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쮸드반 7월 22, 24일 기초연기수업 일지

작성자오수환|작성시간15.07.27|조회수38 목록 댓글 0

우선, 난 방학동안 쉬고 싶지 않아서, 연기를 하고 싶어서 안똔 체홉 학회의 문을 두드린 것이 아니다.

방학동안 쉬지 않고 연기를 하고 싶으면 학교에서 주최하는 방학 공연에 참여하면 된다.

근데 난 올해 1학기부터 에쮸드를 공부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었고, 에쮸드가 내게 도움이 될 것이란 것을 확신했다.

그렇게 에쮸드를 공부하겠다고 들어온 지 17일째, 에쮸드가 뭔지 속 시원하게 정의 내릴 수 없다.

동물 에쮸드의 목적도 내가 세상을 읽는 방식대로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이게 내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명확하게 알 수 없다. 많은 것들이 흐릿하고 혼란스러운 시기다.


22일 기초연기 수업 시간에 했던 늑대 에쮸드 발표는 내가 겪고 있는 혼란을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난 준비한 에쮸드로 자감을 가지고 늑대를 표현하고 싶었지만

결국 내가 연습실에서 발표한 건 관객을 염두에 둔 소극이었다. 늑대 에쮸드가 아니었다.

솔직해지자면, 정확하다. 발표할 때 난 무대 위에서 늑대의 자감을 느끼기보다

그냥 네발로 기는 오수환이가 연습한 것을 풀어냈을 뿐이다.


내가 진실하다면, 늑대가 느껴진다면 보여주는 것에서 재미가 생긴다.

관객은 내 진실을 보고 재미를 느낀다.

사실 관객이 재미를 느끼는 지점은 다양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내겐 뚜렷한 목적이 있다: 에쮸드를 공부하는 것.

에쮸드를 공부하고 싶으면 이 곳에서 추구하는 것을 따라야 한다.

진실성을 가지고 인물 창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그 진실성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면 진짜 안 된다.

내가 여기서 공부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수업은 우선 신체 이완 후에 관찰로 이어졌다.

가방을 관찰하는 시간이 잠깐 있었다.

이 관찰 수업에서 난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일의 한계를 절감했다.

워크샵 동기분들은 각자 느낌을 말하기도 하고, 앞서나가 가방에 자감을 가지려고 하거나

주인과의 관계, 또는 약간의 표면적 모습들, 즉 자신이 가진 관점으로만 관찰했다.

하지만 선생님이 우리에게 원한 대답은 오직 가방 표면의 디테일한 모습 뿐이었다.

정말 의미 그대로의 관찰이었다. 다들 눈을 감고 이에대해 뭔가 말을 늘어놓긴 했지만 맞는 것은 거의 없었다.

다른 동기가 고백하기를 자신은 아는 척을 했다고 했다. 정말 솔직한 답이었다.

선생님은 이것을 배우가 가장 흔하게 빠질 수 있는 착각이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세상을 보고 받아들이는 폭은 정말 좁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내 눈으로 보는 많은 것들은 얼마나 오해받고 살아가고 있는가.

내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이러니 당연히 내 연기가 경직되고,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여기서 몇가지 의문 )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모습이란 과연 존재하는가?

그 뒤에 연기자 혹은 연출자의 주관이 개입되어야 배우의 보기 추한 딸딸이를 면할 수 있는 것인가?


내가 많은 것들을 접하고, 관찰을 통해 스스로 깨달아야 할 부분이다.

이제 정말 여행을 떠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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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동물 에쮸드는 '관찰'을 위한 훈련이다.

이것을 하며 선입견과 편견 저 너머에 있는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고

이것을 체화해 연기자가 안 쓰던 근육을 발전시켜

연기자가 창조할 수 있는 캐릭터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늑대를 한 번 더 해보면 잘할 수 있을까.

동물 에쮸드는 끝나고 이제 1인 에쮸드를 준비해야 하지만

동물 에쮸드를 세 개쯤 만들어봐야겠다.


나는 연기를 할 때 표면에, 형식에, 그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내 개인적인 추측으로 이건 내가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 것 같다.

연기 공부 한답시고 영화 보는 양을 더 늘렸는데

영화감독마다 연출법이 다르지만 감독이 배우에게 원하는 것은 연기라기보단 어떤 그림이다.

미쟝셴이다.

난 영화를 꽤 봤는데, 내가 쾌감을 느끼는 것은 영화적인 표현이지 배우의 연기가 아니다.

사실, 영화 보면서 아 저 배우 정말 연기 잘한다 라고 느끼긴 정말 힘든 일이다.


내가 진실에 다가가는 속도가 늦는 이유가 이것 때문인 것 같다.

연기에 대한 접근이 어딘가 빗나가 있었던 거다.

이걸 어떻게 해결할까? 연극을 많이 보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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