 사람보다 떠난 사람이 더 많아진 것이다.

 

 

그제야 깨닫는다.

성공해서 오겠다는 약속은 결국 누구와의 약속도 아니었다.

내 욕심과의 약속이었다.

 

 

그러나 삶은 기다려 주지 않았다.

내가 성공하기를 기다리다가 세상을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그저 자기 인생을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갔다.

인생은 생각보다 짧고, 욕심은 생각보다 길다.

젊은 날에는 재산이 많으면 행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알게 된다.

돈은 생활을 편하게 해주지만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는 못한다.

 

 

높은 지위는 사람을 높여 보이게 할 뿐 사람 자체를 높여 주지는 못한다.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바르게 살았느냐이다.

 

 

공자도, 맹자도, 수많은 성현들도 결국 같은 말을 남겼다.

"사람답게 살아라."

인생의 정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배고프면 밥 먹고, 좋은 사람 만나면 웃고, 도움이 필요하면 손 내밀고, 고마우면 감사하고, 잘못했으면 사과하고,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위대한 삶이다.

 

 

이제는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싶다.

더 많이 가지려는 마음보다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고 싶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 애쓰기보다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걸어가고 싶다.

 

 

재물도 결국 두고 갈 것이고, 명예도 결국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일 뿐이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너무 무겁게 짐을 짊어질 이유도 없다.

 

 

오늘 하루 건강하게 눈뜨고, 밥 한 끼 먹고, 햇살을 보고, 친구와 이야기하고, 가족의 안부를 들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복이다.

 

 

그래서 이제는 말하고 싶다.

"디 털어버리자."

못 이룬 꿈도, 지나간 후회도, 남과 비교하던 마음도, 조금 더 가져야 한다는 욕심도.

바람이 묵은 먼지를 털어내듯, 가을 들녘이 익은 벼를 내려놓듯, 남은 생은 가볍게 살아가자.

 

 

하루하루 도리에 어긋나지 않게, 누구에게 큰 상처 주지 않게, 작은 일에도 웃을 수 있게.

인생의 마지막 승자는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는 사람일지 모른다.

 

 

오늘도 해는 뜨고 지고, 계절은 다시 찾아온다.

남은 길은 출세를 위한 길이 아니라 평안을 위한 길.

욕심을 내려놓은 자리에 비로소 자유가 찾아온다.

 

 

그러니 남은 세월,

조급해하지 말고,  후회에 매달리지 말고, 하루하루 즐겁게 현재에 집중하며 살아가자.

 

 

 

그것이 긴 세월을 돌아온 사람이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지혜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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