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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야기들

창원 심원사에 가시면...

작성자신증信證 (Jongbok Yi)|작성시간19.05.24|조회수1,275 목록 댓글 17

창원 심원사의 큰스님 접견실에 계신 부처님은 저와 아주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93년 여름 8월 14일에 제가 속해있던 성균관 대학교 불교학생회에서 훼불사건이 났었습니다. 한 자 조금 넘는 불상은 사층에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고, 뒤에 있던 작은 탱화는 학교 건물 뒤에서 불살라진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때가 불교학생회 회장을 맏은 지 딱 일주일 되던 때였는데 어떻게 모실 지 정말 막연했습니다. 막연한 상황에서 이미 예정된 대로 여름 수련회를 지리산 실상사로 갔습니다. 수련회를 가서 마지막 날, 신라시대 때부터 내려오는 철조 아미타 부처님 앞에서 1080배를 하면서 부처님 모시는 것을 잘 하게 되면 평생 부처님 법을 모시겠다고 부처님과 약속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자는 데 꿈에 한참 어떤 스님과 토론 중인 제게 어떤 동자승이 나타나서 부처님 모시는 것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사라졌습니다. (후에 어떤 스님께서 그 동자가 문수동자라고 말했었습니다.) 서울로 돌아온 뒤 제가 회원들한테 이렇게 훼불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행이 불자답지 못했기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 전까지 선후배들이 부처님이 계신 동아리방에서 담배를 피고 밤부터 낮까지 술을 마셔대서라고 비판하며 최소한 동아리 방에서는 오계를 지킬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 와중에 동아리 회원들하고 일일 찻집을 할 것인지 술집을 할 것인지 논쟁이 있었습니다. 선배들은 술을 팔아야 돈을 많이 모을 수 있다고 했지만, 저는 술을 판 돈으로는 절대 부처님을 모실 수 없다고 우겨서 일일 찻집을 열었습니다. 예전에 나눔의 집을 돌보던 학교 선배 해진 스님이 이 일을 불교신문에 알려서 홍보가 많이 되었었습니다. 일일찻집 당일날, 열기로 한 시간보다 한 시간 먼저 열었는데 열자마자 서울 비구니 주지스님 모임인 목련회 스님들이 열 몇분 오셔서 몇 백만원을 기부하셨습니다. 그 뒤로도 많은 학생들과 스님들이 오셔서 그날 일일찻집으로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고 전국에서 성금이 모였습니다. 후에 목련회 회장님이 그때 승가사 주지스님이셨던 상륜스님이었는데, 후에 상륜스님꼐서 제게 우리가 일일술집을 열었으면 우리가 어떻게 들어올 수 있겠느냐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 나서 저는 제가 회장을 하는 동안은 매일같이 학교에 와 아침 7시, 저녁 6시에 예불을 드렸고, 선후배들이 동아리방을 여법하게 쓰는지 늘 감시했습니다. 덕분에 지금도 그 당시 저를 보았던 선후배들은 저를 아직도 어려워합니다.

그 뒤로도 많은 성금이 답지했고, 여러 분들이 복장물을 보시하셨었습니다. 그때 탱화는 만봉스님께서 초를 뜨셨고, 직제자인 화사가 그렸습니다. 지금 모시는 부처님은 원래 그 당시 중앙승가대학장을 하시던 송담스님의 절에 있던 어린이 집에 모셔있던 불상이었는데, 어린이 집에 불이 나서 방치하고 있던 것을 저희에게 기증하신 것입니다. 그 당시 개금은 승가사의 신도회장님께서 해주셨고, 불단까지 장만해주셨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흥미로운 것은 제가 철불에게 부처님 모시는 것에 대해서 약속을 했었는데, 그때 모셔오신 부처님이 그 당시에도 드문 철불이었습니다.

제가 돈을 좀 들이더라도 본때를 보여줘야 다음부터 얼씬도 못한다고 우겨서, 지금은 돌아가신 칠불암 석주스님을 증명법사로 모시고 점안식을 했습니다. 성대의 상징인 금잔디 광장에 큰 무대를 만들고 부처님을 연결한 오색실을 다시 오색천로 엮어서 동아리 방에서 금잔디 광장 반대편까지 오색 차양을 만들어 금잔디 광장에 오색천으로 덮은 뒤, 나비춤, 바라춤 등의 문화 공연을 하고 도시락을 250개를 주문해서 오신 분들과 도와주신 분들에게 대중공양을 올렸습니다.

서울대에서 석사를 받은 뒤 버지니아 대학교에 공부하러 갈 때 쯤 갑자기 부처님과의 약속이 생각나서 깜짝 놀랐다가 생각해보니 그 약속을 지금까지 어기지 않고 살고 있다는 것이 너무 기뻤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부처님을 모시고 나서 1년 뒤에 큰스님을 만나게 되었고, 지금은 스승과 제자의 연으로 이어가고 있으니, 다 이 부처님을 모신 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인가 대학생 불교학생회 연합에서 지원금을 주며 불상을 작은 것으로 교체하라고 해서 제가 모신 부처님을 거둘 곳이 없었습니다. 황망하던 차에 큰스님께서 본찰에 일단 모셔두었다가 창원도량으로 이운하셨고,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분께 다시 아름답게 개금해서 다시 모셔주셨습니다. 제가 이번 생에 처음 모신 부처님을 창원도량에 모셔주신 큰스님께 감사드립니다.

어제 가서 직접 뵈니 정말 감개무량했습니다. 지혜의 문수동자님께서 모실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부처님이고 지금 제가 불교철학을 공부하고 있으니 그 연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나봅니다. 93년도의 연이 아직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는 것도 기쁘고, 그때의 약속을 아직 단 한번도 어기지 않았다는 것도 기쁩니다. 그리고 부처님을 다시 모셔주신 큰스님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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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법수각(불도화) | 작성시간 19.05.24 정말 대단하신 분이십니다.
    부처님과 신증법사님의 인연 큰스님과의 인연 문수동자님의 나투심에 창원도량은 더욱더 부처님 가피 가득할거 같습니다.
    신증법사님 법안큰스님의 뜻을 받들어 큰스님 되시리라 믿습니다.
    나모대원본존지장왕보살마하살()()()
  • 작성자이명옥(정각화-正覺華) | 작성시간 19.05.24 자랑스러워하시는 마음이 쿵쾅쿵쾅 전해집니다
    열심히 정진하셔서 중생들
    많이이끌어주시길 기도발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 작성자목동-최영근 | 작성시간 19.05.24 오늘 세 패이지 유인물로
    만들어서 내일 창원 법당
    철야기도 가시는
    서울 지역 법우님들께
    배부해 드리고 설명을 드렸습니다.

    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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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和山난돈조아/불휘기픈남귀일기도만 | 작성시간 19.05.24 신증스님
    감동의글
    아침에 보고
    가기를 발원햇던차
    낼 오전일 캔슬 ㅋㅋ
    지금 창원 출발합니다.
    부푼 맘 끌어안고 30년전
    신증스님께서 모신 부처님
    뵈러 쓩~~~
    갑니다요...
    몸도 거뜬 갈 수잇습니다.
    무사운전 지장보살님
    안내해 주시리라 믿고 출발합니다.
  • 작성자언제나 환희심 | 작성시간 19.05.26 절에가면 참배할 수 있나요?
    스님 친견실이라 못 들어 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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