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천/이불
가을 지나 겨울
그리고 그 겨울이 깊어졌지만
어는 날 문득,
덮고 있는 이불이 그대로임을 알았다.
간혹 바뀐 이불의 두께와 무게로,
혹은 달라진 이불의 냄새로 계절이 바뀌었음을 느끼곤 했다.
그녀가 떠나기 전까지는 분명 그랬다.
그러나 이젠
시퍼런 하늘도,
펑펑 쏟아지는 하얀 눈도 아무 의미가 없다.
그 의미없는 시간의 한 구석 어딘가에
나는 버려져 있을 뿐이다.
의미없는 시간의 찬바람이 초라한 이불 속을 파고 드는 밤,
아, 이불장 속 압축 팩엔 그녀가 넣어둔 지난 계절이 그대로 남아 있을까?
압축팩 지퍼를 열면
그 계절의 따뜻한 냄새가 부풀어 오르며 되살아 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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