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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소설 기출 모음

[ㄱ(기역)]겨울 나들이_박완서

작성자안인숙|작성시간11.01.22|조회수2,131 목록 댓글 4

오늘 박완서 선생님께서 별세하셨다.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은 각종 시험에 아주 많이, 또 자주 출제된다.

<엄마의 말뚝>, <그 여자네 집>, <자전거 도둑>, <우황청심환>, <저문 날의 삽화3>, <겨울 나들이>, <황혼>, <아저씨의 훈장> 등이 모의고사에 출제된 작품인데..

완서 선생님의 작품을 다시 보며 그분을 추모한다.

 

[23~27]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2003년 3월 고3 전국연합>

   아주머니가 먼저 노파 얘기를 꺼냈기 때문에 나는 자연스럽게 노파의 이상한 도리질에 대해 물을 수가 있었다.

   “할머니께서 제가 몹시 못마땅하셨나 보죠. 말씀은 안 하셨 지만 제가 안방에 있는 내내 고개를 젓고 계셨어요.”

   “벌써 이십오 년 동안이나 그러고 계신 걸요.”

   “이십오 년 동안이나!”

   나는 기가 막혀서 벌린 입을 못 다물었다.

   “네, 이십오 년 동안이나 허구한 날 자는 시간만 빼놓고…….”

   나는 아주머니의 눈이 젖어 오는 것처럼 느꼈으나, 말씨는 침착하고 고즈넉했다.

<중략>

   그것은 육이오 동란 통에 발작한 증세였다. 동란 당시 젊은 면장이던 그녀의 남편은 미처 피난을 못 가서 숨어 살아야 했다. 처음엔 집에 숨어 있었지만 새로 득세한 패들의 기세에 심상치 않은 살기가 돌기 시작하고부터는 집에 숨겨 놓는다는 게 암만해도 불안했다.

   어느 야밤을 타 그녀는 남편을 집에서 이십 리쯤 떨어진 광덕산 기슭의 산촌인 그녀의 친정으로 피신을 시켰다. 시어머니와 그녀만이 알게 감쪽같이 그 일은 이루어졌다. 어떻게 된 게 세상은 점점 더 못되게만 돌아가 이웃끼리도 친척끼리도 아무개가 반동이라고 서로 고자질하는 짓이 성행해, 피비린내 나는 끔찍한 일이 이 마을 저 마을에 하루도 안 일어나는 날이 없었다. 끔찍한 나날이었다. 이렇게 되자 그녀는 시어머니까지도 못 미더워지기 시작했다. 어리숙하고 고지식하기만 해 생전 남을 의심할 줄 모르는 시어머니가 행여 누구 꼬임에 빠져 남편이 가 있는 곳을 실토하면 어쩌나 싶어서였다. 시어머니 같은 사람이 살 세상이 아니었다.

   그녀는 공부 못하는 아이에게 구구셈을 익혀 주듯이 끈질기게 허구한 날 시어머니에게 ‘모른다’를 가르쳤다.

   “어머님은 그저 모른다고만 그러세요. 세상 없는 사람이 물어도 아범 있는 곳은 그저 모른다고 그러셔야 돼요. 난리 나던 날 집 나가고 나선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고 딱 잡아떼셔야 돼요. ㉠입 한번 잘못 놀려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세상이에요. 큰댁 식구들이나 작은댁 식구들이 물어도 그저 모른다고 그러셔야 돼요. 이쁜이 할머니가 물어도, 개똥이 할머니가 물어도 그저 모른다고 그러셔야 돼요. 아무도 믿으시면 안 된다구요. 네, 아셨죠? 어머님.”

   그녀는 힘차게 도리질까지 곁들여 가며 거듭거듭 이 ‘모른다’를 교습했다. 시어머니는 늘상 겁먹고 외로운 얼굴을 해 가지고 혼자 있을 때도 “몰라요, 난 몰라요.” 하며, 역시 도리질까지 해가며 열심히 연습을 하는 것이었다.

   난리가 났다고는 하지만 순박하던 마을 사람들이 무슨 도척*의 영신이라도 씐 것처럼 서로 죽이고 죽는 것 외에는 대포 소리 한 번 제대로 난 적이 없던 마을에 별안간 비행기가 날아와 기총소사와 폭탄을 쉴새없이 퍼붓고 앞산 뒷산에서 총소리가 며칠 계속해 콩 볶듯이 나더니만 이어서 죽은 듯한 정적이 왔다. 집 속에 쥐 죽은 듯이 처박혔던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조심조심 고개를 내밀었다간 재빨리 움츠러들었다. 아직은 서로의 대화를 꺼리고 있었다. 빨갱이가 물러갔다는 증거도 안 물러갔다는 증거도 없었다. 그쪽에 붙어서 세도 부리던 패거리들의 모습은 안 보였지만 인민위원회가 쓰던 이장집 마당 깃대꽂이엔 아직도 그쪽 기가 펄럭대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런 어중간하고 모호한 때에 벌써 성질이 급한 남편은 야밤을 타서 집에 돌아와 있었다. 서울이 이미 수복됐는데 제까짓 것들이 여기서 버텨 봤댔자 며칠을 더 버티겠느냐는 거였다.

[A] 텃밭엔 이미 김장 배추를 간 뒤였지만 울타리엔 기름이 잘잘 흐르는 애호박이 한창 잘 열 찬바람내기였다. 아침 이슬을 헤치며 뒤란으로 애호박을 따러 나갔던 시어머니가 별안간 찢어지는 소리를 냈다.

“몰라요, 몰라요. 정말 난 모른단 말예요.”

소름이 쪽 끼치고 간담이 서늘해지는 처참한 비명이었다. 그녀도 뛰어나가고 그녀의 남편까지도 엉겁결에 뛰어나갔다. 잠깐 아무도 분별력이 없었다. 저만치 뒷간 모퉁이에 패잔병인 듯싶은 지치고 남루한 인민군이 서너 명 일제히 총부리를 시어머니에게 겨누고 있었다. 그들도 놀란 것 같았다. 그들은 처음부터 누굴 해치려고 나타났다기보다는 그냥 시어머니와 마주쳤거나 마주친 김에 옷이나 먹을 것을 달랄 작정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들이 무슨 말을 걸기도 전에 시어머니는 그 자리에 꼼짝도 못 하고 못박힌 채 고개만 미친 듯이 저으며 “몰라요, 난 몰라요.”를 딴사람같이 드높고 쇳된 소리로 되풀이했다. 패잔병 중 한 사람의 눈에 살기가 번뜩이는가 하는 순간 총이 그녀의 남편을 향해 난사됐다. 그녀의 남편은 처참한 모습으로 나동그라지고 그들도 어디론지 도망쳤다. 이런 일은 일순에 일어났다.

   그 후 거의 실성하다시피 한 시어머니를 오랫동안 극진히 봉양한 끝에 어느 만큼 회복은 됐지만 그때 뒷간 모퉁이에서 죽길 기를 쓰고 흔들어 대던 도리질만은 그때 같은 박력만 가셨다 뿐 멈출 줄 모르는 고질병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도리도리 할머니라는 이 동네 명물 할머니가 됐다.

   아주머니는 이런 얘기를 조금도 수다스럽지 않고 담담하고 고즈넉하게 했다.

   “이젠 고쳐 드려야겠다는 생각보다 도와 드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도와 드리다니요? 어떻게요?”

   “당신 임의로는 못 하시는 일이고, 얼마나 힘이 드시겠어요. 삼시 잡숫는 거라도 정성껏 잡숫게 해 드리고 몸 편케 보 살펴 드리고, 뭐, 그런 거죠. 대사업을 완수하시고 돌아가시는 날까지 그거야 못 해 드리겠어요.”

치매(癡呆)가 된 채 허구한 날 도리질이나 해대는 걸 ‘대사업’이라고 하는 아주머니의 농담에 웃으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아주머니의 태도가 조금도 농담 같지 않아서였다. 정말 대사업을 힘껏 보필하는 이의 사명감과 긍지로 아주머니의 얼굴이 은은히 빛나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어쩌면 이 아주머니야말로 대사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등골에 전율이 지나갔다.

- 박완서, 겨울 나들이 -

*도척 : 춘추 시대의 큰 도적. 몹시 악한 사람을 비유함.

23.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서술자는 다양한 각도에서 사건의 의미를 분석하고 있다.

② 여러 번 반복되는 말을 통해 시대적 분위기를 보여 주고 있다.

③ 작중 인물의 회상을 통해서 과거의 사건이 드러나고 있다.

④ 중심 사건을 체험한 주체와 작품의 서술자가 분리되어 있다.

⑤ 서술자의 의문과 오해가 풀려 가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24 <보기>는 [A]를 시나리오로 각색해 본 것이다. ⓐ~ⓔ 중, 새로운 내용이 첨가된 것은?

 

S# 15. 집 뒤뜰

남루한 차림의 인민군 패잔병들,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뒤뜰로 접근하다가 시어머니와 마주친다. 흠칫 놀라는 패잔병들과 시어머니. 짧은 침묵 속에 팽팽하게 긴장감이 흐른다.

시어머니 : (ⓑ느닷없이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몰라요, 몰라요! 정말 난 몰라욧!

 

   ⓒ당황한 패잔병들, 일제히 시어머니에게 총을 겨눈다.

 

시어머니 : (계속하여 고개를 저으며) 몰라요, 난 몰라욧!

   ⓓ이때 허겁지겁 뛰어오는 아들과 며느리, 패잔병들과 맞닥뜨린다.어머니가 위험에 처한 것으로 판단한 아들, 패잔병들을 향해 달려간다. 총성과 함께 쓰러지는 아들. 황급히 도주하는 패잔병들.

① ⓐ      ② ⓑ      ③ ⓒ       ④ ⓓ      ⑤ ⓔ

 

25. ㉠의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낸 말은?

①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

② 제 눈썹은 보지 못한다.

③ 꼬리가 길면 밟힌다.

④ 긴병에 효자 없다.

⑤ 등잔 밑이 어둡다.

 

26. ㉡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 ‘나’의 심리와 가장 가까운 것은?

① 모골이 오싹해 질 정도로 두려움이 스쳐 지나갔다.

② 무엇이 무엇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러웠다.

③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 흥분으로 온몸이 짜릿했다.

④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라 안타까워했다.

⑤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로 숙연하게 감동에 젖어 들었다.

 

27. 윗글을 읽은 학생들이 ‘할머니의 도리질’에 대해 보인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2.2점]

① 이십오 년 동안이나 도리질을 하면서 힘들게 살 수밖에 없었던 할머니가 참 불쌍해.

② 아들의 죽음이 자기 탓이라고 여기는 데서 오는 자책감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난 것이 아닐까?

③ 아들의 죽음이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라 그것을 사실로 인정할 수 없다는 강한 부정으로 받아들여져.

④ 자신에게 ‘모른다’는 연습을 시켜 결과적으로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게 한 며느리에 대하여 반감을 나타내는 행동으로 보여.

⑤ 온전한 상태에서 나온 행동은 아니겠지만, 할머니의 도리질은 작품의 주제를 형상화하는 데에 큰 몫을 차지하는 것으로 생각돼.

 

[정답]  23. ①      24. ⑤      25. ①      26. ⑤      27. ④

[해설]

[23~27] 출전 : 박완서, 겨울 나들이

   6·25 전쟁으로 인한 한 가족의 수난과 그 극복을 주제로 한 단편이다. 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부인 ‘나’는 자신의 일상적인 삶에 대해 회의를 품고 어느 날 무작정 집을 나서서 여행길에 오른다. 우연히 들른 어느 여인숙에서 쉬지 않고 도리질을 해대는 할머니와 그 며느리를 만나 이들의 비극적인 사연을 듣게 된다. ‘나’는 엄청난 시련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삶에 대해 새롭게 자각하게 된다.

 

 

23. [출제 의도] 소설을 읽고 서술상의 특징 파악하기

제시된 글에서 서술자는 ‘나’이지만 중심 인물은 ‘할머니’와 ‘아주머니’이다. ‘나’는 ‘아주머니’를 통해 듣게 된 과거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관찰자인 것이다. 서술자(‘나’)에 의한 사건의 의미 부여는 글의 끝 부분에 가서나 약간 나타날 뿐 다양한 각도에서 제시되지는 않았다.

[오답 피하기]

과거 회상 대목에서 ‘모른다’라는 말이 자주 반복되었는데, 이를 통해 전쟁 당시의 살벌한 분위기와 불신 풍조가 부각되고 있다.

③ ‘아주머니’의 회상을 통해 과거의 사건이 요약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④ 과거의 사건이 중심이 되고 있는데, 그것을 체험한 주체는 ‘아주머니’와 ‘할머니’이다. 그들과 서술자인 ‘나’는 구별된다.

⑤ ‘나’는 ‘할머니’의 도리질에 대해 오해하고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아주머니’가 전해 준 이야기를 통해 그러한 오해와 의문을 풀게 되었다.

 

 

24. [출제 의도] 소설의 일부 장면을 다른 장르로 변용하기

~ⓓ는 [A] 부분에 직접 제시되었거나 정황으로 미루어 충분히 있었음 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들’이 그 어머니를 구하려다가 죽음을 당한 것으로 짐작할 만한 근거는 나타나 있지 않다.

 

 

25. [출제 의도] 특정한 구절의 의미를 속담을 활용하여 표현하기

㉠에서는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 이런 경우에 쓸 수 있는 속담은 ①이다. ①은 세 치밖에 안 되는 짧은 혀라도 잘못 놀리면 사람이 죽게 되는 수가 있다는 뜻으로, 말을 함부로 하여서는 안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오답 피하기]

아주 가까이에서 일어난 일을 모르고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③ 나쁜 일을 아무리 남모르게 한다고 해도 오래 두고 여러 번 계속하면 결국에는 들키고 만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④ 무슨 일이거나 너무 오래 끌면 그 일에 대한 성의가 없어서 소홀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⑤ 대상에서 가까이 있는 사람이 도리어 대상에 대하여 잘 알기 어렵다는 말.

 

 

26. [출제 의도] 상황을 고려하여 인물의 심리 추리하기

‘아주머니’가 남편을 잃고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절망하기는커녕 오히려 의연하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나’는 숙연하게 감동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이와 같은 문맥으로 볼 때 ㉡을 감동을 느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두려움을 느낀다는 의미로 쓰이는 ‘등골이 서늘하다’, ‘등골이 오싹하다’ 등의 관용어와 유사한 것으로 보는 것은 오해임이 명백하다.

 

 

27. [출제 의도] 인물의 행동에 담겨 있는 의미 해석하기

이 작품에서 ‘할머니의 도리질’은 아들의 죽음이라는 비극적 참상 때문에 나타나게 된 행동이라는 점에서, ①과 같이 측은한 마음이 들게도 하고, 작품의 내적 연관성을 고려한 ②나 ③ 같은 반응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전쟁으로 인한 비극적 참화를 부각시키는 장치로 보아 ⑤와 같이 해석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④는 무리한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이 글의 어느 곳에서도 ‘할머니’가 그 며느리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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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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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일과밥과돈 | 작성시간 11.01.26 자상하신 안인숙 샘! 고마워요...
  • 답댓글 작성자안인숙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1.26 앗, 선생님........... 자상은 제 컨셉 아닌데...ㅋ
  • 작성자유짱 | 작성시간 11.04.27 고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안인숙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4.27 감사 멘트 제가 외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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