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추억
심우정 검찰청장의 사퇴에 이어 노만석 검찰청장 대행의 사퇴로 구자현 검찰청장 직무대행 체제가 되었다. 왜 검찰청장을 임명하지 않을까? 어짜피 없어질 검찰이라 대행체제로 간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정작 없어져야 할 것은 검찰만이 아니다. 검찰로 상징되던 시스템이다. 군부독재시절 고문으로 피멍 들고 다리를 절던 민주화운동가들을 기소했던 검찰이다. 그랬던 검찰이 이명박의 다스를 묻어주면서 검사의 시대를 열었다.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킹메이커 역할을 하다가 급기야는 윤석열로 인해 직접 대통령으로 나섰다.
노만석은 사퇴하며 현재 우리사회의 모습을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검찰에서는 저쪽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란다. 이들에게 사회정의란 도대체 무엇일까? 그의 말에는 검찰청장 대행 그만 두어도 우리사회에 충분한 자기 입지가 있다는 뉘앙스가 넘친다. 우리는 이미 보았다. 박근혜 국정농단이 들어났어도 박근혜만 없는 박근혜 세상은 계속되었다. 노만석이란 이름은 언론에서 보기 어렵겠지만, 그는 우리사회 상층부에 자기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전직 검찰청장 대행이란 프로필에 의해 몸값을 있는대로 키운채로 말이다.
내란 공범들이 버젓이 국힘을 유지하고 있다. 그들은 더 이상 내란 공범임을 부끄러워 하지도 않는다. 이런 상황이 처음도 아니다. 광복 후 민주화운동 80년임에도 근본적인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아서다.
친일부역 경찰들이 반민특위를 뒤집어 엎었던 시절에는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다. 그들은 친일부역 했던 과거를 감추려 했었다. 친일부역을 독립투쟁으로 왜곡하려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친일부역을 감추려 하지 않고 정당화하려 한다.
낙성대연구소만 해도 처음부터 식민지 때 경제가 발전했다고는 말하지 않았었다. 그들은 경제 수치상 경제가 발전했다는 거라며, 경제발전은 학문 분야의 통계치라고 말했었다. 누구를 위한 경제발전이냐는 말은 절대 하지 않았었다. 그랬던 그들이 지금은 식민지 때 경제가 발전했었다고 부끄러움도 잊은 채 당당하게 말한다.
독일과 일본만 해도 결코 자신들의 과거가 파시즘이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독일의 히틀러도 그랬다. 국가사회주의라 했다. 일제는 일본주의라 했다. 독일이나 일제의 국수주의자들은 전체주의라는 용어를 즐겨 쓴다. 애국자로 포장한 국수주의자들은 절대로 이탈리아 파시즘을 수입했다고 말할 수 없어서다.
하물며 히틀러와 일제도 파시즘이 아니라 국가사회주의나 일본주의를 내세우는 판인데, 식민지 때 경제가 발전했다는 낙성대연구소나 내란범 윤석열 지지를 숨기지 않는 국힘이나 그런 국힘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걸까?
노예제도가 없어져도 '도련님'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한세대를 간다지만, 검찰이 없어지며 검찰로 상징되던 시스템도 없어져야 한다. 검찰만 없는 검찰의 시대는 지금보다 더 비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