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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 전례,문화

여성사제를 어떻게 불러야 하나? ; 삼품성직 호칭의 문제- 성공회 주낙현 신부

작성자한 샘|작성시간09.09.02|조회수1,996 목록 댓글 6

              삼품성직(주교,사제,부제) 호칭의 문제

 

 

                                                                                                     주낙현 (요셉) 신부

 

 

 

역시 2년전에 서울교구 성직자 포럼에 올렸던 글입니다.

뭐 맞는 말이라고 맞장구를 치셨는데, 토론은 진척되지 않았습니다.

너무 당연한 것이서? 혹은 너무 엉뚱한 이야기여서?

하긴 호칭이야 자기 불리고 싶은대로 불리면 되니까?

 

 

한달쯤 늦긴 하지만 바다건너까지 날아오는 성공회 신문이나, 이메일 공문, 그리고 이곳 게시판에서 종종 발견하게 되는 색다른 용법이 눈에 띄더군요.

이미 성공회 신학에 정통하시다고 자부하시는 평신도 노학자의 의견도 있었고, 몇몇 신부님들의 옹호의 글도 실렸고, 또 어느 주교님을 통해서 좀더 도전적으로 제기된 문제이기도 한 것이 나름대로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서 설득력과 세력을 얻고 있는 듯합니다.

뭐 그리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성공회 성직자 호칭 문제입니다.

그 안에 있는 신화는 신화대로, 용법의 오류는 오류대로 지적하고, 그리고 실제로 어떻게 써야 할까 하는 제안도 해보고 여러분의 의견도 들어보려는 것이지요.

 

 

호칭 혼란의 원인

 

한국성공회에서 성직자 호칭 문제에 대한 작은 “혼란”은 두 가지 견해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즉 여성사제가 나온 이상, 분명하게 남성을 호칭하는 용어인 “신부”(神父)라는 호칭을 일반화하기 어색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성공회가 엄연히 개신교인데 왜 천주교 용어인 “신부”를 사용하느냐, 아예 “목사”라고 부르자는 얼핏 맞는 말 같기도 하지만 역시나 생뚱 맞은 주장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신부" 의 기원

 

어떤 분들은 성공회가 성직자를 “신부”라고 부르는 것은 한국성공회 초기 고교회 경향의 선교사들이 천주교의 용어를 그대로 들여왔기 때문이고, 이는 이전에 성공회 안에서 옥스퍼드 운동을 통해서 확대된 흔적일 뿐 역사도 별로 깊지 않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과연 그런가요?

영국기도서 1662년을 대체로 번역하고 있는 1965년 공도문은 실제로 주교에 대한 호칭을 “사부”라고 말하는데, 이는 “Reverend Father”의 번역어입니다.

성직자에 대한 일반 호칭으로서 성직의 직위 고하를 떠나서 대체로 “Father”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교회의 내에서 사용한 “호칭”으로서 “신부”라는 표현은 그리 어색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천주교에 굳이 혐의를 둘 일도 아니지요.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면 몰라도, 우리에게도 그런 전통이 있다면 다른 형제 교단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굳이 나쁠 일은 없습니다.

 

 

여성 사제를 어떻게 불러야 하나?

 

사실 문제는 정작 여성 사제를 어떻게 불러야 하느냐는 문제입니다.

그러니 별로 분명하지도 않게 역사가 어땠네, 성공회가 개신교이네 하면서 둘러서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사제를 남성 용어인 “신부”로 부를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요, 그럴 수 없다는 생각에서 요즘 갑자기 “아무개 사제”라는 표현이 부쩍 늘었습니다.

제가 쪼잔하게 시비를 거는 것은 이런 용법이 바람직한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저는 아예 “주교” “사제” “부제”와 같은 성직 고하의 직위를 표현하는 “명칭”이 “호칭”으로 사용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사실 “신부”는 모든 성직자에게 통용되는 “호칭”입니다.

직위 명칭과 호칭을 혼동하지 말자는 것이지요.

성공회가 무슨 구세군 같은 군대 조직도 아닌데 군대상 상하 서열 관계의 직위명을 붙여서 부를 필요는 없습니다.

구세군처럼 아예 그런 전통이라면 몰라도, 성공회는 내내 이런 직위를 호칭으로 삼는 전통을 발전시키지 않았습니다.

그저 누구에게든 “신부”면 족하지, 사제에게만 통칭으로 신부라고 부르고, 주교는 그 높은 직위를 우러른다는 심리로 주교로 달리 부르고, 부제는 아직 사제가 아닌 것을 굳이 구분하려고 부제로 부르는 것이 더 문제라고 봅니다.

정작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자면 주교-사제-부제라는 번역어에 담긴 권위주의를 집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여성사제는 여전히 개운치 않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저는 예전에 제 홈페이지에서도 몇번 언급한 적이 있고, 여러 신부님과 함께 의견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즉 지금까지 사용하는 “신부”라는 호칭을 내내 여성사제에게도 그대로 적용하자는 것입니다.

그럼 여성이 남성이 됩니까?

대책은 있습니다.

최소한 성공회 용법상의 “신부”의 “부”는 아비 부(父)가 아니라 어버이 부(父母)라고 우기면 되기 때문이죠.

어머니날에 아버지들이 소외되는 느낌이 든다고 우리는 없던 “어버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남성 사제들에 대해서 “신부”라고 부르면서, 여성사제들은 또 “사제”라고 구별해서 부를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호칭과 달리 서열구조를 표현하는 주교-사제-부제를 호칭으로 부르는 것도 마땅치 않습니다.

그러니 그냥 신부님으로 부르면 됩니다.

 대신 주교님, 특별히 부제님들에 대한 통칭도 신부님으로 부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것이 사실 교회에서 어떤 권위주의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생각을 움트게 하는 매우 작은 방법이기도 하겠습니다.

 

 

영어권의 호칭

 

그렇지만 여전히 반발하는 목소리도 수그러들질 않습니다.

외국의 예를 많이 들면서 그런 경우가 많은데요, 외국에 살고 있으니 다양한 경험을 함께 나눠보고 싶습니다.

영어권에서 모든 종교를 막론하고 성직자에 대한 기본적인 “표기법”은 The Rev. 아무개 – 영국식은 The Rev’d 아무개 입니다.

Reverend 라는 “존경하올” 뭐 이렇게 번역하겠는데, 이게 도통 우리 말에 없는 표현이지요.

즉 “레버런드”는 성의 구별이 없는 대신, 우리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게다가 호칭으로 스스로를 “레버런드 주낙현” 뭐 이러면 거의 닭살 놓은 진풍경이 나옵니다.

영어권에서도 이론 표기를 곧장 호칭으로 사용하는 분들이 간혹 있는데 재밌게도 대체로 개신교 분들입니다.

영어권은 원래 상놈 문화여서 그런지, 좋게 말해 평등 문화여서 그런지, 손자뻘되는 학생도 할아버지뻘되는 교수 신부님께 “하이 존”하고 부릅니다.

그냥 이름이 호칭인 처지에 굳이 ‘레버런드’니 “파더”니 할 생각이 없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걸 그리 따라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같은 한자 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의 예는 흥미롭습니다.

이네들의 표기 방법은 이렇습니다.

“사제 주낙현 목사.” 사제면 사제, 목사면 목사지, “사제 아무개 목사”는 뭔가?

한자권에서도 역시 직위 명칭과 “목사”라는 말이 호칭을 구분해서 함께 사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목사”라는 말도 따지고 보면 영어 “pastor”에 대한 번역말로 교회의 성직자 전체를 통칭하는 직위를 말하는 것이지 호칭은 아닙니다.

한자권에서는 그저 이를 직위 명칭과 호칭을 함께 사용하게 되었는데, 한국 개신교가 대표적인 양상입니다.

또 “pastor”라는 말이 개신교 용어인 것도 아닙니다.

미국 천주교에서 “주임 사제”에 해당하는 직위 명칭은 바로 “pastor”로 통용됩니다.

물론 천주교 신부에서도 “하이 존”하고 부르는 게 일반적이고, 아니면 “파더”라는 호칭을 씁니다.

정교회권은 곧 죽어도 표기 방식에서도 "The Rev. Fr. 아무개"라고 고집하고, 부를 때는 여지없이 “파더”라고 합니다.

다만 여기에는 여성사제 문제가 없습니다.

럼 영어권 성공회는… 우선 “하이 매리”가 일반적이고, 표기에서는 “The Rev. Mary..”가 우세입니다.

그러나 점차로 “Mother Mary..”라고 부르는 교회가 많아지는 듯합니다.

우리에게도 “신모”라는 호칭이 내내 수녀원의 원장 수녀님에 대한 호칭인 것처럼, 영어권에서도 “마더”는 지위 높은 수녀님을 호칭한 탓에 혼동을 피하고자 “마더”라는 호칭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호칭은 성직의 지위나 종류를 말한 것이 아니라, 호칭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교회는 그것을 가족애의 이상 속에서 친밀한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수사와 수녀를 호칭하는 “브라더” “시스터”도 그런 것이고, 이것은 내내 그리스도교의 형제 자매를 통칭하는 친밀성의 신호인 것이지요.

그러니 “마더”라는 용어를 굳이 피할 필요를 못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파더”의 준말로 Fr.를 사용하듯이, “마더”의 준말로 Mtr. 를 사용하는 일이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교회 전통은 교회의 위대한 성인들을 종종 “교부”(Church Father) 라고 부르고, 최근에는 잊혀졌다가 새롭게 발견되는 여성 영성가들을 "Spiritual Mother"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어버이의 친밀감이 넘치는 용어가 교회 전통에는 생생합니다.

예수님도 하느님을 향해서 “O, God”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아버지”(Abba)하고 부른 적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도대체 뭐 이리 복잡하냐고 반문하시며 슬슬 짜증내실 분도 계시겠군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직위 명칭과 호칭을 혼돈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굳이 직위를 쓰고 싶다면, “사제 아무개 신부” 이러면 되고, 더 나아가 부제님들도 신부님으로 통칭하면 좋겠습니다.

공문에 쓸 일이 있으면 "사제 아무개" 혹은 "사제 아무개 신부" 그도 아니면 "아무개 신부"이러면 족합니다.

“아무개 사제” 이런 촌극의 발상이 안나왔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이때 사제를 쓸 때는 “성공회 사제(부제)인 아무개입니다.”

이렇게나 자기를 소개할 때 쓰든지 하면 좋을 법합니다.

굳이 누가 물어보면, “성공회 성직자를 호칭할 때는 신부라고 합니다” 이렇게 토를 달아주면 됩니다.

토달기에 인색할 필요도 없습니다.

 

여성사제에게도 “신부”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맙시다.

우리는 “어버이부”를 쓰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렇게 좀 당당해지면 된다고 봅니다.

굳이 이런 걸로 무의식 저편에 "여성사제"와 "남성신부"를 구별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할 일입니다.
(2005년 5월 18일)

 

 

 

출처: 성공회 신학- 전례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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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한 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9.04 주교, 부제 모두 성직자이니 '신부'로 통칭 하자는데 동의 합니다. 현재에선 어렵겠지만... 주교님들 부터 당신들을 그렇게 부르라고 하면 문제가 없지요...
  • 작성자조 프란시스 신부 | 작성시간 09.09.10 지난 해 영국에서 두어 주간 머물면서 여러 성당을 둘러보았습니다. 주교님에게 사제님에게 부제님에게나 평상시에 쓰는 경칭은 모두 '신부님(Father)'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제만을 신부로 부르는 것이 아니구나란 것을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 작성자김재홍바우로 | 작성시간 10.07.18 전 사제라고 부릅니다.^^
  • 작성자서패지왕 | 작성시간 10.11.20 에이 그래도 어떻게 여사제한테 신부라고 부르나요 말도안됨.. 전 그냥 여사제는 사제라고 부를것임 남사제는 당연히 신부님이라고 부름
  • 작성자andy | 작성시간 11.11.29 원장 수녀를 신모라 부르는 것은 잘못된 명칭 중 대표라 하겠음.
    원장 수녀라면 원장수녀이지 신모는 무슨 신모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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