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이해] 역사철학 부분에서 플라톤의 정치체제
즉 '이상국가'의 와해 혹은 변화되는 과정을 다시 듣다가 의문이 생겼는데요...
궁금증은, 과두정을 금권정이라고 번역하는 설명을 듣다가,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귀족들의 모습 혹은 그들의 역할에 관해
국가의 중대사가 있을 때는 귀족들이 그 비용을 부담한다는
그런 설명을 책에서 잠시 보았다는 생각이 났는데요...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이라 제가 지금 확인이 불가한...^::)
그렇게 된다면 명예정(귀족정)이나 과두정(금권정)이나
결국 그 지배세력이 어느정도는 사회에 대한 경제적 책무,
혹은 부담을 담당했다고 생각했을 때, 두 정체의 차이가 궁금했는데요...
전에 고대 아테나이의 정치체제, 혹은 플라톤의 [국가]에 논의된
정치체제...구분은 확실히 잘 모르겠지만 질문을 드렸던 적이 있어 검색을 하니
명예정(귀족정) : 명예를 숭상하는 소수 귀족 군인들의 지배
과두정(금권정) : 재산을 숭상하는 소수 속물들의 정치체제
다만, 과두정=금권정은 플라톤의 분류이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명예정에 금권정(ploutokratia)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을 해주셨는데요...
또한 위의 분류는 '지배 이데올로기'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해주셨고요...
이렇게 요약을 하는 것이 맞을지는 잘 모르겠으나,
암튼 위의 내용으로 요약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실제 아테네 사회에 있었던 지배세력의 변화였는지
아니면 플라톤의 정치체제에 관한 이론적인 논의인지...이 내용을 보면서
이 두 정치체제의 차이가
1. 실제 아테나이의 사회 현실에 대한 반영인가
2. 만약 실제 아테나이 사회 현실에 기반한 것이라면
아테나이 사회를 지배하던 주류 세력의 가치관의 변화를 말한 것인지요
3. 이론적인 논의였다면 '철인왕정'이 타락해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욕망'의 변질에 대해 추론한 것으로 보면 되는 것인지요??
그리고...늘 그렇듯 '단어'에 대한 궁금증이 하나 생겼는데요,
내일 학당 [향연] 강좌 마지막 시간이라 책을 읽다보니
알키비아데스가 등장하는 대목에서 그의 행색에 관해
"담쟁이덩굴과 제비꽃으로 빽빽하게 엮은 일종의 화관을 썼고
머리에는 아주 많은 머리띠들을 두른 채로 그가 문가에 서서..."
라는 대목에 관한 각주를 읽으면서 문득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헤라가 제우스를 유혹하기 위해 빌렸다는 '아프로디테의 가슴띠'와
"타이니아(tainia)는 명예의 상으로 주는 일종의 머리띠 혹은 리본인데,
그것만 주기도 했지만 더 흔하게는 다른 상들(예컨대 화관 등)에 장식으로
묶어서 주었다. 화관만 줄 때보다 이 타이니아를 함께 줄 때 더 명예로운
것으로 간주되었다."
[향연] 212e에 등장하는 '띠'가 같은 단어를 쓰는지,
아니면 흔히 올림픽이 같은 경기 우승자에게 수여되던
'월계관' 처럼 '명예의 상'으로 주어지는 것에만
쓰였던 의미의 단어인지요.
에효...그러고 보니 '칼띠'라는 표현도 들은 기억이 있으니
교수님 읽으시면서 '어디서부터...'라고 한숨이 나오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위의 두 띠에 사용되는 단어가 다른지만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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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고대 정치체제
고대 그리스의 정치체제 구분은
당대 철학자들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지배자 숫자 상으로 구분하면
일인지배(철인왕정, 참주정)
소수지배(과두정, 금권정, 명예정) 일인지배 소수지배 이 둘을 합해서(귀족정)
다수지배(민주정)
지배 주체 또는 지배이데올로기로 보면
지혜(철학자)에 의한 지배(철인왕정)
명예(군인)에 의한 지배(명예정)
금권(부자)에 의한 지배(금권정)
폭압(폭군)에 의한 지배(참주정)
다수결(민중)에 의한 지배(민주정)
그리고 위의 구분은 다양한 정체들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카테고리이고
실제 정체는 위의 구분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경우들이 대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이를테면 플라톤 당시의 30인 과두정은 사실 숫자상으로는 소수지배지만
지배이데올로기상으로는 참주정이었고, 귀족정의 경우 또한 고대 귀족 대부분이
권력, 재력, 무력을 다 갖춘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과두정, 금권정, 명예정과
실제로는 그리 명료하게 구분되기는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플라톤의 이상국가의 정체 또한 철인왕정이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식인 겸 군인들의 집단인 수호자계급이 지배주체라는 점에서
위의 구분으로 단순화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플라톤이 국가8권에서 말한 정체 또한 아테네 정체에 실제 경험이 토대가 되었겠지만
아테네의 실제 정체와 곧바로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아테네에는 플라톤이 말하는 철인왕정에 해당하는 정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플라톤이 국가8권에서 비판한 민주정 역시 실제의 아테네 민주정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8권의 민주정하에서는 언론의 자유, 남녀평등, 무정부주의 등이 허용되나
실제 아테네 민주정은 그와 같은 것을 용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테네 민주정은 일반적인 행정적 관리업무 상에만 민주정을 도입했지
상위 고위 정치권력은 여전히 귀족들이 독점하고 있었습니다.
플라톤이 국가8권에서 말하고 있는 정체들은 이상국가에서 참주정까지의
제반 정치체제의 특징과 변화과정을 정치체제와 욕망의 관계에 주목하여
서술해간 플라톤 나름의 고유한 정치체제론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향연에 나오는 머리띠의 그리스어 원어는 tainia입니다.
tainia는 기본적으로 band, fillet, head-band 즉 머리에 꽂는 리본이나 밴드를 말합니다.
그리고 아프로디테가 두르고 있는 마법의 띠는 그리스어 원어로 kestos himas인데
kestos는 "자수를 넣은". "수를 놓아 장식한" 이라는 뜻이고
himas는 가죽끈(leathern strap, thong) 또는 허리나 어깨에 두르는 가죽 띠(girdle)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kestos himas는 말뜻만으로는 "수를 놓아 장식한 가죽띠"라는 뜻입니다.
격려를 드리며
이정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