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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찍이 고금의 서법(書法)을 구하여 좌우에 펼쳐 놓았으나 그때는 왕희지와 조맹부 가운데 누가 뛰어난 지 모른 체 몇 년 동안 조맹부의 글만 배껴 썼다. 뒤늦게 왕희지의 난정서와 동방삭전 두 서첩을 얻게 되었을 때는 만시지탄이었다. 마음이 아팠지만, 전에 익힌 서체는 다 버렸다. 두 서첩을 놓고 오늘은 한 글자를 쓰고 내일 열 글자 배우며 달마다 연습하니 해마다 성과가 나타났다. 이제 저절로 왕희지 글씨에 마음이 가 저절로 손이 놀려진다. 몇글자만 써도 별처럼 펼쳐진 글귀가 찬란하다. 비록 왕희지에 미치지 못하지만 조맹부보다 못하지는 않으니 어찌 다행스럽지 않은가.. - 석봉 한호(1543~1605)의 '석봉필론(石峯筆論)에서 작성자 호동대장 작성시간 08.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