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_즉문즉답 온라인
#주낙현 신부님의 페북에서 가져온 내용입니다
#주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성공회의 영문 표기 가운데 Anglican 과 Episcopal 의 차이
몇 주 전에 다른 교구 신부님께서 이메일로 문의를 하신 내용에 답변을 적어 보냈는데, 여기서도 함께 나누어야겠다 싶어, 다시 정리하여 올린다.
Q. 성공회에 관한 영문 표기로 ‘Anglican Church’ 와 ‘Episcopal Church’가 있는데, 이런 표현의 기원은 무엇인가요? 미국 성공회 (The Episcopal Church)의 첫 주교가 스코틀랜드 성공회 (The Scottish Episcopal Church)에서 주교 서품을 받아 ‘Episcopal Church’라는 말을 썼다는 설명이 있는데 맞는 것인지요?
A.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성공회’에 관한 영문 표기로, 두 단어가 함께 쓰이는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이에 관한 설명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좀 지면으로는 좀 긴 답변이 될 것 같습니다.
1. 잉글랜드 성공회와 스코틀랜드 성공회
잉글랜드 성공회(The Church of England) 잉글랜드의 국교입니다. 세계성공회에서 유일한 국교이지요. 그런데 스코틀랜드에서는 장로교가 국교(The Church of Scotland)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스코틀랜드에 있는 성공회 신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들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국교가 아니라, 소수 교파 교회로서 자기 정체성과 교단을 유지했습니다. 물론 전례와 신학은 성공회 전통을 유지하고요. 다만, 스코틀랜드 성공회 사람들은 ‘영국인'을 뜻하는 ‘Anglican’이라는 말을 아주 싫어했습니다. 자신들은 ‘Scottish’이니까요. 그래서 그들은 자기 교단 이름을 ‘The Scottish Episcopal Church’ 라고 지었습니다. '주교제' 전통의 교회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해서 성공회를 드러내는 교회 이름은 17세기와 18세기를 거치는 동안 이미 ‘Anglican’ (영국 전통)과 ‘Episcopal’ (스코틀랜드 전통)으로 나뉘었습니다. 같은 교단이긴 하지만요.
2. 미국의 ‘영국 교회’와 미국 성공회
미국은 영국의 식민지였습니다. 영국은 미국 식민지에 '잉글랜드 성공회’(the Church of England) 소속 교회를 세웠습니다. 영국에서 선교사와 성직자가 와서 교회를 사목했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the Church of England in North American colony’(북미 식민지에 있는 영국 교회)였지요. 미국에 있는 ‘영국 교회’들은 모두 잉글랜드 성공회 런던 교구 소속이었습니다. 런던 교구장이 미국 식민지 교회의 교구장 주교였습니다.
그런데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미국이 영국과 전쟁을 해서 독립을 하게 됩니다(1775-1783). 그러면, 미국에 있는 ‘잉글랜드 성공회 교회들'과 성직자들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많은 성직자들은 영국으로 돌아가거나, 아직 영국 식민지로 남아 있던 캐나다로 갔습니다. 소수의 성직자들은 독립한 미국에 남기로 하고 교회 사목도 계속 이어갔습니다.
두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하나는 교회 성직자가 모자라게 되었다는 것이고요. 이런 교회들은 신자들이 나서서 교회를 지켰습니다. 이후 미국 성공회에서 신자들의 지도력이 아주 강해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른 하나는 모자란 성직자를 채우려면 성직 서품을 해야 하는데, 서품할 주교가 없다는 현실이었습니다.
자신들의 독립된 성공회를 구성하려면 주교가 필요한데, 주교 서품은 주교에게서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주교 후보를 선출해서 영국 런던에 보냅니다. 주교로 서품해 달라고요. 그런데 런던 교구장이 이를 거절합니다. 조금 복잡한 정치적 이유가 있었습니다. 결국 그 주교 후보(사무엘 시버리)는 같은 성공회인 스코틀랜드 성공회에 갑니다. 스코틀랜드 성공회는 미국 주교 후보를 서품합니다. 중요한 권고 하나는 스코틀랜드 성공회 기도서의 성찬기도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3. ‘에피스코팔 처치’ Episcopal Church
미국은 독립을 했기 때문에 '영국'의 식민지라는 인상을 어떻게든 지우려 했습니다. 그러니 영국 냄새가 짙은 ‘Anglican’이라는 표현을 원래부터 싫어했습니다. 이미 성공회를 표현한 말로 ‘Anglican’ 과 ‘Episcopal’이 있었기 때문에, 미국의 선택은 당연히 ‘Episcopal’ 이었습니다. 우연의 일치인 것이지요. 미국은 스코틀랜드에서 서품을 받기 전부터 ‘Protestant Episcopal Church’라는 말을 썼습니다. ‘Protestant’는 ‘로마 가톨릭’이 아니라는 뜻으로, 그리고 ‘Episcopal’은 다른 개신교와 달리 주교제 교회 전통을 지킨다는 뜻이었습니다.
한편, 잉글랜드 성공회는 미국 주교가 스코틀랜드 성공회에서만 서품 받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 다음부터는 잉글랜드 주교들이 미국 주교를 서품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말해, 성공회는 차례대로, 잉글랜드 성공회, 스코틀랜드 성공회, 미국 성공회로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Anglican Church 라는 말은 아직도 '영국' 냄새가 풍기지만, 이제는 거의 '성공회'를 통칭하는 일반명사가 되었습니다. 한편, Episcopal Church 라는 말도 성공회를 뜻하는 통칭이 되었고요. 어떤 용어를 쓰든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에피스코팔 처치'가 좀 더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