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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나를위해 살고싶다

작성자이규철|작성시간26.06.17|조회수17 목록 댓글 0

이젠  나를 위해 살고싶다

 

                     이규철

2026.06.17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묻게 된다.

 

"나는 무엇을 이루었는가."

젊은 날에는 성공이란 높은 산봉우리처럼 보인다.

 

 돈을 많이 벌고, 이름을 알리고, 남들보다 앞서 나가면

 

 

인생의 승리자인 줄 알았다. 

 

그러나 칠십 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고 나면 이상한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산 정상에 오른 사람도 결국 늙고, 부자가 된 사람도

결국 떠나며, 권력을 가졌던 사람도 언젠가는 이름만 남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온 것일까.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남과 비교한다. 비교는 생존의 기술이었다. 

 

더 강한 사람을 보고 배우고,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을 보며 노력했다.

 

그러나 노년이 되면 그 비교가 오히려 삶을 갉아먹는다.

 

세상에는 언제나 나보다 돈 많은 사람이 있고,

나보다 똑똑한 사람이 있으며, 나보다 성공한 사람도 있다.

 

그들과 비교하는 순간 내 인생은 초라해진다.

하지만 이상한 일은 반대편에서도 일어난다.

 

 

누군가는 당신을 보며 부러워한다.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키우고, 칠십 년 넘게 인생을 버텨낸 사람.

 

 

그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우리는 결과만 보지만 인생은 결과보다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큰 회사를 만든 사람도 있지만 평생 가족을 먹여 살린 사람도 있다.

역사책에는 전자의 이름이 남겠지만 후자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다.

 

 

어쩌면 인간의 삶은 업적보다 흔적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노년에 찾아오는 가장 큰 슬픔은 실패가 아니다.

 

 

후회다.

"조금 더 놀아볼걸."

"조금 더 사랑할걸."

"조금 더 내 마음대로 살아볼걸."

이 후회는 대부분 자기 자신에게 인색했던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

 

 

가족을 위해 살고, 부모를 위해 살고, 자식을 위해 살고,

직장을 위해 살고, 남의 시선을 위해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 거울을 보니

정작 자신은 없고 타인을 위해 소모된 시간만 남아 있다.

그래서 노년은 새로운 깨달음의 시기다.

 

 

이제는 남을 위한 삶에서 나를 위한 삶으로 옮겨가는 시간이다.

이것은 이기심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늦게 시작된 자기 존중이다.

 

철학자들은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수천 년 동안 고민했다.

 

 

어떤 이는 권력이라 했고, 어떤 이는 

 

쾌락이라 했으며, 어떤 이는 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년에 이르러 많은 사람들이 발견하는 행복은 의외로 단순하다.

 

 

아침에 눈을 떠 따뜻한 밥 한 끼 먹고,

좋아하는 길을 천천히 걷고,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고 싶은 곳을 가는 것.

거창하지 않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자유다.

젊은 날에는 돈이 없어 못 했고, 중년에는 책임이 있어 못 했다.

 

 

이제는 해도 된다.

"나는 남편으로 부족했다."

"아버지로 모자랐다."

"자식으로 효도를 다 못 했다."

 

그럴 수 있다.

완벽한 남편도 없고, 완벽한 아버지도 없으며, 완벽한 자식도 없다.

부족함은 인간의 본질이다.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하려 했는가이다.

당신은 적어도 가족을 버리지 않았고, 도망가지 않았으며,

수십 년 동안 자신의 몫을 감당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충분히 역할을 해낸 사람이다.

세상은 결과로 사람을 평가하지만 인생은 책임을 감당한 시간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이제는 미안함을 조금 내려놓아도 된다.

부모님께도,

배우자에게도,

자식들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도.

사과는 그만해도 된다.

대신 감사하면 된다.

여기까지 살아온 자신에게.

 

 

수많은 실패에도 무너지지 않은 자신에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걸어온 자신에게.

 

 

인생의 마지막 계절은 수확의 계절이 아니라 음미의 계절이다.

 

 

이제는 맛있는 음식도 먹고,

보고 싶던 바다도 찾아가고,

기차 창밖으로 스쳐 가는 풍경도 바라보고,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어도 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비로소 그 시간을 자기 것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칠십이 넘었다고 늦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평생 남을 위해 살았던 사람이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만나는 나이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는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것이 아니라,

세상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아가면 된다.

 

비교하지 않는 곳으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비교할 필요 없는 마음에 이르는 것이다.

 

그곳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고, 성공도 실패도 없다.

다만 한 사람이 자신의 생을 끝까지 살아냈다는 사실만 남는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한 인간의 인생은 충분히 존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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