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를 하느님께서 허락해 주셨습니다.
‘지난 한해 동안 수고하고 열심히 살았다’ 라는 칭찬과 함께 새로운 한해를 주셨습니다.
온전히 한해를 우리에게 다시 맡겨 주셨기에 그것을 주님의 뜻대로 이뤄나가시기 바랍니다.
주님은 그 뜻을 우리에게 알려주실 것이며, 지혜와 주님의 생명으로 깨우쳐서 이끌어 나갈 수 있기를 빕니다.
만약에 깨닫지 못해 잘 이루지 못한다면, 연말에 깨닫게 하시고 채워주실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이 다 채워 주실텐데’라고 방기(放棄)한다면, 일년은 죽은 일년으로 또 우리에게 되돌아 올 것입니다.
하느님이 하시는 일과 우리가 그 뜻을 깨달아서 우리의 것으로 하는 일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느님의 은혜는 하나이지만, 우리가 깨달아서 내 것으로 만드는 은혜와 하느님께서 불쌍해서 채워주시는 은혜가 있습니다.
즉, “추수하는 은혜”와 “흘러 가버리는 은혜”가 있습니다.
비는 세상에 골고루 내립니다. 빗물이 그냥 흘러가면 땅을 침식시키는 일만 하겠지만, 그 비를 잘 받아먹고 대지를 적시어서 우리의 곡식을 잘 가꾼다면 마침내 큰 수확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추수의 은혜”가 됩니다.
새해에 또 다시 하느님께서 특별한 은혜를 내려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곡식을 말라 죽도록 내버려 두는 ‘종말의 일년’이 되지 않도록 우리를 살려주시겠지만
올 한해를 ‘진정 내 것으로 수확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지금부터 올해의 끝날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하느님의 은혜에 얼마만큼 잘 젖어들고, 얼마나 성실하게 그 은혜를 잘 누리면서 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지난 연말에 비염이 심해져 입으로 숨을 쉬었기에 기관지가 나빠지고 성대에도 염증이 생겼습니다.
게다가 성탄 미사때, 유황냄새가 내 성대를 칼로 자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습니다.
이에 뭔가 의미가 있다고 믿고 하느님께 ‘왜 이런 통증을 저에게 주십니까?’ 하고 기도했습니다.
어려움과 고통이 있을 때, 원망하고 좌절하기 보다는, 하느님께 왜 이런 어려움을 주시는지 여쭤봐야 합니다.
이것이 신앙인의 첫 번째 자세이며, 그로부터 긍정의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마인드 컨트롤만을 이르는 것이 아니라 시련과 장애를 왜 주셨고,
그 후에 무엇을 주시려고 하시는지? 하느님께 적극적으로 묻고 그 의미를 깨달으려고 해야 합니다.
목에 왜 그런 아픔을 주셨는지 기도하는 중에, 아기예수를 지키는 시메온의 말씀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이 아픔을 새해의 메시지로 주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기예수를 키우는 마리아의 고통은 칼로 찌르는 뜻한 아픔이었을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저에게는 아픔으로 시작하는 한해가 되었고 오히려 복된 한해가 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미사시간만 되면 콧속이 부풀어 오르는데, 지금 아픈 분들과 공감하도록 역사하시는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무언가 새해에 새로운 세계를 열라’는 하느님의 뜻이라고 봅니다.
나에게 새로운 장애가 생기고, 지금까지처럼 살지 못하게 하는 새로운 일들을 하느님께서 계속해서 만드십니다.
여러분 대부분은 몸이 옛날과 같지 않음을 계속해서 느끼는 나이대에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아 이제 병들어 죽어가는구나’ 라고 생각하면 앞으로 남아 있는 인생에서 그 공포에 사로잡혀 살 것입니다.
그러나 나에게 일어나는 사고와 아픔은, 새로운 삶을 살기를 요구하는 ‘몸의 외침’일 것입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그렇게 살지 말고 이렇게 살아라’라고 끊임없이 말씀하십니다.
공현절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오셨다’는 것을 만방이 알고 있고 이것을 축하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기예수에게 동방박사들이 찾아온 것(이방래조; 異邦來朝; 이사 60:1-6)이고, 이에는 오래전부터 비전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로써 모든 피조물들이 하느님이 오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공현으로 하느님이 오셨음이 선포된 후에는 우리가 하느님께 가는 일만 남아 있습니다.
이는 우리인생에서 따라야 할 명령이고 은혜입니다.
은혜를 피해 갈 수 없습니다. 그 은혜를 어떻게 누릴 것인가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동방박사들은 별을 보고 ‘하느님이 자기들에게 나타나신 것과 그것이 자기들을 부르는 별’이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 별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온 복과 은혜를 우리가 스스로 알아야 합니다.
은혜와 축복의 통로는 이미 우리의 인생에서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그 통로가 바로 아픔을 통해 시작된다는 것을 체험하여 믿고 있습니다.
올해 ‘아픔을 통해 우리에게 커다란 은혜와 축복이 올 것이다’라는 것을 깨달으시기 바랍니다.
그 아픔을 이겨내면 결국 하느님께서 특별한 은혜를 주실 것입니다.
일이 꼬이고 불안하고 힘든 마음 속에 축복의 통로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장애물들과 사건들을, 하느님께 나아가는 적극적인 수단이며 메시지로 알아들을 때, 그 귀를 통해 예수그리스도께 경배할 수 있습니다.
여기 경배와 성만찬에 참여한 것은, 주님이 우리에게 나타나셨다는 것이고, 하느님을 만나야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 인생에 축복과 구원자로 예수님이 오셨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선포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고단한 인생을 살아가는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축복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불평과 불만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고단한 인생이 축복으로 넘칠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