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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얘기]다른 사람앞에서 뭘 하면 왜 떨릴까? - 초등학교 때 피구대회 이야기

작성자언제나교육학과(98태규)|작성시간10.04.07|조회수149 목록 댓글 1

오늘도 잠시 일본어 공부를 뒤로 하고 글을 써 보자. 지난번에 쓴 화장실 물 이야기로 인해 간만에 기쁨을 느꼈다. 실로 오래간만이었다. 나의 생각을 글로 쓸 수 있다는 자체가 즐거운 거 같다. 물론 난 전문적인 글쟁이도 아니고 쓸 때마다 뻘소리가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기쁨인 거 같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계속해 뻘글을 썼으면 좋겠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 좋은 곳은 아닌 거 같았다. 대전에서도 경제력이 뒤떨어지는 곳이었고, 근처에 큰 시장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공부를 썩 잘하지는 않았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선생님들께서는 열정으로 우리를 지도해 주셨고, 특히 나는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 선생님께서 우리들과 함께 하신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큰 행복이었고 기쁨이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점심 시간에 항상 우리와 피구를 함께 하셨다. 근사한 배구공을 사다 주셨고, 항상 손수 피구 라인을 그려 주셨다. 점심시간에 하는 피구는 그야말로 우리들 모두를 기쁘게 했다. 도대체 거기에서는 기쁘지 않은 것을 찾을 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 선생님께서 피구 라인을 그리고 계시는 동안 우리들은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행복했다. 그렇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피구를 했으며, 계속 되는 실전 피구에 우리 반의 실력은 나날이 향상되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꽤나 수준 높은 피구 실력을 갖게 되었다. 일단은 잘 죽지 않았다. 정면으로 날아오는 공은 모두 받아냈으며 받기 힘든 공은 모조리 피해 버렸다. 공을 던지는 사람 바로 앞에 있어도 잘 죽지 않았다. 상대편을 맞출 때에도 정확하게 상대의 발을 노려 쉽게 잡지 못하게 하였다. 계속 되는 피구 연습으로 나를 비롯한 우리반 아이은 점차 괴물이 되어 가고 었었다.

 

그러는 가운데 5학년 반별 피구 대회를 한다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우리 학교는 여러 대회가 참 많았다.) 그리고 그것은 곧 현실이 되었다.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고 8강 토너먼트 대진이 짜여졌다. 8강 첫 시합..... 그들은 우리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우리는 2명인가밖에 죽지 않고 거의 완벽에 가까울만큼 경기를 풀어나갔다. 상대는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죽어 나갔다. 공격의 기회가 주어져도 우리들의 노련한 수비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우리는 피구에서 어떻게 하면 이기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상대는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다. 꾸준히 연습한 반과 그렇지 못한 반의 차이는 그렇게 혹독할 정도로 컸다. 간혹 운동 능력이 뛰어난 아이가 뭔가를 해보려고 했지만 피구대회에서 우리 5학년 6반을 상대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반은 지나가는 가장 약한 여학생들도 공을 피할 줄 알았으니 말이다. 3판 2선승제로 치뤄진 게임은 2판 만에 10분도 채 되지 않아서 양민 학살 모드에서 끝이 났다.

 

우리의 게임 모습을 지켜본 다른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우승은 이미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하였다. 우리 또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였다. 대전 시내 피구대회에 나가서도 우승을 할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2차전 또한 마찬가지였다. 1차전보다는 몇 명이 더 죽었지만 압도적인 전력차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결승전.......

 

하지만 결승전은 의외의 양상이 벌어졌다. 일단 상대의 공격이 너무 날카로웠다. 그쪽반에는 일단 전영은급의 수퍼스타가 한명있었다. 그 아이의 초등학교 때의 운동 신경은 남학생들을 이미 넘어서고 있었다. 체력장에서 특급을 맞을 정도이고 체육 시간에도 왠만한 남자 아이들을 압도했다. 이름이 아마 김효진이었는데, 엄청난 파워와 스피드로 우리들을 괴롭혔다. 게다가 야구를 하는 남자 아이가 한명 있었는데 그 둘을 막기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피구에서 우리를 이길 수 있는 상대는 현재 초등학교 5학년에는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였다. 게다가 둘이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전체적인 전력은 우리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경기는 잘 풀리지 않았다. 김효진이 던지는 공 1방에 정확하게 1명씩 나가 떨어졌다. 게다가 학급 피구 대회에서 이름을 날린다고 하는 아이들이 모두 김효진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죽어 버리고 말았다. 김효진의 공이 강력하다고는 하지만 그정도의 공을 던지는 아이들은 우리 반에 꽤나 있었다. 그리고 그정도의 공은 평소에는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우습게 받고 피하고 하는 공이었는데, 의외의 복병을 만났고, 또한 이것이 대회이다가 보니까 우리반 에이스들이 모두 나가 떨어졌다. 초특급 에이스가 김효진의 공을 받지 못하고 시작하자마자 죽었고, 초특급 에이스와 기량이 거의 같다고 자부하고 있는 본인도 3구째 만에 공을 받지 못하고 죽어 나갔다. 공이 나에게 올 때는 정말 가슴이 떨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쉽지는 않아도 받을 수 있는 공이었는데 미친듯이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공을 받기란 여간 어렵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김효진과 야구하는 아이를 죽이지 못하고 1세트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내 마음은 더욱더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럴 때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다. 담임 선생님이라도 계셨으면 좋겠지만, 담임 선생님께서는 다른 3, 4위전 심판을 보고 계셨던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튼 두번째 세트가 시작되었다. 두 번째 세트는 우리들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김효진과 야구하는 아이가 빠진 상대가 우리를 감당하기란 매우 힘들었다. 물론 그 둘이 밖에서 공을 던지긴 했지만 안에 있는 학생들의 수준이 워낙 차이가 나 순식간에 다 죽고 말았다. 한숨 돌렸지만 마지막 3세트는 베스트 멤버가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1세트는 홀수 2세트는 짝수 번호가 들어갔다.) 상대편은 당연히 두 명이 들어왔고, 우리 팀에도 내노라하는 고수들이 모두 포진되었다. 나도 평소에 초특급 활약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안의 멤버에 포진되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미칠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3세트 역시 1세트의 양상으로 흘러갔고, 나는 또 시작하자 마자 얼마 되지 않아 평범한 볼에 죽고 말았다. 그때 난 아이들의 싸늘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에는 그렇게 깝치더니 정작 중요할 때는 뭐하냐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나를 비롯한 자칭 에이스들은 또 그렇게 죽어나갔고, 아이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얌전하게 플레이할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어찌되었건 그게 문제는 아니었다. 우리 반이 질 위기에 놓여 있었다는 것이 중요했다. 김효진과 야구부 학생은 여전히 우리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우리 반도 겨우 겨우 보조를 맞추고는 있었지만 김효진과 야구부 학생을 당해낼 방법은 없어 보였다. 게다가 초특급 에이스들이 모두 죽어나가고 없는 판이기 때문에 우리는 점점 더 불안해져만 갔다. 하지만 그때 난 보고야 말았다. 그렇게 떨리고 위험하고 그 누구라도 위축될 수 있는 가운데 전혀 위축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한 친구를 말이다. 그 친구는 평소 반에서 피구를 하면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고, 별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뛰어난 민첩력과 정확한 송구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친구가 피구에서 죽은 적은 거의 없는 거 같았다. 그 친구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 반을 위해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이름이 아마 조병규로 기억이 된다.) 경기는 계속되었고 김효진과 야구부 그리고 병규는 서로 치열한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상대는 에이스 2명과 남학생 2명, 우리반은 병규를 포함한 3명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병규를 제외한 나머지 2명은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여학생들이었기 때문에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병규는 그렇게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병규는 누구보다도 강했다. 절대로 죽지 않았다. 상대편의 공격도 병규에게 집중되었다. 하지만 병규는 그들의 모든 공격을 잡아내고 피했다. 그리고 그러한 가운데 상대편 남학생 2명을 학살하는 전과를 올렸다. 이제 전세는 3:2가 되었다.

 

밖에서 지켜보는 내내 가슴이 요동치는 거 같았다.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빨리 승부가 끝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일촉 즉발의 위기였다. 상대의 공격은 너무나 강력했다. 야구부 친구의 던지기는 실로 상상을 초월했다. 도무지 잡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인원이 조금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공격권은 계속 상대방이 가지고 있었다. 계속되는 공격..... 죽지 않는 병규.... 기회를 노리던 병규는 드디어 야구부가 던진 공을 잡았다. 정말 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빠른 공을 잡아내리라고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거기에서 승부는 이미 결정되었다. 정확한 송구로 야구부 친구를 학살하고 바로 김효진의 다리를 향해 정확히 날아가는 공.... 결국 우리는 3명이 남아 승리를 거두었다.(원래 학교 피구에서 2명이 남으면 끝이 나지만 결승전은 모두 죽을 때까지 하기로 했다.)병규는 약한 여학생 2명을 끝까지 지키고 우리반의 승리를 지켜냈다.

 

평소에 깝치며 자신의 실력을 뽐냈던 자칭 에이스라는 인간들은 대회라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아무것도 못했는데 병규는 자신의 실력을 100% 발휘하며 우리 반을 구해냈다. 그것을 보고 나는 많은 것을 느꼈다. 그런데 이놈의 대회 징크스는 그 이후로도 계속됐다. 나는 체육대회에 나가면 변변한 활약 한번 못했고, 특히 대학교 1학년 때 첫 체육대회의 농구 시합에서는 너무 떨리고 앞이 캄캄해 단 1득점도 기록하지 못했다.(그때의 기록이 리바운드 1개 슛 1개 실패) 였다. 정말 한심했다. 다른 사람 앞에서 무언가를 하면 왜 이렇게 떨리는 것일까? 이놈의 나노마인드는 도대체 언제나 극복이 될런지......나도 그때 병규가 보여주었던 침착함을 가졌으면 좋겠다. 오늘도 또 뻘소리를 늘어 놓았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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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99 영은- cheon | 작성시간 10.04.08 ㅎㅎㅎㅎ 그러게.. 오빠 마음을 알 것 같은거 있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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