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신통(神通)
신통은 아함경에 자주 등장하는 불교 용어이며, 산스크리트어 아브히즈나(abhijna)를 ‘신 - 초자연적인 존재, 통 - 통하다’ 이라는 두 한자를 합친 것이며, 일반인들에게 퍼져 나가면서 신기하거나 특별한 효과가 있는 경우에 사용하기도 한다.
불교의 신통은 육신통을 의미하는데, 육신통(六神通, Pali:chalabhinna)은 불교에서 부처·보살 등이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6종의 초인적인 능력. 6종의 신통력(神通力). 6통라고도 불려 지관(명상) 수행에서 지행(사마타, 선나·젠죠우, 4선)에 의한 삼매의 다음에, 관행(위파사나)으로 이행했을 때에 얻을 수 있는 자재인 경지를 표현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의 6개를 가리킨다.
1. 신족통(神足通, Pali:iddhi-vidha-nana) - 기에 따라 자재로 몸을 나타내, 생각하는 대로 산해를 비행할 수 있는 통력.
2. 천이통(天耳通, Pali:dibba-sota-nana) - 보통 들리지 않는 먼 소리를 듣는 초인적인 귀.
3. 타심통(他心通, Pali:ceto-pariya-nana) - 타인의 마음을 아는 힘.
4. 숙명통(宿命通, Pali:pubbe-nivasanussati-nana) - 자신의 과거세(전생)를 아는 힘.
5. 천안통(天眼通, Pali:dibba-cakkhu-nana) - 모든 것을 막힘없이 꿰뚫어 환히 볼 수 있는 통력.
6. 누진통(漏盡通, Pali: asavakkhaya-nana) - 자신의 번뇌가 다하고, 이승을 마지막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은 없어졌다고 아는 힘.
이상의 6신통 가운데 앞의 5신통은 외도(外道)나 특수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얻을 수 있지만, 누진통만은 부처 또는 아라한(阿羅漢) 이상의 경지에 오르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앞의 5신통을 얻는 방법으로는 정상적인 수행 외에도 신선이 선약(仙藥)을 먹거나, 주문(呪文)이나 부적의 힘에 의지하여, 또는 귀신의 힘으로, 선정(禪定)을 닦아서 이룰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불교에서는 불제자들이 이와 같은 신통을 함부로 나타내는 것을 계율로 정하여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유사≫를 비롯하여 여러 설화들 속에 신통과 관련된 고승들의 이야기들이 전래되고 있다.
≪삼국유사≫의 의해(義解)에는 양지(良志)의 석장(錫杖)이 저절로 날아 시주의 집에 가서 흔들리며 소리를 내었다는 것을 비롯하여, 원효(元曉)와 혜공(惠空)이 물고기를 잡아먹고 대변을 보았더니 살아 있는 고기가 나왔다는 이야기, 대현(大賢)이 불경을 강의하자 궁중의 우물이 7장이나 솟았고, 법해(法海)가 동해를 기울여서 궁궐을 물에 잠기도록 하였다는 이야기 등이 기록되어 있다.
또 신주(伸呪) 부분에는 밀본(密本)이 신통으로 선덕여왕의 병을 치료하였다는 이야기를 비롯하여, 김유신(金庾信)의 친구와 인혜(因惠)가 신통력으로 겨룬 이야기, 혜통(惠通)의 신술(神術), 명랑(明朗)의 비법(秘法) 등이 기록되어 있다. 이 밖에도 대부분 고승들의 신통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특히 임진왜란 때 크게 활약했던 사명당(四溟堂)과 조선 중기의 고승 진묵(震默)의 신통력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오고 있다.
그러나 고승들의 일반적인 사고는 신통을 수행의 부산물로 볼 뿐, 그것이 중심이 될 수는 없다는 것으로 일관되고 있다. 특히 고려 중기의 고승 지눌(知訥)은 신통에 대하여 자주 언급하고 있다. 그는 ≪정혜결사문 定慧結社文≫ 속에서 신통에 관한 질문에 답하면서, 신통이란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면 자연히 생겨날 수 있는 갖가지 이익과 같은 것이므로, 수행자가 신통을 얻기를 바라면서 도를 닦게 되면 필경 삿된 길로 빠지게 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도를 닦다가 얻게 되는 신통에 대해서조차도 흥미를 느끼거나 신통력을 구사하는 것에 재미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경계하였다. 또, 조선 중기의 고승 휴정(休靜)은 “지혜를 이루어 6신통을 얻었다 할지라도 만약 살생과 도둑질과 음행과 거짓말하는 일을 끊지 않는다면, 반드시 악마의 길에 떨어져 영원히 보리(菩提)의 바른 길을 잃게 될 것이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