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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에 나오는 "항하사(恒河沙)"의 의미에 대해

작성자자광(정영기)|작성시간25.12.17|조회수59 목록 댓글 0

항하사(恒河沙)는 불경에 자주 나오는 표현이다. 가령
 
1. 화엄경은 세계의 숫자나 부처님의 모공(털구멍) 속에 있는 세계를 설명할 때 이 단어가 빈번히 등장합니다.
 
“항하사와 같은 세계에 보배를 가득 채워 보시한다 하더라도, 이 경의 사구게(四句偈)라도 받아 지니고 남을 위해 설하는 공덕이 훨씬 크다.”
 
2. 법화경에서 항하사는 시간과 생명의 길이를 설명하는 데 사용됩니다.
 
“내가 성불한 이후로 무량무변한 백천만억 항하사의 세월이 흘렀다.”
 
3. 화엄경에서는 항하사가 세계와 중생의 스케일을 표현하는 데 쓰입니다.
 
“항하사의 세계가 일념 가운데 들어 있고, 일념이 다시 항하사의 세계를 포섭한다.”
 
4. 지장경에는 지장보살을 의지하는 공덕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넓게 작용하는가를 설명하며 다음과 같은 취지의 표현이 나옵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지장보살의 이름을 하루라도 지니고 잊지 않으면,
그가 쌓은 선업은 항하사의 겁(劫)에 걸쳐 사라지지 않고 따라다닌다.”
 

 
그렇다면 항하사(恒河沙)는 어느 정도 크기이고 규모인지 숫자로 알아보자. 
 
우리는 일상에서 흔히 “많다”라는 말을 쓴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할 때는 보통 ‘억(億)’ 정도에서 멈춘다. 하지만 억은 끝이 아니다. 숫자는 그 이후로도 끝없이 이어진다.
동아시아 전통 수 체계에서는 한 단계가 이전 값의 1만 배씩 커진다.
 
'억'의 만배는 '조(兆)'
'조'의 만배는 '경(京)'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까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다음도 계속된다.
 
'경'의 만 배는 '해(垓)'
'해'의 만 배는 '자(秭)'
'자'의 만 배는 '양(壤)'
'양'의 만 배는 '구(溝)'
'구'의 만 배는 '간(澗)'
'간'의 만 배는 '정(正)'
'정'의 만 배는 '재(載)'
'재'의 만 배는 '극(極)'이라 한다
그런데도 아직 끝이 아니다.
 
여기서부터는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수의 영역이다.
 
항하사(恒河沙)는 “갠지스강의 모래알 수”라는 뜻으로, 극(極) 의 1억 배에 해당하는 수다.
 
항하사(恒河沙)는 극(極)의 1억 배
아승기(阿僧祇)는 항하사의 1억 배
나유타(那由他)는 아승기의 10억 배
불가사의(不可思議)는 나유타의 1억 배
무량수(無量數)는 불가사의보다도 10억 배 이상 큰 수를 가리킨다.
 
이쯤 되면 이 숫자들은 계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를 넘어서는 무한함을 표현하기 위한 개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항하사와 그 뒤에 이어지는 천문학적인 수들은 단순한 계산 단위가 아니다. 그것들은 인간의 유한한 사고를 깨뜨리고 무한의 세계로 이끄는 하나의 깨달음의 언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가진 좁은 사고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이 거대한 수의 세계 앞에서, 불교는 짧은 삶과 작은 자아에 갇혀 있는 우리에게 우주의 광대함과 진리의 영원함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말해 준다.
 
이러한 수들은 의식을 익숙한 경계 너머로 확장하라는 말 없는 초대이며, 유한한 존재가 무한한 법계 앞에 설 때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겸허함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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