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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금을 울려라]오목에 숨겨진 무서운 비밀 - 시스템을 아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작성자에듀체육대회|작성시간11.10.29|조회수21,180 목록 댓글 1

오늘 오목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우리가 가끔 두는 오목 . 심심할 때 두는 그 오목.

연습장에 바둑판을 그려놓고 볼펜으로 두었던 그 오목 말이다.

오목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거나 해본 사람에게는 약간 흥미 있는 주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은 오목을 적어도 1번 이상씩은 모두 두어보았을 것이다.

5개의 돌을 연속적인 자리에 두면 이기는 오목.... 하지만 여기에는 무서운 비밀이 숨겨져 있다.

아니 비밀이라기보다는 그냥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라고 해 두자.

 

오목을 어느 정도 두어본 사람들은 느낄 것이다. 바로 처음에 두는 사람이 엄청나게 유리하다는 사실이다.

(오목의 룰은 흑이 먼저 두게 되어 있다. 내가 먼저 할께 하면서 백돌을 두는 것은 오목의 룰을 잘 모르는 것이다.

국제대회 룰이 그러하니 여기에 딴지를 걸지는 말도록 하자ㅋㅋㅋ)

하지만 불행하게도 오목은 먼저 두는 것이 유리한 것이 아니라 먼저 두는 사람이 무조건 이기게 되어 있다.

이 얘기를 들으면 '어 이상하다 나는 먼저 두는데도 지는 경우가 있는데'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건 너님들이 잘못두었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대결이라면 흑이 반드시 이기게 되어 있다.

여기에서 나오는 이론이 바로 '흑필승론'이다. 흑으로 두면 무조건 이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이 흑필승론에 따라 무조건 이기는 수가 연구되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무적수라는 것이다.

무적수란 말 그래로 무조건 이기는 수이다. 즉 흑으로 시작한 사람은 상대가 어떻게 두던지 간에 무조건 이기게 되는 수가 바로 무적수이다. 세간에는 이 무적수에 관한 연구가 엄청나게 많이 되어 있다.

그리고 인터넷을 찾으면 그 엄청난 무적수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네이버에 무적수라고 치면 많이 나와 있다.)

 

무적수의 개념은 이렇다. 일단 흑이 첫 수를 둔다. 다음에 백이 둘 것이다.

 

보통 백이 두는 수는 많아야 3-5가지이다. 바로 옆에 둘 수도 있고 대각선에 둘 수도 있고, 아니면 한 칸을 띄고 들 수도 있다.(간혹 세 칸 이상을 띄고 두거나 혹은 저 밑에다 두번째 두는 수를 볼수 있는데 이건 무식한 수이다. 이럴 경우 흑이 세번째 수를 백과 가장 멀면서도 흑과 가장 가까운 곳에 둔다면 흑은 너무나 쉽게 이길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옆에다 두는 것이나 바로 밑에다 두는 수는 동일하다. 왜냐하면 바둑판의 위치를 변경하면 되기 때문이다. 즉 두 번째 수에서 백이 의의 있는 수를 두는 경우는일반인의 경우 3-5가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사실 일반적으로는 두 가지 경우이다. 바로 옆에다 두느냐 대각선에다가 두느냐)

 

즉 3번째 흑의 수에 따라 무적수의 유형이 나뉘게 된다. 그리고 백의 4번째 수부터 둘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추적하여 연구하는 것이 바로 무적수이다. 즉 백이 어디다 두든지 죄다 외우는 것이다.(하지만 백이 둘 수 있는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많아야 수당 5-7이고 아니면 한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만일 백이 엄한데 두면 승부는 바로 끝나게 된다. 백이 최선의 수를 두었을 때를 계속해서 추적하여 연구하는 것이다.)

 

즉 이 얘기는 뭐냐하면 2가지 정도의 무적수를 완벽하게 연구한다면 먼저 둘 때 거의 지지 않는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승리할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오목은 흑이 무조건 이기게 되어 있다. 이래서는 정상적인 대결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 룰을 보완한 것이 바로 렌주룰이라는 것이다. 이 렌주룰은 흑의 이런 유리함을 없애기 위해 만든 것인데, 바로 흑에게는 33, 44 또는 육목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만일 33의 자리에 흑이 두었다면 상대는 거기에다 두면 안된다고 얘기해줘야 한다. 그렇다면 백은? 당연히 허용이 된다. 33도 되고 44도 되고 6목도 된다. 오직 흑만이 33이나 육목이 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흑의 33 자리를 유도해 승리를 쟁취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고도의 수읽기와 또한 상대방과 실력 차이가 많이 날 때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렌주룰에서도 흑필승론이 적용되고 무적수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적수에서 이기는 수는 이 렌주룰을 염두해 두고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렌주룰이 적용되지 않는 일반 룰의 무적수는 조금더 간단하겠지만 말이다.(실제로 예전 한게임 오목 사이트에서는 룰을 일반룰과 렌주룰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이처럼 흑에게 엄청나게 불리한 렌주룰에서도 조차 흑필승론이 적용되니

새로운 룰의 제정이 필요하게 되었고, 현재 국제대회에서 사용하고 있는 룰은 바로 오프닝 룰이라는 것이다.

이 오프닝룰은 정말 어려운 룰이다. 일반인들이 쉽게 하기 어려운 것이다.

잠시 설명을 하자면 일단 바둑돌로 먼저 할 사람과 나중에 할 사람을 가린다.

(가리는 방법은 간단한데 생략 - 바둑돌 홀짝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듯)

 

흑으로 정해진 사람이 3수까지 둔다. 즉 1, 2, 3 수를 모두 동일한 사람이 두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1, 2, 3수의 형태를 보고 자신이 흑이 될건지 백이 될건지 선택한다.

그리고 백으로 선택된 사람은 네번째 수를 두고, 흑으로 선택하는 사람이 다섯번째 수를 두는데

다섯번째 수는 흑돌을 두 군데 둔다. 백으로 선택된 사람은 두 군데의 흑돌 중 한 군데를 빼고 여섯번째 백돌을 둔다

경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시작되어도 흑은 33, 44, 육목을 할 수 없다. 백은 모두 허용된다.

 

이것이 국제대회룰이다. 백으로 하여금 선택을 하게 하여 흑의 유리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두기에는 영 어렵다.

너무 복잡하고 또 그것에 대한 흑백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인은 대학교 1학년 때 2개의 무적수를 연구한 적이 있다. 백이 두 번째 수를 바로 옆에 두는 수와

대각선으로 두는 수. 이 두가지이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되었다.

지금도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주대학교에는 수담이라는 바둑동아리가 있고

이 동아리에서는 해마다 바둑 및 오목대회를 개최한다.

1999년도에 누군가 강제로 신청한 오목대회에서 난 우승을 차지했다.

(정백당이라는 동기가 있는데 나랑 몇판 둬보고 신청해 놓았으니 가서 참여라하고 했다. ㅋㅋㅋㅋㅋ)

대회에서 무적수를 시전했음은 당연한 수순이다.

2000년도에도 참여했는데, 준결승에서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여자부에서는 나의 오목 수제자 00학번 황미영 양이 우승했다. ㅋㅋㅋ)

 

이때 준결승 얘기를 조금 하자면, 상대는 엄청난 고수였다. 여지껏 대적해보지 못했던 고수라고 생각된다.

수읽기와 침착함은 본인을 넘어서는 거 같았다. 난 패배를 직감했다. 게다가 난 수읽기가 그다지 뛰어나지 못했다.

그 상대가 무적수를 알고 있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내 예상에는 그 상대는 무적수라는 것을 아는지 여부에 관계 없이 그것을 완벽히 습득한 건 아니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 무적수라는 것이 필연적인 수순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고수들과 대적할 때는 그 고수들이 무적수를 모르고 있더라도 무적수대로 흐르는 경우가 많이 있다.

 

첫번째 판에서 상대가 흑을 쥐었다. 나는 최대한 방어해 보았지만 초고수를 상대로 백을 쥐고 이기기는 어려웠다. 상대는 흑이 유리한 거의 최선의 수를 두었고 나는 패배를 당했다. 두 번째 판은 내가 흑이었으므로 당연히 이겼다. 하지만 백도 최선의 방어를 하게 되어 오목은 굉장히 많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역시 백으로는 어려웠다.(무적수는 백이 최선의 방어를 했을 때 30수 혹은 50수 이상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백이 도중에 삽질하면 금방 끝나지만 말이다.)

 

세번째 판은 상대가 흑이었는데(가위바위보에서 졌음 ㅋㅋㅋ) 역시나 흑은 거의 최선의 수를 연달아 두었다.

나는 패배를 직감했다. 그런데 상대가 피곤했는지 집중력이 흐트러졌는지 중요한 승패의 길목에서 사소한 실수를 하게 되었고.

그 사소한 실수로 인해 무적수의 수순이 깨지기 시작했다. 무적수의 수순이 깨지니 이제 승패는 동등하게 진행되었고

오히려 나에게 유리함이 있었다.

무적수는 무조건 이기는 수를 연구하기 때문에 형태의 유불리에는 관심이 없다.

무조건 이기는 수만을 찾아내다보니 오히려 흑의 형태가 매우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무적수가 시전 중에 깨지게 되면 백이 유리하게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이 있다.

그렇다고 그걸로 반드시 이긴다는 것은 아니다. 형태가 조금 유리혀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최소한 지지는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최대한 끌다가 결정적인 한 방으로 6목을 만들어 냈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때 상대가 6목은 원래 안된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래서 난 흑은 안되지만 백은 원래 되지 않느냐고 얘기했고, 끝내 진행 요원이 왔다.

진행 요원은 바둑판을 살펴보더니. 어 여섯개네, 원래 6목은 안되는 거에요. 하고 가버렸다. ㅋㅋ 이런 슬픈 일이.

그 6목을 만들기 위해 유리한 형태를 버리고 판을 짰는데... 안된다니. 나는 더이상 오목을 둘 여력이 없어 거의 기권 한 듯 게임을 마감했다. 상대는 미안한듯 더 두자고 했지만 온몸에 힘이 빠져 둘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된다. 상대도 잘못이 없는 것이 대회룰이 명확하게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상태에서 더 두었어도 형태가 너무 나빠 얼마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오목은 이렇듯 일반룰으로 두게 되면 흑이 반드시 이기게 되어 있다.

즉 오목의 시스템을 아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간의 차이는 엄청나다.

오목의 기저에 담겨 있는 시스템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격차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물론 난 오목의 고수는 아니다. 단지 무적수를 연구했다는 것만으로 승률이 높은 것이다. 수 읽기는 엄청나게 딸린다. ㅋㅋㅋ)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것들이 있다. 스타크래프트도 그렇고 철권도 그렇고 공부도 그렇고 뭐든지 그렇다

그것의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과 그냥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심지어 이 시스템을 조종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우리가 매일 이렇게 힘들게 살고 어려운 삶을 사는 것은 세상의 기저에 있는 구조와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왜 이렇게 철권을 못할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나도 예전에는 잘하는 것이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써본 글이다.

물론 지금은 오목을 10년도 넘게 안 두어서 그나마 연구한 2개의 무적수도 모두 잊었고 그렇게 특별하게 오목을 잘 두지는 못한다.

 

 

※ 이 무적수를 연구했다고 해도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초반 몇 수까지 어느 정도 상대가 둘 수 있는 경우를 연구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수순을 죄다 외워서 두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초반의 몇수를 외워 그대로 두게 되면 흑이 매우 유리하게 되어 어느 정도의 수읽기 만으로도 승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도중에 예상치 못한 수에 끊기는 경우도 있다. 그 누구도 모든 경우의 수를 외우거나 아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흑이 이길 수 있는 최선의 수를 계속해서 두어가는 것이 무적수이다. 그 가운데서 백이 삽질을 하면 쉽게 이기는 것이고 백이 최선의 방어를 계속해 나간다면 흑도 쉽게 이기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론 상으로는 흑이 무조건 이기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에 대한 연구도 되어 있다. 다만 그것을 모두 외우지는 못할 뿐이다.

 

 

 

무적수의 예

 

1. 은월무적수

 

   ○

 

백이 두번째 수로 대각선 방향을 방어했을 때 세번째 수를 저와 같이 두는 형태를 은월이라 하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무적수를 연구하는 것이 은월무적수

 

 

2. 화월무적수

○●

 

백이 두 번째 수로 바로 인접한 방향을 방어했을 때 형태와 같이 흑의 3수째를 대각의 방향으로 두는 형태를 화월 이라 하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무적수를 연구하는 것이 화월 무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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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淸談[06白] | 작성시간 11.10.29 아... 세상에나 무적수라니 ,, 생각해본 적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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