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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론

(피보다 진한 건​ 돈) ​

작성자색즉시공공즉시색|작성시간24.01.01|조회수27 목록 댓글 0

 (피보다 진한 건​ 돈)

 

​지나는 바람을 붙들고서라도​ 악착

같이 장사를 했기에​, 자식 넷을 ​보

란 듯이 키워 장가보내고 나니,​

애써 열심히 할 것도​ 가꿀 것도

없는 나이가 돼버린 게​ 조금은

억울 하지만,

사놓은 건물에서 나오는

달세로 ​여유 있게 살고 있다

는 노부부가​ 새벽안개 짙게

드리운 거리를 ​가방 두 개를

끌고 걸어 나오 더니,

고속버스 ​터미널 대합실 귀퉁이

에 앉아 ​초조한 눈빛으로 사방을

살핍니다.“여보….​큰아들 내로

먼저 갑시다“​

멍울진​ 거리를 달려가는 버스

를 타고 ​도착한 곳은 큰아들이

있는 대전에 한 아파트 앞 이었

이었 는데요.

​"아니. ​아버지 어머니​ 연락도

없이 어쩐 일 이세요?""물이

나 한잔 다오"

바람길 숭숭 난 가슴을​ 먼저

열어 보인 건 엄마였는데요,

,“네 아버지 고향 친구​ 준태

아저씨 너도 알 거다”

“준태 아저씨가 뭐 어쨌다고요?”

“네 아버지가 망한 준태 아저씨​

보증을 써주는 바람에​ 우리 집도

경매로 넘어가 버렸지 뭐냐 "​​

“그럼 이제 어떡하실 거예요?“

며느리가 차려온 술상에 ​막걸리

몇모금으로​ 지친 설움을 적셔

나가던 아버지는 ​어렵게 입을

엽니다.

 

“큰애야…. ​이 년 전에 병원

넓힌 다고 빌려 간​ 일억을 돌려

주면 안 되겠니…?“

“그 말씀은 ​병원 문을 닫으

라는 소리지​ 그게 말이 된

다고 생각하세요….“​

"너네 집에 있기도 그렇고 ​당장

오갈 데가 없어서 그래““아무튼

그 돈은 지금 갚을 수가 없으니

그렇게 아세요“​

 

“그럼 우린 어떡하냐?”“

“그건 처신 잘못한 아버지 문제

니까​ 알아서들 하세요“ 라는 말로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문을 닫고

출근을 해 버리는​

아들의 뒷모습에 배어든 서러움

을​ 지우기 위해 남은 술 두어 잔

을 연거푸 들이킨 아버지는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아내 얼굴

조차 바라보지 못 합니다.​

자식 일이라면 빗장 열어​ 부는

바람이 되어 주고픈 게​ 부모의

마음이란 걸 몰라주는 ​큰아들

내외와 목말라가는 일주일이

흐른​ 어느 날 밤, ​

 

“그러면 이대로 계속 지내 자는

거예요”“갈 데가 없다는데 난들

어떡해"“시골에서 ​넓게 사는

둘째 아들 집도 있으니​ 그쪽으

로 가시는 게 어떠 냐며 ​당신이

말 좀 해 봐요“​

아들과 며느리의 ​싸우는 듯한

투박한 음성이 들려오고​ 연이어

​문을 노크하라는 소리가 들

려오더니,

"아버지 어머니…. ​ 순천에 있는

형석이네에 가 계시는 건​ 어때요?"​

더 이상 ​할 말은 눈물이라

침묵으로 하고픈 말을 전한

아버지는​ 집을 떠나온 그 날과

같은 길을 ​짙은 어둠을 뚫고

나서고 있었 습니다.​

“형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그래 어쩌다가 늘그막에 ​이런

엄한 꼴을 당하셨데요. ““너희

에게 면목이 없구나”“내 집이라

생각하시고 편히 계세요"​

 

과수원을 하는 아들과 며느리는

​살갑게 노부부를 맞이해주는 걸보

며​ 자식 하난 잘 키웠다며​ 서로에

게 위로를 건네는 시간도 잠시

농번기 농사일 때문에​ 마음보다

몸이 먼저 지쳐버린 노부부는 고단

했는지 늦잠을 자고 있을 때​ 거실

에서는 아들과 며느리의 소곤거리

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는데요​.

“여보…. ​아버님이 큰애 아파트

계약할 때 빌린 돈 달라고 하면

없다고 하세요" ​

 

서로 필요로 하는 가치가 있을 때​

이루어지는 관계에서​ 가족이라는

것도 예외일 수 없다는​ 슬픈 현실

을 또 한 번 느끼며

​ 아픔으로 견디다 일어난 다음 날

도 자식에게 좋은 일이​ 부모에게

도 좋은 일이라며 ​땀방울 마를 날

없이 일손을 거들고 있었습니다.​

“농촌에서 일손이 귀한데​ 김 여사

네는 든든한 ​일꾼 둘이나 구했으

니 좋겠슈….

 

​“이번 농번기만 끝나면 ​다른 자식

들한테 가라고 해야죠”​며느리가 ​

​이웃 사람이랑 주고받는 이야기​

를​ 듣고 있던 노부부는

한 번도​가족이었던 적이 없었다

는 느낌을​ 눈물로 애써 지우고는

다음 날​ 몸 둘 곳 없는 새벽이슬

을 친구 삼아​ 달이 적셔놓은 길

을 나섭니다

​비틀어진​ 마음과 마음 사이에 배어

든​ 자식들에 대한 배신감으로​ 살얼

음이 낀 처지를 않는 딸의 아파트

벨을 ​눌러 대보지만,​

(((( 띵 똥….)))

​아무리 눌러봐도​ 열리지 않는 문만

쳐다보다​ 쓸쓸한 마음으로 뒤돌아

서려는 그때​ 앞집의 현관문이 열리

더니 '지금 그 집엔 아무도 없는데

​ 왜 그러시죠?“

​"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여기사는 사람이 제 여식이구

먼요“​앞집 여자가 전해준

이야기를 듣고

​ 택시를 타고​ 한걸음에 달려온

곳은 병원이었고​ 묻고 물어 겨우

찾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

는 노부부는

링거병에 ​의지해 잠들어 있는 딸을

보고 ​꼬꾸라지듯 달려드는 허기진

눈에서 떨어지는 ​까닭 잃은 눈물만

이​ 그 이유를 묻고 있을 뿐이었

습니다

​“아니 이것아​ 아프면 아프다고 말

을 했어야지“​​“엄마 아버지 걱정

할까 봐….“ .​“우린 그런그런

것도 모르고….“

​“저 때문에 ​두 분께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았어요”​병원 옥상 공원에

나란히 앉은 ​세 사람은

어문 달을 바라보며 세월에

씻어도 까맣게 묻어나는 아픔을

​애달프게 바라만 볼 뿐입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한 푼도 보태준 게 없는 네게

와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게

면목이 없구나”

 

​“제가​ 두 분 거처할 곳을 알아

볼 테니까​ 불편하겠지만 일단

제집에 가서​ 지내세요“​

“말만으로도 고맙구나”

​자식들과의 과거의 추억에서​ 힘을

얻으며 살아온 한평생이​ 그저 ​원망

스럽기만 했지만 ​자식은​ 부모를

가진 적도 없었으니까.

 

​자식이 ​우릴 버렸다고 생각지 말

자며. ​그날 밤​ 남은 해 끝자락에 걸

린​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이야기로

​ 딸과 이별을 한​ 노부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곳은​ 딸의 집이 아닌 ​

예전에 자신들이 살던 집이

었습니다

 

​“ 자식들 마음 다 알았으니​ 이제

영감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6개월의 시한부 삶을 선고받고

자식들 속 마음을 알기 위해

길을 나섰던

노부부는 잊힘보다 더 가슴

아픈 게​ 버려짐 같다며 ​지는 노을

에 비친 막걸리 한 잔에​ 해묵은

설움을 토해내더니

자식도​ 그저 좋은 남일 뿐이라

세상​ 떠도는 이야기가​ 내 이야기

가 될 줄을 몰랐다며

 

​“자식 한번 앉은 자리엔​ 백년

동안 풀도 안 자란다잖아요”​

​“종점에 와 봐야 알게 되는 게​

인생 이라 더니만….“

​비가 오면 ​ 부엌에 있는 온갖 그릇

다 가져와​ 떨어지는 빗물을 받쳐가

며 밥술에 ​반찬 서로 얹어주는 행복

으로​ 복닥거리며 모여 살던

그 날을 ​그리워하다 시한부 선고

를 받은 노부부 자식들 속 마음을

알기 위해 길을 나섰던 노부부는

가진 재산 전부를​

 

​ 가장 늦게까지 사랑해 줄 사람

이​ 부모란 걸 모르는 자식들 대신​

​ 가진 재산 전부를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기부 하고….

​멀어진 자리에​ 쉬어가는 바람

이 전하는 말들이​ 나뒹굴고 있

었습니다.

 

​""피보다 진한 건​ 돈이었다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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