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침침한 잿빛, 흐린 날
하얀 연꽃보다 연분홍 연꽃이 너무 고와요
이제 눈, 귀, 코, 혀, 살이 무뎌지고
기억도, 생각도, 감정도 어둔해졌어요
그래도 나는 내 것, 네 것, 애착이 깊어
때로 많이 아파요
분별할 날 얼마 남지 않은 지금도
왜 이렇게 밀치고 잡아당길까요?
너도 당신, 나도 당신
너도 없고 나도 없고
분별할 나마져 없다는데
아직도 무엇과 무엇을 가려내고
좋아하고 피하고 있을까요?
분별하거나
울거나
웃거나
알 수 없는 당신의 회전목마놀이
얼마나 먼 길을 돌고 돌아야
바라보는 당신과 놀고 있는 내가
그대로 하나임을 알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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