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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대기소요양원

작성자수도 크레인|작성시간26.06.23|조회수30 목록 댓글 0

#마지막대기소요양원

-어느 외국인의 사연 고백-

1, 요양 보호사님들 무엇을 보시나요?
댁들은 나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현명하지도 않고 변덕스러운 성질에
초점 없는 눈을 가진 투정이나 부리는
쓸모 없는 늙은 노인으로만 보았나요.
음식을 먹을 때 흘리고
대답을 빨리빨리 못 한다고
큰소리로 나무랄 때 나는 당신들이
조금만 더 노력해 줄 것을 바랬습니다.

2, 당신들이 주먹질을 할 때는
맞으면서 잘 움직여 지지 않는 팔로
헛손질 이라도 하고 싶었다오.
댁들이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가도
이해하지 못하고 걸핏하면
양말이나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리는
노인네로 밖에는 안 보였나요?
저항하든 안 하든 목욕시킬 때는
설거지 통에 그릇만도 못한 취급에
눈물도 쏟았지만 흐르는 물에 희석되어
당신들은 보지 못했지요.

3, 음식을 먹여주는 댁들의 눈에는
가축보다 못한 노인으로 비추어 졌던가요?
댁들은 저가 그렇게 밖에는 안 보였나요?
제 팔에 든 수 많은 멍 자국들이 그냥 망가진
도라지 꽃으로 보이던가요?
제발
나를 그런 식으로 보아 주지 말아주세요.
온몸에 멍이 들어도 아픔을 삭여야만 했던
내가 누구인지 지금부터 말하겠습니다.

4, 내가 열살 어린아이였을 때
사랑하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있었고
형제 자매들도 있었답니다.
열여섯 살이 되었을 때는
발에 날개를 달고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다녔답니다.
스무 살 때는 평생을 사랑하고
살아갈 반려자를 만났고
스물다섯 살에는 행복한 가정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자녀들이 태어났고요.

5, 서른 살이 되 었을 때는 아이 들이 쑥쑥 자랐고
마흔 살이 됐을 때는 자식들이 성장해서
곁을 떠났지만 내 곁에는
믿음직한 남편이 있어 외롭지 않았어요.
오십이 되었을 때는
자식들이 직업을 갖고 돈을 벌며
손주를 안겨 주었을 때는
비로소 인생의 참맛을 느끼는
자신을 알기도 했답니다.
마침내 어두운 날이 찾아와
옆에 있던 남편이 하늘나라로 먼저 가면서
나는 두려운 나머지 몸이 오싹해 졌답니다.

6, 자식들이 모두
저들의 자식을 키우는 모습을 보고
나의 지난날을 떠 올리기도 했답니다
나는 이제 볼품없이 늙어
바보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들을 보면서
세월은 참으로 잔인하다는 생각을 해 본답니다.
몸은 망가지고
우아함과 활기는 떠나 버렸고
한때는 마음 있던 것들이
지금은 무딘 돌이 되었답니다.
시체와도 같은
이 늙은이 속에는 아직도 어린이 같은
마음은 살아 있어 가끔씩 다 망가진이
가슴이 부풀어 오를 때가 있다오.

7, 지금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
젊은시절 처럼 사랑도 해보고
싶다는 꿈도 꾸어 본답니다
너무도 짧고 빨리 지나간
세월의 삶을 생각하면서
영원한 것은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답니다.
요양 보호사님들 부디
투정이나 부리는 늙은이로 보지 말고
좀 더 자세히 나를 봐주세요.
당신의 부모님은 아니나
부모님 일수도 있답니다.

8, 그냥 가축에게 모이 주듯 하지마세요.
나는 그냥 먹고 싶답니다.
몸에 멍들게 하지 말아 주세요.
가슴에 멍을 안고 떠나게 하지 말아 주세요.
사는 동안 나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죽음앞에있는마지막대기소요양원

•​늙고 병들어, 한번 들어오면 주님의 부르심을 받기 전까지는 결코 나갈 수 없는 이곳 요양 시설에 누워 있습니다. 자식들마저 눈물로 뒤돌아서야 했던 이곳, 그 슬픈 얼굴을 마음 아프게 지켜보아야만 하는 우리네 처지가 참으로 덧없기만 합니다.

•​평생을 고생하며 정성껏 키워온 자식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 먹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참고 모은 모든 재산, 정든 집과 가족들. 살아온 세월의 서러움과 짧았던 행복의 순간들, 그 모든 인연과 이별하고 나는 지금 마지막 대기소에 와 있습니다.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자식들 면전에서, 저는 애써 슬픔을 감추려 굳은 얼굴로 미소 지으며 말합니다. "내 걱정 말고 잘 살아라." 하지만 이 힘없는 한마디가 과연 자식들의 가슴에 얼마나 깊이 전해질까요?

•​하나님 품으로 돌아가는, 피할 수 없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이곳은 '천국 가는 길의 대기소'라 하기엔 너무나 가혹합니다. 우리네 요양 시설의 실상은 밖에서는 잘 모르는 감춰진 지옥과도 같습니다.

•​병원 소속도 아닌 파견직 간병사들은 병원의 지시도 따르지 않고, 우리를 환자가 아닌 짐승이나 물건 대하듯 학대하기 일쑤입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한국인 요양 보호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받고 일하지만, 그들은 '요양 보호사'가 아니라 우리의 인권을 유린하는 '요양 학대사'들입니다.

•​죽어가는 가냘픈 목소리로 물 한 모금 찾아도 그들은 주지 않습니다. 대소변 기저귀 갈기가 귀찮다는 이유입니다.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그들의 무관심 속에, 큰돈을 주고 고용한 단독 간병인이라 해도 별반 다르지 않은 현실이 참담합니다.

•​답답함을 참지 못해 자식들에게 연락을 부탁해도 소용이 없고, 어쩌다 찾아온 자식들에게 집에 데려가 달라고 애원해 보지만, 냉혹한 현실 앞에 부질없는 외침일 뿐입니다. 그저 "바빠서 어쩔 수 없다"는 말뿐인 자식들을 보며, 저는 또 한 번 주님 앞에서 눈물을 삼킵니다.

•​요양 시설은 이 땅의 삶을 마치고 천국에 가기 전 거쳐야 할 마지막 코스이지만,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생지옥입니다. 남의 일이라 여기지 마십시오. 시간이라는 어둠의 그림자는 당신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습니다. 누구나 평안히 소천하기를 바라지만, 마지막에 겪어야 하는 이 고독과 아픔은 생애에 있어 가장 큰 고통입니다.

•​간절히 기도하건대, 언젠가 인간의 잔인함이 아닌 AI가 간병하는 시대가 빨리 오길 기대해 봅니다. 잠자리에 들 듯 편안히 주님 품에 안기는 것, 그것이 죽음의 가장 큰 복임을 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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