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잠깐 땅을 딛고
하늘을 난다.
그렇게나 가볍다니
잠시도 쉬지 않고 지저귄다
그렇게나 할 말이 많다니!
새가 운다
새가 노래한다
침묵으로 사라지기 전,
몽땅 쏟아내겠지
비우려고
나를 사랑하기
나를 미워해야
남을 사랑하는 줄 알았지요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도 그렇게 가르쳤거든요.
혹 당신도 그렇게 가르치지 않으셨나요?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어쩔 수 없이 내가 먼저라
도저히 남을 사랑할 수 없는 나에게 비난과 부정만 쏟아냈지요
그런 가슴으로 어떻게 보이지도 않은 당신까지 사랑하겠어요?
차가운 가슴이 부끄러워
마음의 문에 자물쇠를 채우고 벌벌 떨고 있었어요
영양부족으로 난 빼빼 말랐어요
내겐 문의 열쇠도, 기운도 없었지요
내가 죽으면 당신만 남게 되나요?
그러나 상식적으로 말할께요
이 세상과 나는 어떻게 해서 생겼을까요?
주님은 원인이 없는 분
스스로 존재 자체인 분
형상 없는 의식이 형상인 세상이 나왔으니
나도 세상도 당신의 아들과 딸
당신이 낳지 않았으면 존재하지 않았을 나
나를 사랑하지 않고 누구를 사랑하나요?
빛인 당신은 따뜻한 사랑이라고,
당신의 호흡이 들어와야 생명을 얻는다고들 해요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다만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된 것은
몸도, 마음도, 욕망도, 생각도 당신 것이라는 것
그러면 당연히 당신이 알아서 할 일
혹 문을 닫은 것도
빛을 알리려는 당신의 작전이었나요?
모르겠어요
다만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니
모두 당신이 도로 가져가세요
정 가져가지 않으시면
욕망도, 생각도, 똥도 몽땅 사랑해야 할 밖에
그것들은 모두 내 것이 아니라 당신의 것이니까요
독거노인의 꿈
꿈에 황 시인의 집에 갔다네
그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네
아이들은 어렸고
집에 와야 하는데, 집에 돌아와야 하는데
꾸물거리고 머뭇거리고
집에 돌아가지 않을 변명을 늘어놓다가
그만 눈을 떴네
얼른 현실이라는 꿈속으로 휙!
새벽부터 전화가 따르릉
“어젯밤 폭풍우 쳤는데 괜찮으신가요?”
꿈에 그대랑 놀았네
꿈에 그대랑 싸웠네
꿈속에서 그대랑 화해했네
그대가 있어 울고 웃었지
눈물이 싫어서
꿈이 사라지기를 바랐네
다시는 꿈꾸지 않기를 바랐지
‘천상천하에 유아독존’이라니
천하에 나밖에 없다는 것은
얼마나 고약한가
정말 다행이지
세상이라는 꿈속에서
꿈을 꾼다는 것은
돌보아야 할 네가 있고
비빌 네가 있고
싸워야 할 네가 있다는 것
감정, 욕망, 생각, 신념, 이념
그리고 끝없이 해결해야 할 의식주
하늘, 나무, 새, 뱀
텔레비전, 핸드폰
놀이 동무들은 많기도 하지
그대들이 없다면 나도 없어요
나를 지탱해주는 그대들
꿈을 꾼다는 것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
이야기가 계속되지 않으면
환영의 색깔 세상도 끝나는 것
아직 집에 가기 싫어요
나밖에 없다는 외로운 집
꾸물대면서, 울고 웃으며
세상이란 꿈속을 계속 들락거릴 거예요
그대들 아닌 나인
그대들이랑 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