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최고의 인기 드라마가 자폐증을 지닌 한 변호사를 다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다.
꽤 유명하길래 나도 네플렉스를 통해 우영우를 시청하였다.
재미있고 따뜻한 드라마였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또 어쩔 수 없는 나의 지적 취미가 발동한다.
주인공 우영우를 보며 잘 모르던 자폐스펙트럼이란 장애에 흥미가 생겼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자폐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어떤 면에서는 심리학, 철학적이나 미학적 주제에 대해서는 쉽게 이해하나 물리, 법, 사회제도, 통계, 부동산 등 현실적인 일에 대해서는 아주 잼뱅이다.
우영우 역시 법률이라는 주제에 대해 천재적인 반면 일상 생활에 있어서는 아주 미숙하다.
어쩌면 우리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자폐증을 지니는 것 같다.
모두 사는 데 한 쪽 면에만 치우쳐 있다.
특히 천재들은 어느 한 면에서는 탁월하지만 다른 면에 있어서는 거의 바보 수준인 경우가 많다.
천재 수학자 괴벨(?)만 보더라도 아내 말고 다른 이들이 주는 음식을 거부하다가 아내가 아파서 병원에 있는 동안 굶어 죽었다한다.
어느 한 면에 극도로 집중하면 다른 면은 어둡기 마련이다.
의식의 빛이 어느 한 면만 강하게 비추면 상대적으로 다른 면은 캄캄한 까닭인 듯하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의식의 스펙트럼을 가진 것 같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에도 전부 다른 의식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어서
모두 서로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다.
어제만 해도 오랜 지인을 만났는데 온통 나와 다른 취향을 갖고 있어서 그에 대한 이야기만 해서 장시간 함께 있기가 힘들었다.
아마 나 또한 종종 아무도 관심갖지 않은 영적 철학에 대한 이야기만 열중하니 상대방을 지겨워지게 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다른 세상, 다른 별에 사는 모양이다.
우리는 머릿 속의 자기만의 생각을 끊임없이 입으로 말하거나, 설혹 입으로 발설하지는 않더라도 머릿 속의 생각으로 쉼없이 혼잣말을 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또 다른 면에서 나의 흥미를 자극하였다.
우리민족은 한, 정, 흥의 민족이다.
한은 고통의 트라우마가 집단적으로 무의식에 억압되어 있는 것이다.
정은 서양식의 사랑이라기보다는 애착과 비슷한 용어일 것이다.
애착의 정과 억눌린 욕구인 한은 생명의 한 표현이자 에너지이다.
억눌린 한과 정이 많을수록 표출된 에너지는 강하다.
그 에너지가 부정적으로 나타날 때는 싸움이고 긍정적으로 나타날 때는 흥이다.
이 한, 정, 흥이 많은 우리 민족은 요새 문화적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과정을 흥미롭게 바라본다.
영화 기생충, 오징어 게임에서 이런 요소들이 버물러 있는데 기생충에서는 주로 무겁고 심각한 갈등과 마찰에 초점이 있고 오징어 게임은 아주 폭력적이긴 하나 아이들의 게임 같은 가벼움이 있다.
나아가서 드라마 우영우는 한층 긍정적이고 밝고 가볍다.
나는 정치에서도 이와 같은 것을 발견하고 있다.
지금 윤 석열 대통령 내외는 모든 잘못이 뻔히 들어다 보이는, 어찌 보면 철부지 같은 캐릭터들이다.
진보쪽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김 어준도 놀이하듯 보수를 공략한다.
이런 가벼움과 유머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체적으로 관망할 수 있을 때 발생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점차 가벼워지는 것은 진화의 한 걸음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