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민심을 보라!
10월 5일 오후, 서울시청역 7번 출구에서부터 숭례문까지 촛불 시민으로 가득 찬 가운데 ‘이태원 참사 추모 집회’가 열렸다. ‘윤석열 퇴진 촛불 집회’가 오늘만큼은 추모 집회로 열린 것이다. 주최측 추산 5만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엄숙히 추모식을 치렀다. 하지만 경찰은 9000명으로 추산했다.
차분히 진행되던 추모식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가 세월호 참사 후 한국을 방문했던 프란체스코 교황이 말한 “고통에 중립은 없습니다!”를 외치자 장내가 숙연해졌다.
고통에 중립은 없다와 조선일보의 망언
신부는 분을 참지 못하고 “윤석열은 퇴진하라!”고 외쳤다. 침묵하던 촛불 시민들도 분을 참지 못하고 재창했다. 그러자 조선일보가 이걸 두고 “추모집회가 윤석열 퇴진 집회로 변질됐다.”라고 꼬집었다. 집회 중에 “조선일보 폐간하라!” 란 소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닌 셈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경찰의 112신고 전화 늑장 대응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망언, 한덕수 총리의 농담 등을 질타하고 있을 때 유독 조선일보는 “비극들 정쟁화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국힘당 지도부가 주장한 내용과 판박이다.
<이게 9000명?>
참사 당일 경찰 기동대 대부분 촛불 집회에 투입 드러나
한편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10월 29일 경찰기동대 80개 중대 중 무려 70개 중대가 촛불집회에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당일 경찰이 시위와 소요에 분산 배치되었다.”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말이 사실은 촛불 집회를 관리, 통제 하느라 이태원에 기동대를 못 보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그밖에 2개 기동대는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 배치되었고, 대통령 관저에 2개 기동대, 서초 아크로비스타 앞에도 2개 기동대가 배치되었다는 게 드러났다. 그러니까 이태원은 기동대를 보내주고 싶어도 보내줄 수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경찰이 윤석열 지키느라 이태원에 기동대를 보내지 못한 것이다. 경찰 추산 16000명이라고 해놓고 경찰 기동대 70개 중대를 투입했다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그날 최소한 30만 명이 행진을 했다.
거기에다 윤석열 정권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이태원 사고 사망자’로 표기했고, 심지어 ‘근조(謹弔)’리본을 달지 못하게 했으며, 합동 분향소도 시도에 1개만 설치하게 했다가 불만이 고조되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로 고치고 분향소도 시도가 자율적으로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윤석열은 불교 조계종에서 실시하는 위령제에 참석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주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각 언론들은 이걸 두고 윤석열이 처음으로 사과를 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윤석열은 7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정식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여여가 경질하라고 외친 이상민을 데리고 조문하러 다니는 모습이 정말 가관이었다.
오죽했으면 유족이 서울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 설치된 윤석열과 오세훈 서울 시장의 화환을 내동이쳐버렸겠는가? 이에 놀란 윤석열 정권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로 말을 바꾼 것이다.
<드디어 나선 중고생들>
희생자 명단, 사진도 공개 안 해
윤석열 정권은 참사가 일어난 지 7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희생자 명단이나 사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유족끼리 연대하면 시민단체가 개입해 세월호 연대처럼 될 게 두려운 것이다. 그래놓고 조문은 날마다 다닌다. 윤석열도 속으론 국민들이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이 윤석열 정권의 후안무치에 치를 떤 이상 보도는 계속 나갈 것이고, 따라서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국정 조사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서울의 소리 만평; 김종두 화백>
속속 드러나고 있는 행안부와 경찰 지도부의 거짓말
한편 시간이 지날수록 행안부가 했던 말과 경찰 지도부가 했던 말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주최가 없어 통제할 권한도 의무도 없다”던 행안부의 말은 날조된 거짓말이고, 참사 당일에 윤희근 경찰청장은 고향 청주에서 잠을 자고 있었으며, 용산경찰서장은 차 안에서 1시간을 소비하다가 현장이 보이지도 않은 이태원 파출소 옥상에서 지휘했다고 한다.
관할구역인 용산구청장은 당일 현장을 보고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으며 자기 행보에 바빴고, 자신을 공천해준 권영세 현 통일부 장관에게만 전화로 보고를 했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보고 순서도 윤석열-이상민-윤희근 순서로 되어 사실상 무정부 상태란 말이 나돌고 있다.
부메랑된 윤석열 과거 말
윤석열은 지난해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을 어떻게 보호하느냐에 그 정부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인데 이 정부(문재인)는 정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이 지금 부메랑이 되어 윤석열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공정과 상식은 본부장 비리 덮는 포장지로 전락했다. 거기에다 무역적자 연말 500억 달러,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경제가 파탄났으며, 잘 한다는 안보는 강릉에 선제타격을 했고 외교는 막말로 얼룩졌다. 지금이라도 자진 사퇴하는 게 그나마 애국하는 길이다. 윤석열의 퇴진이 진짜 추모요, 평화다.
<필자의 저술, 구독 요망>
* coma(유영안: 서울의 소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