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마지막 정암학당의 공개 교양 강좌는 이태수 선생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특히 <故 素隱 朴洪奎 선생님 연구발표회>이후 연속으로 진행된 까닭에
함께 하셨던 윤구병 선생님을 비롯한 정암학당의 많은 연구원 선생님께서
자리를 함께 하셨고 말씀을 나누어주셔서 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현장의 분위기를 모두 전할 수 없음이 아쉽지만...나눠주신 자료를 중심으로
선생님께서 강조하셨던 부분을 기억^^에 의존해 다시 한 번 옮겨봅니다.^^;;
1. 정의(正義)의 일상적인 뜻
*'정의'의 어원 : 호메로스의 저작에서도 나타나는 'dikē'로 볼 수 있음
1) 넓은 의미의 정의 : 법이나 윤리규범(nomos)을 지키는 것을 뜻함
2) 좁은 의미의 정의 : 구체적으로 진 빚을 갚는 것과 같이 주로 재화의 주고 받음의 관계에서의 공정함
3) 아리스토텔레스의 구분 :
-정의는 모든 덕(aretē)의 합으로 타인과의 관계가 강조되는 사회적 성격의 것
-부분적 정의는 공정(ison : 같음)함을 지키는 덕목
ㄱ. 배분적 정의 : 재화의 나눔(기하학적 공정) 등과 관련된 것
배분적 정의는 재화가 한정된 것으로 zerosum 게임의 대상이 되는 것에 관련
(좀 생소하게 들렸던 것이 '명예'가 배분적 정의의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국가 무공 훈장 등이 그 예로, 너무 많은 사람에게 그 훈장이 수여될 경우
그로 인한 명예의 희소가치가 감소하는 것으로 보았다는 말씀^^;;)
ㄴ. 교정적 정의 : 재화의 거래(산술적 공정)등과 관련된 것
(교환 정의 등의 예로 처벌의 공정성을 들어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죄값에 합당한 정도의 처벌도 이런 교환 정의에 포함된다고...)
* 공정(ison) vs. 더 가짐(pleonexia)
2. 플라톤의 정의의 뜻에 관한 이해
-플라톤의 저작 [국가]의 부제 '정의에 관하여'로 나타나듯, 또한 해당 저서 제1권에서 다양한 인물과의 대화를
통해 나타나듯 플라톤의 '정의'에 관한 탐구는 당시 일반인들의 인식 수준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분류한 단계
보다 더 깊이 캐고 들어가 진정한 의미의 정의를 '한 존재자의 존재의 의미'라는 측면, 즉 일종의 형이상학적
원리로 이해함.
-개인의 경우 영혼의 조직, 국가의 경우에는 국가조직
3. 플라톤의 저작 [국가]를 읽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
1) 저술 추정 연대 : BCE 380~370년(플라톤의 중기 대화편이 쓰여지던 시기)
2) 작품 속 대화의 연대 : BCE 411년경(펠로포네소스 전쟁, BCE 431~404년)
3) 작품 속 대화의 장소 : 피레우스 항구에 위치한 케팔로스의 집
4)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 케팔로스, 폴레마르코스, 트라쉬마코스, 글라우콘, 아데이만토스 등
-작품 배경이 되는 411년이라는 시기와 무기 거래로 커다란 부를 누렸던 케팔로스 옹의 집에서 주고 받는 대화는
매우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아테네의 지식인들이 주고 받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실제 아테네 민중들의 경우
폴레마르코스는 30인 과두정의 폭정에 의해 희생이 되었고, 소크라테스의 경우 다시 회복된 민주정 하에서 사형
을 당했다는 사실을 아는 상태에서 이 이야기를 읽었답니다. 그러니 그 작품속에 나누는 평화로운 분위기는 이미
거짓 평화이며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나타나는 '정의'에 관한 담론이 얼마나 허약한 기반에 서 있는 것인지
알고 읽었을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보라고 하시더군요.^^
4. 작품의 줄거리 개요
1) 문제 제기 : 정의란 무엇인가?
2) 첫 번째 정의 시도 : 케팔로스, 폴레마르코스의 대화
전승된 가치관의 틀 내에서의 이해(반성 없는 기존 가치관의 답습)
-남을 속이지 않고 사업을 해서 빚진 것 없이 인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케팔로스
-남에게 합당한 것을 주는 것(친구에게는 좋은 것을, 적에게는 나쁜 것을)
-무반성적 순응주의, 기복적 요소도 포함함
3) 두 번째 정의 시도 : 트라쉬마코스와의 대화(경험주의적 접근)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라고 강변하는 트라쉬마코스의 발언을 통해 혼란한 아테네 사회에
통용되는 일반인의 의식을 나타냄
-법에 따르는 것이 정의이며 법은 강자의 이득을 위해 만들어진 것, 즉 정의는 강자의 이득
-소크라테스의 반론 :
통치자의 실수 가능성-엄격한 의미의 통치차-통치술의 성격-돈벌이 기술-
-기술과 더 가짐(pleonexia)-부정의와 분열-기능 논변
**부정의는 분열, 기능 논변은 이태수 선생님께서 강조하시고자 하는 부분)
4) 세 번째 정의 시도 : 글라우콘 아데이만토스와의 대화(계약론적 접근)
'좋음'의 종류 : ㄱ. 그 자체로 좋은 것
ㄴ. 그 자체로도 좋고 그 결과로 좋은 것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것
ㄷ. 그 자체로는 좋지 않아도 그 결과로 좋은 것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것
-정의는 서로에게 부정의를 행할 때 겪게 되는 피해를 피하기 위해서 서로 부정의를 행하지 않기로 협약한
내용임. 따라서 그것은 마지막 좋음에 해당하는 것.
5) 네 번째 설명 시도 : 플라톤의 이야기
이상적인 국가의 구성을 통해 정의가 그 자체로 추구할 만한 가치를 지닌 덕(aretē)으로 설명
-이상국 모델을 통한 설명의 정당 근거 : 국가와 개인의 유사성(analogy)
작은 글씨로 쓴 글과 큰 글씨로 쓴 글의 비유
-최소 국가 - 팽창한 국가 - 아름다운 국가(kallipolis)
5. 이상국의 기본 골격
1) 전 국가는 통치자, 조력자, 생산자 세 계급(세습되지 않음)으로 구성됨
2) 빈부 격차는 최소화(플라톤은 당시 아테네의 빈부 격차를 국가 분열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
3) 수호자 집단에게는 사유재산이 허용되지 않음(사유재산 뿐 아니라 처자를 공유함)
4) 수호자 집단의 교육 : 체육과 음악, 교육 내용의 통제, 통치자 선발
6. 국가의 덕(훌륭함, aretē)과 개인의 덕
1) 국가의 세 계급과 개인 영혼의 세 부분인 이성, 기개, 욕망은 그 기능과 역할에 있어서 각각 상응 관계에 있음
덕은 각각의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는 성질이므로 각각의 덕도 마찬가지 관계에 있음
2) 지혜 : 국가에서는 통치자 계급의 덕, 개인의 영혼에서는 이성의 덕
3) 용기 : 국가에서는 조력자 계급의 덕, 개인의 영혼에서는 기개의 덕
4) 절제 : 국가에서는 각 계급이 지혜로운 통치에 따르는 덕,
개인의 영혼에서는 욕망이나 기개를 이성이 통제함
5) 정의 : 이상 각 계급이나 각 영혼의 부분이 제 자신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함으로써 조화를 이루는 전체의 덕
7. 플라톤적 정의에 대한 의문
1) 조화로운 영혼과 통상적인 의미의 정의로운 행위의 관계
사람이 이성을 따른다고 해서 남에게 부당한 짓을 하지 않을까?
2) 조화로운 영혼을 지니는 것과 행복의 관계
플라톤적 정의는 개인이 겪는 불행에 도움도 줄 수 없으며 때로는 불행의 원인이 될 수도 있음
3) 어떤 행위를 하는가의 문제와 어떤 사람으로서 삶을 사는가의 문제
의무 윤리(법칙 윤리)와 덕 윤리
**윤리 평가는 행위 하나하나를 보아서는 판단할 수 없으며 전체를 다 총괄해서 평가해야 함
플라톤은 어떻게 행위를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람으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 문제에 집중함
8. 철인 통치자와 앎
1) 이상국가의 세 가지 난점
ㄱ. 여성의 지위
ㄴ. 가족 제도(처, 자식 공유)
ㄷ. 철인 통치
--> 첫 번째와 두 번째 난점도 넘기 어려운 것이지만, 개인이 온전한 앎에 도달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으며
설령 온전한 앎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가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질 수 있는가의 문제,
즉 세 번재 난제가 가장 큰 것임
2) 통치자의 교육 과정 : 수학(수론, 기하하, 천문학, 화성학)과 변증론
3) 앎의 단계 : 추측-감각-수학적 지식-순수 형상-완전한 좋음(앎의 대상 : '좋음')
**[국가] 5, 6, 7권은 앎이 인간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수 있는가를 논하고 있음
4) 좋음과 신이 되는 인간(9권 마지막 부분)
...마지막 부분을 희랍어와 우리말로 두 차례, 마치 한 편의 시를 낭독하듯 들려주셨습니다.
동학이셨다는 윤구병 선생님께서 지적하셨지요, 산문을 詩처럼 낭독했으니 '사기'^^';;...라고...^^
인간은...생물학적으로 보면, 생물학사에 기록될 수 없을 정도의 삶을 지상에서 살다 가는 존재가 되겠지만,
그 종(인간)은 그렇게 작은 존재이면서도 이 세상이 어떻게 생겨나고 이어져 오는가를 생각하는 유일한 존재로
부분이면서도 전체를 담을 수 있는, 부분과 전체의 역설이 가능한 유일한 존재임에 그 위대함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즉 자신만의 안위나 이익이 아니라 전체 우주와의 조화와 정의 안에 자신의 역할과 위치를 파악하고 그에 맞추어
자신을 형성하고 도야해 나갈 수 있는 존재라는 의미로 말씀을 들려주신 듯...
이태수 선생님은 마이클 샌델의 저서 [JUSTICE]와 거기서 논의되고 있는 롤스의 정의론, 아리스텔레스 등등을 언급
하시면서 스스로를 '자유주의자'로 칭하셨습니다. 그 의미는 근대적 의미의 자유주의를 말씀하신다고 하셨는데요...
"전문가가 아니면 용감해지는 경향이 있지"라고 덧붙여 말씀하신 포퍼의 플라톤 비판에 대해, 그리고 플라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우리가 떠올리는 [국가]에 담긴 '이상국'에 담고자 했던, 즉 '본(本)'으로써의 의미를 들려주시던 모습을
통해 선생님의 '자유'는 '아름다운 국가(kallipolis)'에서 누리는 '온전한 자유'가 아닐까...생각을 해봤습니다.^^;;
들려주신 말씀들이 너무 많아서 두고두고 보충하며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학당 홈페이지와 아노도스에 올려진 이태수 선생님의 강의 파일을 통해 직접 그 따듯한 음성을 통해
플라톤의 [국가]에 담긴 정의,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삶에 대해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