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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소설 기출 모음

[ㄴ(니은)]눈이 오면_임철우

작성자안인숙|작성시간10.09.19|조회수1,513 목록 댓글 0

[28~3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2010년 6월 고3 모의평가>

   그는 지금 어머니와 함께 꼬두메를 찾아 내려가고 있는 참이었다. 허황하기조차 한 그녀의 넋두리를 좇아 이렇듯 추운 한겨울밤을 완행열차에 흔들리며, 떠나온 지 십삼 년이 넘은 고향으로 향하게 되리라고는 바로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는 미처 상상조차 못 했던 것이다. 이 느닷없는 귀향길은 어찌 보면 어처구니없을 만큼 충동적으로 결행된 셈이었다. 아내의 말마따나 제정신이 아닌 짓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바로 이날 오후였다. 휴일이 아닌데도 그는 담배꽁초만 재떨이에 수북하게 쌓아 가며 종일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었다. 몸이 불편해서 출근하지 않는 줄로만 여겼는지, 아내는 되도록이면 그를 혼자 있도록 내버려두고 있는 눈치였다. 이날 아침 그는 기어이 사표를 써서 집 앞 우체통에 넣었던 것이다. 몇 푼 안 되는 퇴직금은 고사하고라도 몇 달째 밀린 봉급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조차 사라진 지 오래였다. 무엇보다 자신과 똑같은 처지의 동료들의 누렇게 뜬 얼굴들을 대하기가 소름이 돋도록 두려웠다. 결국 그는 또다시 실업자가 되었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번으로 꼭 두 번째였다. 신문사를 나온 후, 오 년 동안의 그 ㉠공백 기간에 겪었던 처참함을 그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제 아내는 다시 예전처럼 방 한 칸이 달린 구멍가게 자리를 구하기 위해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변두리를 돌아다닐 수도 없으리라. 그나마 남아 있던 쥐꼬리만 한 돈은 바닥이 난 지 오래였고, 전세금을 줄여 가며 변두리로만 이사를 다니다가 급기야 월세방 처지로 주저앉게 된 지도 벌써 이태째였다. 하지만 그는 이젠 도저히 또 다른 직장을 찾아 나설 용기도 아니, 그래야 할 것이라는 생각조차도 사라져 버리고 만 듯한 느낌이었다.

   놀라우리만큼 자신이 허약해져 있다는 사실을 이즈음에야 그는 뒤늦게 깨닫고 있었다. 참으로 비겁한 변명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것은 어머니의 몰락이 자신에게 가져다 준 가장 확실한 선물일 수도 있었다. 어머니의 그 넓고 미더운 그늘이 머리 위에서 걷히어져 버리고 난 후, 그는 ㉡햇볕 속으로 나온 음지 식물처럼 삽시간에 말라 비틀어져 가고 있었다. 눌눌한 콧물을 후룩거리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는 수없는 방황을 치러 왔지만, 그때마다 그를 단단히 붙잡아 안전한 곳으로 이끌어 준 것은 바로 어머니의 그 보이지 않는 손길이었던 것이다. 오 년의 실직 기간 동안, 거의 날마다, 그것도 얻어 마신 술에 취해 밤늦게 돌아와 대문 앞에서 허물어지듯 쓰러져 버리곤 하던 그가 그래도 최후의 고집스런 용기만은 요행히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역시 어머니의 그 ㉢변함없는 그늘을 은연중에 믿고 있었음으로 해서이리라. 하지만 이젠 어머니의 그 야윈 손길마저도 아무런 ㉣기적을 베풀 수가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엄청난 ㉤절망의 심연으로 까마득히 가라앉아 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중략)

   아아. 이 눈 속에서 어머니는 혼자 어디로 가신 것일까. 찬우야이. 꼬두메로 핑 가자이. 불길한 주문만 같던 어머니의 음성이 귓전에서 맴을 돌았다. 정말, 어머니는 기어코 꼬두메를 찾아가시겠다고 얼토당토않게 시리 홀로 길을 나선 것일까. 온몸에 하얗게 눈을 맞으며 어디론가 하염없는 걸음을 옮기고 있을 어머니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다. 꼬두메는 이미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과거 속의 마을이었다. 그렇다면 어머니는 이젠 더 이상 아무도 그곳을 기억해 주지 않는 이 땅을 떠나, 그 과거의 이름들이 아직 살아 숨 쉬고 있을 또 다른 세계를 찾아 길을 나선 것일까. 그렇다면 그 세상은 오직 어머니 혼자만 아는, 당신만의 소중한 세계일 터였다. 거기엔 어머니가 한시도 잊지 못했던 그리운 사람들과 정겨운 이름들이 예전 그대로 살아 있을 것이었다. 한쪽 눈을 못 보는 아버지와 착한 형, 그리고 어쩌면 어린 시절의 그의 앳된 얼굴도 그 가난한 식구들 곁에서 함께 곤히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니야. 그러나 그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어 버렸다. 꼬두메는 이미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결코 아무도 찾아갈 수 없는 망각의 땅일 뿐이다.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알고 있는 그 분명한 사실을 다만 어머니 혼자서만 아직도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

   찾아야 해. 어머니를 찾아내야만 해.

   그는 마침내 흐드러지게 쏟아져 내리는 함박눈을 맞으며,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잣고개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차츰 눈송이가 굵어져 가고 있었다. 은빛, 세상은 온통 은빛이었다.

- 임철우, <눈이 오면>

28. 위 글의 서술상의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② 특정 인물의 시각에서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③ 담담한 태도로 사건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④ 대화를 통해 인물의 심리와 태도를 서술하고 있다.

⑤ 인물 간의 대결 의식을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29. <보기>를 참고하여 위 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3점]

                                               <보기>

   임철우의 소설 <눈이 오면>은 고향을 찾아가는 ‘여로(旅路)구조’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 구조는 사건의 전개 과정이나 작중 인물의 성격 창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① ‘그’가 귀향 여행을 충동적으로 결행한 것으로 설정하여, ‘그’의 성격이 즉흥적이면서도 낙천적이었음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② 십삼 년 만에 처음으로 고향을 찾아가도록 하여, ‘그’가 지금까지 현실과 타협하면서 잘 적응해 왔음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③ 겨울밤 완행열차를 귀향 수단으로 택해 성찰의 시간과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그’가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해 반성해 보도록 하였다.

④ 귀향 과정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어머니’를 찾아 나서는 모습을 제시하여, ‘그’가 사려 깊지 못하고 부주의한 인물이었음이 드러나도록 하였다.

⑤ 귀향하는 날 사표를 제출하는 것으로 처리하여, ‘그’가 과거의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이제는 적극적인 삶을 추구하는 인물로 변모되었음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30. 꼬두메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꼬두메에는 ‘그’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들어 있다.

② 꼬두메는 ‘세상 사람들’이 더 이상 기억하지 않는다.

③ 꼬두메가 이 세상에 없음을 ‘어머니’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④ 꼬두메는 ‘그’가 가족과 함께 물질적 풍요를 누리던 곳이다.

⑤ 꼬두메는 ‘어머니’가 찾아가고 싶어 하는 그녀의 소중한 세계이다.

 

31. 문맥상 ㉠~㉤의 의미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실직했던 기간

② ㉡ : 세상의 따뜻한 인정

③ ㉢ : 한결같은 사랑과 보호

④ ㉣ : 삶을 지탱해 주거나 도와줌

⑤ ㉤ : 극심한 무력감과 좌절감

 

[정답] 28. ②      29. ③      30. ④      31.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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