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굵었다 가늘었다 합니다. 원래는 화창하고 더워야 ㅇㅇㅅㅋㄹ이 땡기는데 이상하게 습한 오늘 그 넘이 나를 부르네요. ㅎㅎ
송악에서 돌아오는 길에 안덕농협 맞은편 가게에 들렀는데 어머나.. 새싹같은 중학생들이 버글버글하더군요. 시끄럽게 떠드는 와중에 몇몇은 아이스크림박스 위에 책을 펴놓고 공부하고 있길래 "너희들 버스 기다리려고 여기서 비 피하는 거니?"
그 중에 붙임성 있는 아이가 "네, 맞아요."
비 피하는 장소는 정류장 부스만 생각나던 저로선 살짝 당황스런 풍경이었지만? 좁은 가게에서 아이들을 피해가며 아이스크림을 샀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아이들에게 뭔가 해주고픈 마음이 들더군요.
"혹시 너희 중에 여기 교회나 성당에 다니는 학생 있니?"
순간 제 말에 멈칫하더니 어떤 여자아이가 "여기 안덕교회 말인가요?"
"그래, 꼭 교회 아니더라도 괜찮아."
"저기 안덕교회는 아니지만 교회에는 다녀요."
"오~ 기특하다. 교회 다니는 사람 손 들어보렴."
두 명이 들더군요. "그렇구나. 나는 너네들이 나중에 대학교 들어오면 가르치는 사람이야. 우리 마주친 것도 인연인데 너희들 모두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줄게. 원하는 거 집어서 바코드 찍어주렴."
"와~ 감사합니다. 제주대학에 계신가요?"
"아, 제주대학이 여기서 가장 크지? 나는 부여의 특수목적대학에서 가르친단다."
여기서 예수님과 교회 얘길 꺼낼까 하는데 A "선생님, 저 좋은 거 골라도 되나요?" / B "아냐, 그건 반칙이야. 600원이나 800원으로 해."
"ㅎㅎㅎㅎ 그럼 천원까지는 봐줄게."
우당탕탕 하면서 아이들이 무언가 고르는데 여자아이 둘은 "선생님, 저는 안 먹어도 돼요." 하고 사양하더군요.
다이어트 하니? 물어보려다가 요즘 그런 질문 싫어한다기에 "괜찮겠니?"라고만 했더니 "네."하는 대답.
그 바코드 찍는 시간안에 뭔가 얘기하려니 머리가 복잡해져서 예수님 얘기는 커녕 평소의 잡담도 안나오더군요. ㅡㅡ
'아오.. 평소 훈련이 부족한 탓이네.. 쯧쯧' 하는데 어떤 아이가 빵또아(1400원이었어요. ㅎㅎㅎㅎ) 찍은 걸 들켜서 친구들에게 핀잔 들었음. ^^; 오늘은 첫인사로 하자 맘을 정리하고 "맛있게 먹고 우리 또 마주하자~"
아이들이 우르르 서더니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새싹같은 중학생들 덕에 아무튼 돌아오는 길이 무겁지는 않았습니다. <만원이면 전도가 가능하겠다!>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은 좋은 오후였지요. ^^
어제 1구역 야외예배에서는 고난주간을 앞두고 뜻깊은 신앙의 공간을 다녀왔습니다. 시간을 두고 정리한 다음에 장로님, 권사님들께 들은 신앙 얘기와 좋은 날씨, 자연에 대해 감사하려 했는데 ^^ 오늘 마주친 아이들 표정이 좋아서 아이스크림 얘기부터 짧게 적습니다.
고난주간이 남의 절기가 아니라 내 절기가 되길, 기도회가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 되길 기도하며 저녁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