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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그립다

작성자이규철|작성시간26.06.18|조회수21 목록 댓글 0

사람이 그립다

 

사람은 밥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다.

젊어서는 돈이 부족해 허기지고,

중년에는 시간이 부족해 허기지며,

노년에는 사람이 부족해 허기진다.

 

 

불과 한 달 전 어머님을 보내드리고 나니 세상이 텅 빈 것 같다.

 

96년을 사셨으니 오래 사셨다는 말도 듣고,

병석에 6년 누워 계셨으니 이제는 편히 쉬셔야 한다는 말도 듣는다.

 

하지만 자식 마음은 계산기가 아니다.

96세에서 6년을 빼고,

남은 세월에 효도를 곱하고,

후회를 나눈다고 해서 그리움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그때 한 번 더 손을 잡아드릴걸."

"한 번 더 웃어드릴걸."

사람의 마음속에는 늘 이런아쉬움이  남는다.

 

 

효도란 다 하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

끝내 다 못했다고 느끼는 것이 효도인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인생은 참 이상하다.

 

 

살아 있을 때는 바빠서 못 만나고,

떠나고 나면 만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젊을 때는 사람 때문에 상처받고,

 

 

늙어서는 사람 때문에 눈물 흘린다.

그래서 노년의 외로움은

돈이 없는 가난보다 사람이 없는 가난에 가깝다.

 

 

동네 어르신 한 분이 안 보이면

"병원 가셨나?"

하다가

"돌아가셨대."

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마을 지도가 조금씩 지워지는 기분이 든다.

 

 

어릴 적 뛰놀던 골목도 그대로 있고,

산도 그대로 있는데,

함께 웃던 사람들만 하나둘 퇴장한다.

마치 연극이 끝나가는데 배우들이 먼저 무대 뒤로 사라지는 것 같다.

 

 

그래도 해학적으로 생각해 보자.

저승도 별수 있겠는가.

착한 사람들을 먼저 데려가는 걸 보면

아마 인력난이 심한 모양이다.

 

 

염라대왕도 사람 보는 눈은 있는지

"저 양반은 성실하니 이리 보내고,

저 양반은 인정이 많으니 저리 보내고."

하며 데려가는 것 아닐까.

 

 

반면 미운 놈들은 아직도 이승에 남아 있다. 세상참 묘하다

아마 저승에서도

"그 양반은 좀 더 있다 오시오."

 

 

하며 입국 심사가 까다로운 모양이다.

생각하면 웃기고도 서글픈 일이다.

산술적으로 

자식 밥 챙긴 날도 수만 번,

자식 잘되라고 빌어준 날도 수만 번이다.

 

 

반대로 자식이 어머니를 모신 시간은 얼마나 될까.

길어 보여도 숫자로 계산하면 턱없이 짧다.

그래서 후회가 남는다.

그러나 어머님은 아마 저 하늘에서

 

 

"됐다. 그만하면 됐다."

라고 말씀하실 것이다.

부모는 자식의 부족함보다 정성을 먼저 보기 때문이다.

 

 

오늘 술 한잔이 생각나는 것도 이해된다.

취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리움에 잠시 기대고 싶은 것이다.

 

꿈속에서라도

어머님을 만나고,

먼저 떠난 동네 사람들을 만나고,

어릴 적 친구들과 둘러앉아

고구마를 나눠 먹으며

낄낄대고 웃고 싶은 것이다.

 

 

사람은 결국 사람을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돈도 명예도 세월이 지나면 희미해지지만,

함께 웃었던 기억은 끝까지 남는다.

 

 

그래서 남은 삶은 어쩌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남아 있는 사람들을 조금 더 아끼기 위한 시간인지 모른다.

 

 

언젠가 우리도 떠나는 날이 오겠지만,

그날 누군가가

"참 보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라고 한마디 해준다면,

그 인생은 결코 헛살지 않은 인생일 것이다.

 

 

어머님도 지금쯤 하늘나라 어디선가

아들의 그리움을 들으며

미소 짓고 계실 것 같다.

 

 

"규철아, 너무 미안해하지 말아라. 사람은 떠나도 정은 안 떠난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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