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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런두런 사랑방

크리스마스의 선물

작성자샨티|작성시간22.12.25|조회수55 목록 댓글 1

내 생애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크리스마스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0여 년이 흘러갔다.

그이와 지지고 볶던 세월은 제법 길게 느껴지더니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은

10여 년은 바로 엊그제 같다.

아마 이래서 인간은 희노애락이라는 끊임없는 드라마가 필요한가 보다.

“...타다가 꺼지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라고 한 옛노래 모닥불은 인생을 이 한 소절로 정의한 듯하다.

울고 웃고 한 그이와의 세월 중에

마지막 크리스마스라는 마침표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나와 남편의 삶은 아마 그냥 지지고 볶는, 의미 없는 순환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남편의 암 말기, 여차여차해서 인도까지 갔다.

대부분 사람은 인도 좋아하는(?) 마누라의 오지랖으로 거기까지 끌고 갔다고 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나는 그렇게 열악한 나라로 병자를 끌고 갈 만큼 어리숙하고 순수한 사람이 절대 아니다.

정말 나로서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남편의 고집으로 인도를 갔던 것이다.

사실 우리는 왜 태어났는지, 어디서 왔는지, 왜 이 시대, 이 나라, 이런 인연들 속에서 살아가는지 절대 알 수 없듯이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 대해 그 인과를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아무튼 암 말기였던 남편은 인도에서 뇌진탕까지 일으키고 쓸어졌다.

이상하게도 그 당시 그곳에서는 나를 도와줄만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고

그러다 보니 그다지 믿음도 강하지 못한 나는 오직 주님만을 바라보는 상황이 되어있었다.

나는 보이지 않은 힘이 도와주지 않으면 단 한 시간도 버틸 수 없었다.

그저 할 수 있는 말은 주여, 나의 힘으로는 단 1분도 걸을 수 없나이다. 당신이 도와주소서라고 하는 것이 전부였다.

 

온갖 극적인 모험 끝에 시설이 열악한 병원에 입원하였는데

그래도 그 병원은 몸과 마음을 전체적으로 치유하는 목적으로 성자 스와이 라마가 설립한 병원이었다. 병원 시설 자체는 쇼생크 탈출의 교도소처럼 열악했지만 대단히 넓고 아름다운 정원과 유치원 등 기타 여러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거기서 그는 거의 죽음에 가까운 상황에 이르렀다.

거의 3일 계속 깨죽 같은 검은 변을 쏟아내고 엄청난 고통으로 부들부들 떨 때 나는 그가 그곳에서 생이 마감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주님께 드릴 수밖에는 없었다.

그 당시에 나는 나의 모든 생각, 신념, 호불호를 주님께 드렸다. 그저 찬송과 모든 것은 사랑(바바나무 께발나무)’이라는 진언만을 바쳤다.

그때는 남편에게 물 한 수저 떠먹일 때도 당신의 신성, 아기 예수에게 드립니다라는 말을 했다.

 

그 이후 기적처럼 그의 아픔이 모두 사라지고 병세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가 되자 인도 간호사들은 내게 예쁜 크리스마스 카드를 그려주고 나는 밤새 그이 옆에서 계속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불렀다.

그제서야 크리스마스면 줄곳 불렀던 고요하고 거룩한 밤이라는 노래가 침묵 속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님, 우리의 본성이자 신성의 드러남이라는 의미를 깨닫고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남편이 실제로 겉 껍질인 몸은 크게 부서졌지만 아기 예수님의 신성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것을 막연히 감지했다.

내가 그이에게 몸 고쳐서 오래 쓰게요라고 말할 때

그는 고개를 가로저였다.

그이는 희미하게 너무 낡았어라고 했다.

그 당시 그를 보낸다고 생각할 때 내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그의 형형한 눈빛이었다.

그이의 눈은 점차로 아기처럼 맑아지고 내가 마주하기 힘들만큼 형용하기 힘든 광채가 번뜩였다.

그 눈빛만은 결코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와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는

나의 삶에서 가장 큰 선물이었다.

그렇게 큰 선물이 없었다면

나는 진정으로 순복할 때 주님이 내게 오심을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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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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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Didi Ananda Vartika | 작성시간 23.01.02 고맙습니다. 고난을 완전한 항복과 깊은 사랑으로 가장 큰 은총의 선물로 승화하신 샨티지의 이야기에 울컥하네요. 나눠주셔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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