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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찬구

작성자이규철|작성시간26.06.15|조회수17 목록 댓글 0

소꿉친구

 

어린 시절에는 친구가 곧 세상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만나고, 학교 가는 길도 함께 걷고, 개울가에서 물장구를 치고, 밭에서 캐온 고구마 하나도 셋으로 나누어 먹었다.

 

 

 

 

 세상에 가진 것은 없어도 친구가 곁에 있으니 외롭지 않았다.

그때는 영원히 함께할 줄 알았다. 

 

그러나 사람은 자라면서 각자의 길을 간다.

중학교에 들어가고, 직장을 찾아 떠나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키우고, 먹고사는 일에 쫓기다 보니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처음에는 시간이 없어서 못 만났고, 나중에는 너무 오래 못 만나 어색할까 봐 못 만났다.

 

 

그렇게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갔다.

어느 날 들려오는 소식은 "잘산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누구는 사업이 어려워졌다 하고, 누구는 몸이 아프다 하고, 누구는 병원 신세를 진다 한다.

 

 

젊은 날 꿈꾸었던 출세와 성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각자의 언덕을 힘겹게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나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릴 적 삼총사 친구가 몹쓸 병에 걸려 힘들게 지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까이 살았더라면 찾아가 손이라도 잡아주고, 옛날이야기라도 나누며 웃게 해주었을 텐데.

 

멀리 떨어져 산다는 이유로 마음만 보낼 뿐 발걸음은 가지 못했다.

 

친구야.

어릴 적 함께 뛰놀던 들판도, 고구마를 나누어 먹던 기억도, 눈 내린 겨울날 장작불 앞에서 떨던 추억도 나는 아직 잊지 못한다

 

.

네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도 곁에 가지 못한 것이 자꾸만 마음에 남는다.

 

인생은 참 이상하다.

젊을 때는 시간이 많고 돈이 없고, 늙어서는 조금 여유가 생기니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보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찾아갈 날은 자꾸 줄어든다.

 

 

철학자들은 인간을 "관계 속에 존재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소중한 관계일수록 당연하게 여기다가 세월 속에 묻어두기 쉽다.

 

 

그래서 노년이 되면 재산을 얼마나 모았는지보다 누구와 함께 웃었는지가 더 소중해진다.

 

친구란 그런 존재다.

자주 만나지 않아도, 오랫동안 연락이 없어도, 어릴 적 기억 하나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을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

 

 

나는 오늘도 멀리 있는 친구에게 마음속으로 말을 건넨다.

 

"친구야, 병을 잘 이겨내라. 우리가 함께 뛰놀던 그 시절처럼 다시 한번 힘을 내다오.

비록 지금은 찾아가지 못하지만 내 마음은 늘 네 곁에 있다."

 

아마 인생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곁에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고, 멀어지고 나서야 그리워하며,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만나지 못한 것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것.

 

 

그래서 오늘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내일로 미루지 말아야 한다.

 

 

인생은 생각보다 짧고, 친구와 함께할 시간은 더욱 짧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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