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 1 / 보르헤스-모래의 책

작성자신옥철|작성시간19.09.01|조회수755 목록 댓글 0

보르헤스의 모래의 책』/ 신옥철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리레스에서 태어났지만 주로 유럽에서 교육을 받은 작가이다. 20세기 중후반의 인문과학 사조가 보르헤스로부터 출발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지식은 정평이 나 있다.

보르헤스 작품의 특징은 분위기에 있지 않나 싶다. 단편을 읽을 때의 느낌이 잔잔한 에세이를 읽어 가는 듯 편안하게 읽히기 때문이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모래의 책역시 자신이 근무했던 국립도서관을 등장시켜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런 느낌은 초반부에서 일뿐 작품의 속으로 들어 갈수록 어느 작품에서나 그의 지식이 무게 있게 다가와 어느새 책을 읽는 마음이 경건해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엔 한 방 맞고 나오는 기분이다.

 

이 이야기는 -줄은 무한한 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면은 무한한 줄로 되어 있고, 그리고 전집은 무한한 권으로 되어 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책을 소재로 다루는 글이라는 걸 암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독자가 평범한 책을 글로 쓰겠는가. 그래서 곧 어떤 책이지?’ 하는 궁금증이 발생한다.

작품 속 화자 는 벨그라노라는 도시의 거리 4층 건물에 혼자 산다. 어느 날 누군가 그의 집 문을 노크한다. 문을 열자 낯모르는 사람이 서 있다. 키가 컸고 헝클어진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허름한 사나이는 가 보기에 -그의 모든 면은, 점잖은 가난한 사람의 그것-으로 보인다. 이 표현은 가난한 사람이 점잖다는 의미이거나 아니면 그가 가난해 보여도 점잖게 보였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이중의 의미 중 어느 쪽인지 다소 혼동스러운 면이 있긴 하지만 독자는 그가 의 마음을 끌 만큼 기품을 갖추고 있었다는 의미로 읽혔다. -그는 지금 나처럼 우수(憂愁)를 풍기고 있었다.-라고 가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일 수 있다.

방문객은 -성경을 팝니다.-라고 말한다. ‘는 집에 여러 종류의 성경책이 있어 더 이상 성경책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방문객은 -성경책만을 파는 게 아닙니다. 아마도 당신이 흥미 있어 할 지도 모르는 성스런 서적을 보여 줄 수도 있습니다.-하며 사라는 말을 한마디도 없이 가 책을 알아볼 줄 아는 사람임을 알고나 있었다는 듯 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19세기 성경 같군요.- 하고 말하자 -난 모르겠어요.- 하며 그 책에 대해서는 와 같은 고상한 지식인이나 아는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는 그 책을 살핀다.

그가 내미는 책은 낡았으며 조잡한 인쇄소의 것이었고 페이지의 숫자 매김 역시 예사로운 것과는 다르다. 40514 다음은 999 이런 식으로 되어 있어 관심이 쏠린다. 삽화는 어린이의 조잡한 솜씨처럼 펜으로 그려진 닻이었다. 그걸 보고 있을 때 방문객이 말했다. - 잘 보십시오. 이제 더 이상 그 그림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 그가 강압을 하고 있지 않았음에도 그의 목소리는 어떤 위협적인 면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책을 덮었다가 다시 펴자 닻으로 된 삽화는 볼 수 없었다.

방문객은 인도의 한 평원의 마을에서 이 책을 루피 몇 푼과 성경책과 바꾸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이 책의 소유자는 글을 읽을 줄 몰랐습니다. (.......)그는 가장 비천한 계급 출신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악취를 맡지 않고는 그의 그림자를 밟을 수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는 내게 책이나 모래는 시작도 끝도 없으므로 그의 책은 모래의 책이라 불린다고 했습니다. - 방문객은 강요하거나 그 책의 가치가 대단하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아니, 작가인 보르헤스가 이 글에서 그런 걸 들어내지는 않았지만 독자의 생각엔 원래의 소유자는 글을 모르는 무식자여서 보물을 알아보지 못했고 책을 구입한 자신도 아는 게 없어 그 가치를 모르지만 화자인 와 같은 지식인은 알 수 있을 거라고 추켜세우는 것이라 여겨졌다.

그리고 또 방문자가 말한다. -(.......)이 책의 페이지 숫자는 바로 무한한 것입니다. 그 어떤 것도 처음이 될 수 없고, 또 마지막이 될 수 없습니다. 아마도 무한한 것은 아무 숫자나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려고 했던 것일는지도 모르지요. 만일 공간이 무한하다면 우리는 공간 속에 있는 아무 점에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시간이 무한하다면 우리는 시간의 아무 점 속에나 있는 것이지요. - 하고 말한다.

이건 무슨 뜻일까? 얼핏 듣기엔 심오한 철학의 의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속 역시 이 장면에서 호기심이 생겼다고 했다. 그래서 는 묻는다. -당신은 물론 종교인이겠죠?- 그가 대답한다. - . 나는 장로교인입니다. 그래서 아주 깨끗한 양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같은 종교인으로서 신뢰를 확실히 얻는 순간이었다. 그가 말했다.

-난 이 책을 당신에게 주려고 합니다. - 그리고 아주 높은 액수를 제안했다. 주려는 것이 아니라 팔려는 것이잖는가. 그것도 아주 비싼 값으로....... ‘는 접근 불가능한 액수라는데 놀라며 영리하게도 그가 그 책을 손에 넣었을 때 루피 몇 잎과 성경책으로 지불했다는 말을 떠올려 그럴듯한 제안을 한다. -당신에게 교환을 제안합니다. (.......)난 방금 전에 받은 연금 전부와 고가의 성경책을 주겠습니다. 그 성경책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입니다. - 그는 가져온 돈 뭉치를 세지도 않고 가방에 넣었다.

그들은 의 거실에 앉아 인도와, 오카니, 그리고 군도를 지배했던 족장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가 그리웠던 한 지식인 독거노인에게는 모처럼 수준에 맞는 대화 상대 였을 것이다.

그 사람이 돌아갔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다. ‘는 그 사람의 이름도 몰랐고 이후 다시 보지 못했다. ‘는 후에야 그가 책을 팔려는 결심을 하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는 그 책을 구입한 후 두 가지 생각에 혼란스러워 한다. 누군가 그 보물을 훔쳐 갈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 책이 정말로 무한한 것과는 상관없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었다. ‘는 불면증에 시달렸다. 자꾸만 헛것이 보이고 그 괴상한 책으로부터 저주 받을 것만 같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 잎사귀를 숨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는 숲이라는 구절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려 자신이 정년퇴임하기 전 근무했던 90만권의 책을 소장한 국립도서관에 버리기로 결심했다. ‘는 자신이 근무했던 국립도서관을 찾아가 직원이 한 눈 파는 사이를 틈 타 지하실 습기찬 선반 중 하나에 모래의 책을 묻어버렸다. 그리고 국립도서관이 있는 쪽으로는 발길을 두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 일까? 난 이 이야기를 읽고 30대 초반 내 아이들이 4,5살 때를 떠올렸다. 어느 날 우리 집 벨이 울려 나가보니 어린이 책 전집 팔이 외판원이 서 있었다. 책은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그는 문을 밀고 들어와 그 책을 구입하는 젊은 엄마들은 모두 이화여대 출신들이거나 유아 교육을 전공한 엄마들이라고 했다. 엄마의 수준이 아이의 미래를 좌우한다며 그가 보기에 나라는 엄마의 지적 수준이 높이 보여 그 책을 꼭 들여 놓을 것이라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점점 기분이 상하여 나는 이화여대도, 유아교육과도 나오지 못했으니 책을 사지 않겠다. 고 했더니.이가 없다며 혀를 차고 나갔다. 이 글을 읽고 왜 그때의 일이 떠올랐을까?

그건 아마도 보르헤스가 늙은 한 지식인이 기가 막힌 술수를 쓰는 성경팔이한테 당하는 이야기를 이렇게 작품화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늙은 지식인들을 통하여 보르헤스가 전하려는 것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 글 속에는 화자인 가 사기를 당했다는 말이 없다. 모래의 책에서 삽화가 사라지고, 같은 페이지를 찾을 수도 없는 마술 같은 일은 실제상황으로 그려진다.

또한 무한성 속에서의 인간의 존재를 생각하게 하는 점도 이 작품에서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둘의 대화 속에는 스티븐슨과 흄 그리고 로비 번즈와 같은 인물이 등장하여 이 인물들의 지식 정도를 보여준다. 작품 속에서 모래의 책의 실존은 기하학의 논리성을 다루는 명징한 과학의 시대 성경만큼 형이상학적 위상으로 등장인물의 심리적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실존하는 육체적 세계로만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다. 신의 영역을 의식할 수 있는 정신분야의 형이상학적 요소도 동시에 존재한다. 그만큼 이 내용을 소화하고 이해하기엔 복잡한 문제들이 많다. 그럼에도 난 똑 같이 지식적이고, 외롭고, 고독하고, 우수에 찬 두 노년이 한 쪽은 그럴사하게 위장하여 사기를 치고 한쪽은 두 눈 벌겋게 뜨고 당하는, 즉 먹고 먹히는 인간 사회의 근원적 모습이 자꾸 그려지는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호르헤 프란시스코 이시도로 루이스 보르헤스(스페인어: Jorge Francisco Isidoro Luis Borges, 1899824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 1986614일 스위스 제네바)은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시인, 평론가이다. 1955년부터 1973년까지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의 관장직을 맡기도 하였다.

 

연작 형태의 짤막한 이야기들로 구성된 독특한 소설 픽션들로 유명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1920년대에 도시의 아방가르드(남아메리카에서 일어난 극단적인 모더니즘 운동)’를 주도하였다. 1930년대에는 단편 소설을 다양하게 발전시키는 등 주로 산문을 쓰면서 문학 세계의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이러한 노력은 작품집 픽션들(1940)알레프(1949)로 결실을 맺었다. 그는 시와 논픽션, 이야기체의 수필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들을 발표했다. 후기 작품 중에서 칼잡이들의 이야기(1970)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주요 작품[편집]

불한당들의 세계사(Historia universal de la infamia), 1935

픽션들(Ficciones), 1944

알레프(El Aleph), 1949

칼잡이들의 이야기(El informe de Brodie), 1970

셰익스피어의 기억(Veinticinco de Agosto de 1983 y otros cuentos), 1983

 

- 밑 줄 아래 보르헤스 정보 위키백과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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