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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아보니(3

작성자이규철|작성시간26.06.23|조회수19 목록 댓글 0

세상 살아보니

 

              이규철

 

      2026.06.23

칠십 고개를 넘고 보니 세상이 새삼 우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젊을 적에는 백 살 노인을 보면 신선처럼 보였는데, 막상 내 나이가 되니 백 살은커녕 내일 아침 눈 뜨는 것조차 하늘의 허락이 있어야 하는 일임을 알게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참 태평하다.

혈압약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삼겹살에 소주잔을 기울이고, 무릎이 아프다고 끙끙거리면서도 운동은 내일부터 하겠다고 한다. 

 

잠은 새벽마다 깨면서 자신은 아직 청춘이라며 밤늦도록 텔레비전 앞을 지킨다.

 

 

병원은 단골집처럼 드나들면서도 마음속 계산은 늘 백세 인생이다.

 

 

마치 저승사자가 "걱정 마십시오. 고객님은 백 살까지 예약 완료되었습니다."

 

 하고 확인 도장이라도 찍어준 것처럼 느긋하다.

생각해 보면 사람만큼 낙천적인 동물도 드물다.

 

 

평균 수명을 따져보면 남은 시간이 십여 년 남짓일 수도 있는데, 천 년 묵은 욕심은 아직도 창고에 가득 쌓아 놓고 산다.

 

 

조금 손해 보면 잠 못 이루고, 별것 아닌 말 한마디에 서운해하며, 죽을 때 싸 들고 갈 것도 아닌 재산 때문에 형제끼리 얼굴을 붉힌다.

 

 

그러면서 정작 건강은 다음 달부터 챙기겠다고 한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자동차 엔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면 당장 정비소로 달려가면서도 몸에서 보내는 신호에는 귀를 막는다.

 

 

몸이야말로 평생 타고 갈 외제차인데 정비는 미루고, 언젠가 고쳐지겠지 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사람은 자신의 유한함을 잊어야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만약 태어나는 순간 "당신의 남은 날은 몇 날 며칠입니다." 하고 날짜가 적힌 표를 받는다면 누가 태연하게 웃으며 살 수 있겠는가.

 

 

그래서 하늘은 남은 날을 비밀로 해 놓고, 사람은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며 살아가는가 보다.

 

 

하지만 칠십 고개를 넘어서니 한 가지는 분명해진다.

인생은 오래 사는 것이 대수가 아니다.

 

 

조금 덜 미워하고, 조금 더 웃으며, 한 끼 밥을 맛있게 먹고,

 

 햇볕 좋은 날 천천히 걸을 수 있으며, 보고 싶은 사람에게 전화 한 통 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백 살까지 살겠다고 호언장담할 필요도 없고, 내일 일을 너무 앞당겨 걱정할 이유도 없다.

 

 

인생은 마라톤이 아니라 바람 따라 흘러가는 강물이다.

 

 

급히 간다고 먼저 도착하는 것도 아니고, 천천히 간다고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오늘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아직 내 발로 걸을 수 있음에 웃으며,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막걸리 한 잔 기울일 벗이 있다면 그 또한 큰 복이다.

 

 

인생이란,

백 년을 사느냐가 아니라,

떠나는 날, "허허, 별것도 아닌 세상인데 참 재미있게 살다

 

 간다."

하고 웃을 수 있으면 그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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