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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런두런 사랑방

합창교향곡을 들으며

작성자샨티|작성시간22.12.18|조회수18 목록 댓글 0

합창교향곡을 듣고 나서

 

환희여, 아름다운 주의 빛,

낙원에서 온 아가씨여,

열정에 찬 우리, 그대의 성소에 들어가리.

가혹한 세상에 의해 무너진 것을 그대가 끌어당겨 합하도다.

그대의 날개에 머물 때, 모든 사람은 형제가 되리.”

 

어제는 연말의 고정 레퍼터리, 서울 시향의 합창교향곡을 들으러 갔다

나는 전에 두어 번 들었던 터라 혹독한 추위에 일부러 서울까지 상경하지 않으려 했는데 농사짓는 성녀, 찬다바띠의 열망과 사랑으로(갑작스런 어머님의 사망으로 그녀는 올라오지 못했지만) 굳이 올라왔다.

큰 사랑,The Great는 매번 이런 식으로 게으른 나에게 축복을 준다.

 

전에도 합창교향곡에서 매양 큰 감동을 느꼈지만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이번에는 눈물과 콧물을 쏟았다.

예전에는 모든 창조물의 고난의 여정을 묘사하는 듯한 1악장, 그리고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지극한 평화 자체인 3악장에서 눈물을 찔끔거렸으나 이번에는 그 3악장과 더불어 전에는 너무 익숙해서 되려 별 감흥을 몰랐던 마지막 4악장 환희의 송가에서 실러의 시, 노래 가사가 가슴을 크게 울리며 전율을 했다.

 

타고난 평화주의자인 나는 극도로 투쟁, 갈등을 싫어한다.

하지만 한국인으로서의 나의 세대의 삶은 오직 경쟁과 투쟁 속에서 힘든 세월을 버텨야만 했다.

아직도 진정한 평화는 요원해 보인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 한 가지 빛을 보았다.

바로 김 선욱이라는 젊은 지휘자였다.

공연 며칠 전에 시향 상임지휘자인 오스모 벤스케가 갑자기 골절상을 당해 막 출국하려던 이제 지휘의 걸음마를 막 뗀 피아니스트 김 선욱이 그를 대신하여 합창지휘봉을 잡게 되었다.

그는 이번 연주에서 한국인만이 가질 수 있는 열정과 절제의 조화, 게다가 신성의 가벼움조차 지니고 있는 듯했다.

딸은 이미 셀 수 없이 연주해본 합창교향곡을 이번에 처음으로 진정한 환희로 연주했다고, ‘김 선욱이 미쳤다라는 표현을 했다.

이번 공연에 내가 특별히 감동한 것도 아마 그 지휘자의 힘 때문일지 모른다.

나는 김 선욱 지휘자를 보며

우리나라에, 아니 온 세상의 모든 분야에 이런 종류의 지휘자가 점차 출현해서

새 시대의 붉은 새벽 여명의 빛이 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무거운 과거에 짓눌러 있지 않은 젊은 세대의 희망 같은 것을 보았다.

 

이번 환희의 송가에서는 그 어떤 부분도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

모든 악기와 인간의 노래가 진정 하나가 되었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주님의 발아래 모든 것이 하나요, 사랑(바바나무 께발나무)”이라는 환희(아난다)의 송가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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