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인류가 남긴 가장 오래되고 뛰어난 그림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 벽화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다. 알타미라 란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전망(High View)' 라는 뜻이다. 이 동굴은 스페인 북부 칸타브리아 지방 산탄데르 델 마르에 있으며 구석기 시대 후기의 야생 동물의 뼈와 사람들의 손으로 그린 벽화가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높아 198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구석기 시대의 박물관’이라고도 불리는 이 동굴의 벽화들은 18,500~14,000년 전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형태가 분명하고 생동감이 넘쳐 후대의 학자 및 예술가들도 그 작품성을 높이 평가한다.
동굴의 총 길이는 296m이나 원시인류가 머물렀던 흔적은 동굴의 맨 앞부분이다. 벽화의 대부분은 천장에 그려져 있다. 매머드 ·토나카이 ·들소 ·사슴 등이 숯이나 황토, 적철석 등 자연염료를 이용해 흑 ·적 ·갈색으로 그려져 있다. 원시인이 그린 그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생생한 묘사, 아름다운 색채와 명암법을 사용한 입체감은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이 벽화를 통하여 당시의 예술활동뿐만 아니라 수렵의 방법이나 무기 ·신앙 등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유적이다.
벽화는 1879년 스페인의 변호사이자 아마츄어 고고학자인 마르셀리노 산스 데 사우투올라가 8살 난 딸과 동굴조사를 하다 우연찮게 발견했다. 발견 당시에는 너무나 잘 그려진 그림이 생생하게 암벽에 남아 있어 무려 1만5000년 전의 선사시대 그림이라 믿지를 않았다. 따라서 그 진위(眞僞)를 놓고 학계나 언론에서 떠들썩 했던 문제의 유적이었다. 그러나 발견된지 20여년이 지난 1902년이 돼서야 그 진가가 인정된다. 알타미라 발견 이후, 북스페인과 남프랑스에서 여러 선사시대 그림이 발견되면서 알타미라 동굴 벽화가 경탄할만한 원시인류의 예술작품이라는 것을 늦게서야 알게 된 탓이다.
선사시대 인류가 야생동물 그림을 통하여 영적이고도 주술적인 힘들을 동굴에 남겨 후세 예술적 평가까지 이르르게 한데는 또 우연의 힘이 작용된다. 대략 13,000년 전 산사태로 동굴의 입구가 완전히 막히게 되면서 소중한 벽화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긴 세월 잘 보존되게 된 것이다.
이 동굴 그림이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자 산촌 변두리 였던 이곳은 교통이 불편해서 학자와 예술가들만 찾던 초창기와는 달리 6~70년대 들어 방문객들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이들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는 동굴의 석회암을 부식시켜 벽화를 훼손하게 되고 급기야 1977년에는 동굴을 폐쇄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이후, 1982년 다시 문을 열어 연간 방문객을 8500명으로 제한하자 이 귀중한 유산을 보기 위해서는 신청하고 3년을 기다려야 했다. 2001년 7월 알타미라 박물관에 동굴을 똑 같이 재현한 ‘새 동굴(Neocueva)’을 설치하고 벽화도 복제본으로 그대로 살려 놓았다. 이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찬란한 원시인들의 정신이 담겨져 있는 시공을 초월한 예술품을 자유스럽게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