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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론

불편한 상황들 너머 21세기 르네상스 시대로

작성자탱이조아|작성시간25.11.30|조회수58 목록 댓글 1

불편한 상황들 너머 21세기 르네상스 시대로.

조선호텔 1층 라운지 바. 호텔 커피 가격은 커피숍에 비해 많이 비싸다. 호텔 이름값 한다. 여기는 한술 더 뜬다. 이미 커피숍들이 이런저런 물품들을 곁들여 팔고 있기는 하지만 이곳은 아예 커피숍이 아니라 ‘라운지 바’다. 커피가 곁들여 파는 차다. 호텔 이름이 길다. 웨스틴조선호텔. 다들 그냥 조선호텔이라 부른다. 그래도 통한다. 의례 조선이라는 말에서는 국수주의 풍이 흠씬 묻어나는데, ‘조선’이란 이름에 ‘웨스틴’을 더했다. 언뜻 일제에서 미군정으로 넘어간 역사가 오버랩 된다. 이곳은 대한제국에서 하늘에 제사 지내던 환구단과 접해 있다. 접해 있다는 표현보다는 그냥 한 곳에 있다는 표현이 맞겠다. 호텔은 환구단보다 나중에 들어섰다. 환구단은 일제의 위성국가였던 대한제국 유물이다. 어쨌거나 유물인데 호텔이 어떻게 바로 접해 있을 수 있는지 올 때마다 항상 의문이 들지만, 왠지 접해 있는 것이 어울린다. 어쩌면 환구단이 호텔의 소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현재의 모습은 호텔 소유인 환구단을 공익차원에서 사회에 공개한 형태로 보인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왔다. 시간이 좀 그래서, 기다리면서 핸드폰에 쓰던 글을 정리할까 해서다. 점심시간 이후라 그런지 빈자리가 별로 없다. 일행들이 담소하는 자리 옆에 앉았다. 조금 소란하다. 유독 한 사람의 목소리가 크다. 자리 잘못 잡았다. 옮기자니 어색하고 옮길 자리도 마땅치 않다. 굳이 들으려 하지 않아도 다 들린다. 제주도에 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허가가 나게 되면서 조 단위 개발 비즈니스가 널렸는데, 정치권 누구누구가 친구라 따끈따끈하게 개발정보 들은 지 얼마 안 되었고, 검찰이 그야말로 검새가 되는 바람에 이제는 기업 엠앤에이 하는 사람들과 비록 가방끈은 짧지만 자기같이 정보에 빠른 사람이 주목 받는 시대란다. 개발업자인가 했다. 잠시 후 다른 일행이 합류한다. 회장 일행이란다. 요란법적하게 소개한다. 땅을 갖고 계시는데 80여 평에 300억이란다. 호텔 뒤에 1,000평 갖고 있는 사람을 데리고 나올 건데 이 땅을 잡아야 한다며 80평 땅으로 대출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회장이란 사람에게 묻는다. 계약금을 지불해야 한단다.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면서. 이 땅을 사면 300억 땅이 금방 천 억 된단다. 돈 놓고 돈 먹기란다. 갑자기 어디엔가 전화를 한다. 판사친구인데 인사나 하시라며 회장에게 전화를 건네준다. 한바탕 왁자지껄하더니 다시 이 자리에서 만나자 정하면서 콘 목소리 일행이 나간다. 남아 있던 회장이란 사람이 같이 온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나간다. 차가 호텔 문 밖에 도착했단다. 일시에 조용해졌다. 슬쩍 쳐다보니 회장이라는 사람은 한 눈에도 옷태에 비싼 티가 나는 것이 모습이 예사롭지는 않다. 저 연세에도 300억 땅으로 대출 받아 흔치 않게 진행된다는 일을 하려고 저렇게 다니시나 보다. 사람의 탐욕은 끝이 없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앞자리에는 40대 정도로 보이는 사람들이 양주와 안주를 놓고 이미 얼굴이 벌겋다. 어쩌다가 눈이 마주쳤다. 거드름이 잔뜩 눈에 서렸다. 자기들을 알아달라는 모습이 역력하다. 부럽다는 표정을 지어야 하는 걸까? 술 마시고 있는 사람은 그들뿐이다. 사람 많은 곳에서 저러고 싶을까?

1960년대 국민소득 100 달러였던 대한민국이다. 보릿고개를 넘어 이제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다. 곧 4만 달러에 도달한단다. 일제 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겪고도 인구 5천만 이상,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이라는 3050클럽 국가그룹에 7번째로 들었다. 2025년 국가경쟁력은 세계6위다. 극단적인 소득격차로 양극화가 가장 큰 나라 중의 하나라는 악명도 올렸다. 전태일 열사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몸에 불을 붙인 70년대 이후 아직도 일터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노동자가 죽어 나가는데.

소련이 망했을 때 소련의 행정관료들과 기득권들은 너나할 거 없이 일사불란하게 국가 재산을 빼돌려 팔아 챙기기 바빴다. 국가소유 물품, 문화재, 군수물자, 국가소유 땅, 심지어는 잠수함 설계도도 내다 팔았다고 한다. 아예 일정 지역을 떼어 내 국가로 독립하기도 했다. 국민들은 끼니를 이으려고 빵조각을 찾아 거리를 헤매고 있을 때, 그들은 명품을 두르고 호사스런 액세서리를 걸쳤다. 매일매일 파티를 벌이며 흥청망청 퍼마시고 있었다. 유럽의 호사가들이 이런 모습을 보면서 그들을 놀렸다. 그들을 약탈 자본주의자라 불렀다.

개발도상국에서 개발기회를 잘 잡아 졸부가 된 사람들의 치졸한 돈 자랑은 천민 자본주의적 행태라 부른다. 모든 가치관은 물구나무서고 가치는 돈으로 환산된다. 비싼 것은 곧 귀한 것이며, 비싼 만큼 가치를 인정받는다. 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돈으로 통한다. 금전 만능주의다.

우리사회도 전두환 강남개발시절에 개발이 불러온 투기 붐에 의해 시세차익으로 부를 불린 천민자본주의가 횡행하더니 부동산 부자들의 세력이 상상 불허다. 전두환에 의해 무너진 서울의 봄은 암흑시대로 이어졌다. 좌절의 시대로 인한 가치관의 상실과 천민자본주의의 전횡은 악화일로다. 땅값이 1,000배 올랐다는 말도 있다. 인구 5%가 전체 부동산의 90%를 소유하고 있다는 설도 있다. 압구정을 배경으로 하는 졸부들의 저급한 금전 만능주의를 고발하는 소설이 줄을 이었다. 얼마 전까지도 반인륜적인 재벌들의 갑질이 사회에 고발되기도 했고, 회사 내에서 공개적으로 벌어진 IT기업 회장의 직원 폭행으로 사회가 소란했었다. 만일 10억이 생긴다면 감옥에라도 가겠다는 청년들의 반응에 기성세대들이 세태를 한탄하며 깊은 걱정을 하기도 했다.

우리사회의 이런 금전 만능주의는 개발도상국에 만연한 천민자본주의의 산물만은 아니다. 광복 후 약탈 자본주의에서도 유래한다. 우리는 일제에 의해 자본주의가 이식되었다. 우리가 봉건주의를 딛고 일어났다고 하기 보다는 일제의 필요에 종속되어 자본주의가 이식되었다. 이렇듯 기형적으로 진행된 자본주의 체제도 문제인데 더 큰 문제는 광복 이후에 벌어진다. 광복 후 미군은 점령군임을 선포한다. 이후 미군정은 억압과 수탈의 일제 식민지 시스템을 그대로 작동시켰다. 일제 식민지 시스템뿐만이 아니다. 일제 부역자들도 중용했다. 일제의 자산들, 공장, 농지 등의 자산이 적산불하 방식으로 분배되었다. 어느 정도 규모인지 자료도 없다. 이런 자산은 주로 미군정이 중용한 일제 부역자들에게 돌아갔다. 그들은 적산불하 자산을 기반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다. 약탈 자본주의 방식이다. 이러한 약탈 자본주의 방식이 이후 천민자본주의와 결합한다. 그때뿐이 아니다. IMF 때에도 기득권들은 구조조정 당해 거리에 나앉는 아픔을 겪지는 않았다. 과연 그들이 금 모으기에는 참여했을까? 오히려 IMF가 그들에게는 기회였다고 한다. IMF 원조 자금이나 저리의 이자로 전도가 유망한 공장이나 요지의 건물을 인수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검은머리 미국인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큰 건물 인수하면 작은 건물들을 덤으로 주었다는 말까지 나온 것이 건현 근거 없는 말은 아닐 것이다.

물구나무 선 가치관을 바로 세우는 길을 인문학의 부활에서 찾으려 한다. 인문학이 상품가치가 없다며 지식시장에서 폐기된 사회다. 1919년 대한민국이 세워진 이후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했어도 아직 인문학의 부활을 이루지는 못했다. 인문학의 부활을 말하면 그보다는 현재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한국문화의 부흥에 기대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K문화가 문화자본주의 형태로 진행되어서는 더 나은 세상으로 향하기 어렵다. 대세라는 K팝도 노래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무엇을 노래하는지, 세계 평화인지, 인간성 회복인지 메시지를 전하지 못한다. 그저 K팝이 세계적으로 대세라고만 말한다. K한복, K한식, K한옥을 들지만 모두가 흥행에만 중점을 두는 모습이다. 이런 문화자본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인문학의 부활과는 거리가 멀다. 문화자본주의의 기반이 적산불하라는 약탈 자본주의 방식과 그 이후의 개발도상국 시절부터 뿌리박힌 천민자본주라면 이는 위험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극심한 소득의 양극화 현상을 가중시킬 뿐이다.

고려인들은 천년 후의 후손들을 위해 바닷가 모래사장에 향나무를 묻는 매향이라는 행사를 했다고 한다. 매향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약재를 전한다. 천년 후의 후손들을 위하는 마음이 담겼다.

21세기 새로운 천년, 인문학의 르네상스를 꿈꾼다.
세계적으로는 중세 종교 암흑기에 휴머니즘의 부활을 지향한 르네상스가 고대 로마의 인간성으로 향했었다. 인간성 보다는 신에게 맹목적으로 의지하고 복종했던 중세로부터 인간의 재발견으로 향하고, 신에게 의지했던 맹목적성에 대한 자아의 자각은 고대 로마 휴머니즘으로의 복귀를 지향했다. 그러나 노예제를 기초로 하는 고대 로마에서 신에게 의지하는 중세로 넘어갔다는 것을 생각하면, 중세의 르네상스는 단순한 휴머니즘의 재발견과 노예제를 기초로 하는 로마로의 복귀를 지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제의 필요에 의해 이식된 자본주의와 광복 이후 약탈 자본주의적 행태 위에 들어선 천민자본주의를 자각하며 우리는 이제 인간성으로의 복귀와 휴머니즘의 재발견을 위해 인문학의 르네상스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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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하회탈(안동) | 작성시간 2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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