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수의 올바른 가지치기
1. 머리말
가지치기(剪定, pruning)란 특정한 목적을 위해 식물체의 일부, 주로 가지와 줄기를 제거하는 것을 뜻한다. 조경수의 경우 가지치기는 나무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가꾸고 유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으며, 조경수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에 속한다. 올바른 가지치기 작업은 조경수의 안전, 건강, 미관 그리고 경제적 가치를 증진시키지만, 가지치기를 잘 못하게 되면 나무의 안전, 건강,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나무의 일생동안 피해를 주고 나무의 생명까지 단축시키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종래의 가지치기 방법은 flush cut (필자는 이것을 밀착절단이라고 이름 부쳐 보았다)라고 해서 가지를 자를 때, 가지의 절단면이 줄기에 평행하도록 줄기에 바짝 부쳐서 절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 이러한 밀착절단 방법은 가지치기의 표준방법이나 다름없이 인정되어 1979년에 “자연표적 가지치기”라는 새로운 가지치기 방법이 등장할 때까지 사용되었다. 오랫동안 수목의 부후에 관한 연구를 해온 미국의 Shigo박사는 이러한 밀착절단 가지치기 방법이 줄기를 썩게 해서 공동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1979년에 「자연표적(自然標的)에 기초한 가지치기(Natural Target Pruning, NTP」라는 새로운 가지치기 방법을 제안하였다(그림 1, 2). NTP방법은 그 후 여러 학자들에 의해 인정되고 전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되면서 오늘날 올바른 가지치기방법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필자는 1983년에 NTP방법을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하고 이를 보급하는데 힘써 왔다. 그러나 이 새로운 가지치기 방법이 아직 만족할 만큼 널리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잘못된 가지치기로 인해 귀중한 나무들이 훼손되는 사례를 많이 목격하게 된다. 따라서 본고는 지금까지 이 새로운 가지치기 방법에 접할 기회를 갖지 못한 분들에게 이를 널리 소개할 목적으로 준비하였다. 이 조그만 글이 조경수의 올바른 가지치기에 대한 이해를 넓혀, 사회 문화적 가치가 높은 노거수 천연기념물을 비롯해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귀중한 조경수들을 오래도록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고 유지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림 1. 지피융기선과 지륭(가지밑살)의 개념이 도입되기 전의
잘못된 가지치기 방법 (1978년 이전)
그림 2. 지피융기선과 지륭(가지밑살)의 개념이 도입된 이후의
올바른 가지치기 방법 (1979년 이후)
2. 가지치기의 목적
가지치기를 하는 목적은 대상 작물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과수의 경우는 가지치기의 주목적이 과실생산을 증진하는데 있고, 임목의 경우는 우량한 목재를 생산하는데 있다. 하지만 과실이나 우량목재 생산이 목적이 아닌 조경수의 경우, 가지치기는 첫째, 인명과 재산의 안전을 도모하고, 둘째, 나무의 건강을 유지하고, 셋째, 나무의 미관을 유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그림 3).
(1) 인명과 재산의 안전도모
노거수와 같이 크고 오래된 나무에는 굵은 가지들이 말라죽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지들은 자체의 무게 때문에 언제라도 부러져 떨어지면서 인명과 재산(건물 등)에 예기치 못한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또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거나, 가로등, 교통신호 등을 가려 차량통행에 지장을 주는 가지들, 가로수의 경우, 보행자의 보행에 지장을 주는 지하고(枝下高, 2.4~2.7m) 이내의 밑가지들, 전선에 접촉되어 감전 위험이 있는 가지들, 전화줄 등 통신시설에 장애가 되는 가지 등도 그대로 방치하면 위험하다. 이처럼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한 가지들은 가장 우선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가지치기를 「안전을 위한 가지치기(safety pruning)」라고 부른다. 종래의 조경수의 가지치기 작업은 나무의 건강과 미관 증진에 가장 큰 역점을 두고 실행되어 왔다. 그러나 사람들이 나무와 접하는 기회가 크게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인명과 재산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가지치기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2) 나무의 건강유지
죽은 가지, 심하게 병든 가지, 상처를 크게 받았거나 부러진 가지, 서로 부딪쳐서 상처를 내는 가지, 자르다 남은 긴 가지터기(殘枝, branch stub) 등은 나무의 건강에 해롭기 때문에 일찍 제거해야 한다. 죽은 가지, 가지터기, 병든 가지 등을 일찍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목재부후균의 침해를 받아 가지가 썩고 부후(腐朽)가 줄기로 진전되어 줄기까지 썩게 된다(그림 4). 가지와 잎이 지나지게 무성해서 수관내부로 공기유통이 잘 안되고, 햇빛이 잘 닿지 않을 경우, 여러 가지 병의 발생을 조장하므로 가지를 적절히 솎아내야 한다.
(3) 나무의 미관유지
조경수는 무엇보다도 미관이 중요하므로 균형 있는 수형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가지치기를 해아 한다. 웃자란 가지(徒長枝), 겹친 가지(交叉枝), 너무 과밀하게 자란 가지, 나무의 안쪽으로 뻗은 가지, 밑으로 쳐진 가지, 역지(力枝) 이하의 가지들, 원줄기에 발생한 잔가지들, 쇠약한 가지들, 자르다 남은 긴 가지터기 등은 나무의 미관을 저해함으로 제거한다. 어린 나무에서부터 균형 있고 아름답게 나무의 모양을 가다듬어야 성목이 되어서도 그 모양을 유지하고 오래도록 건강하게 자랄 수 있으므로 치수시절에 적절한 골격전정을 해서 수형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경수의 미관을 유지하기 위해 나무의 모양을 가다듬고, 원하는 수형으로 만드는 가지치기 작업은 수종에 따라 다르며, 풍부한 경험과 예술적인 안목을 요한다.
3. 가지 치는 시기
가지치기의 적기는 수종에 따라 어느 정도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적절한 시기는 수목이 휴면상태에 있는 늦겨울이다.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경우 나무의 생육이 시작되기 전인 2월 중순부터 하순까지가 가지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가지치기로 생긴 상처를 치유하는 형성층의 세포분열은 봄에 개엽과 더불어 시작되기 때문에 이보다 조금 일찍 즉 늦겨울에 가지치기를 해서 봄 일찍부터 상처가 아물도록 하는 것이 좋다. 휴면기에 가지치기를 하게 되면, 활엽수의 경우 잎이 없고 가지만 남아 있기 때문에 나무의 골격구조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어 제거해야 할 가지들을 결정하는데 매우 편리하다. 또한 겨울에는 병원균의 활동이 적으므로 가지치기로 생긴 상처를 통해 병원균이 침입하는 기회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린 나무와 이식목의 골격전정, 성숙목의 수관 솎아베기(crown thinning), 수관 높이기(crown raising), 수관축소(crown reduction)와 같은 수형조절을 위한 가지치기 작업은 나무의 휴면기에 실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죽은 가지, 부러진 가지, 병든 가지, 인명과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한 가지 등의 제거와 가벼운 가지치기는 연중 아무 때나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활엽수는 가을에 낙엽이 진 후부터 봄에 생장을 개시하기 전까지의 휴면기간 중에는 아무 때나 가지치기를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추운 지방에서는 가을이나 초겨울에 가지치기를 하면 겨울 동안에 동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늦겨울에 실행하는 것이 좋다. 침엽수의 경우는 연중 이무 때나 가지치기를 해도 큰 무리는 없지만 가지치기 할 때 수액과 송진이 적게 흘러나오는
겨울철이나 이른 봄 새가지가 나오기 전에 실행하는 것이 좋다. 수종에 따라서는 단풍나무나 자작나무처럼 이른 봄에 가지를 치면 수액이 흘러나와서 상처치유를 지연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런 수종들은 늦가을이나 겨울, 아니면 잎이 완전히 나온 후에 가지치기를 하면 수액이 흘러나오는 시기를 피할 수 있다.
4. 자연표적에 기초한 가지치기
Shigo박사가 제안한 새로운 가지치기 방법인 “자연표적 가지치기 방법 (Natural Target Pruning, NTP, 이하 NTP로 약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NTP에서 말하는 자연표적인 지피융기선(枝皮隆起線, Branch Bark Ridge,BBR)과 지륭(枝隆, Branch Collar, BR)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줄기조직
가지조직
지륭
지피융기선이란 가지와 줄기의 결합부위에 있는 주름살 모양의 융기된 부분(그림 5)을 말하는데, 지피융기선을 경계로 해서 줄기조직과 가지조직이 갈라진다
(그림 7). 다시 말해 지피융기선은 줄기조직과 가지조직을 갈라놓는 경계선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지륭이란 가지밑살이라고도 부르며 가지를 지탱하기 위해 줄기조직으로부터 자라나온 가지의 밑에 있는 볼록한 조직(그림 6)을 말하는데, 이 지륭 안에는 가지를 잘랐을 때 줄기의 목질부로 부후균이 침입하는 것을 억제하는 화학적 방어층이 형성된다(그림 8). NTP란 바로 이 지피융기선과 지륭을 표적으로 해서 가지나 줄기를 절단하는 것을 말하며, 지피융기선과 지륭은 모든 가지치기에서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NTP를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지피융기선 바로 바깥쪽에서 시작해서 지륭의 바로 바깥쪽을 향해 가지를 절단하는 것인데, 이렇게 자를 경우 줄기조직이 상하지 않을 뿐 아니라 화학적 보호층이 들어 있는 지륭도 그대로 남아 있게 되므로 병원균이 직접 줄기조직으로 침입하는 것을 억제하여 줄기가 썩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종래의 밀착절단 방법으로 가지를 자르게 되면 지피융기선 안쪽에 있는 줄기조직과 화학적 보호층이 들어있는 지륭이 모두 잘려나가기 때문에 상처가 잘 아물지 않고, 무방비상태가 된 줄기조직에 병원균이 쉽게 침입해서 줄기조직이 썩고 공동으로 진행된다. 우리 주변의 노거수, 공원수, 가로수, 마을 어귀의 정자나무, 학교와 직장의 녹음수 등을 둘러보면 크고 작은 공동들로 줄기가 심하게 훼손되어 있는 나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은 대부분 밀착절단에 그 원인이 있다.
가지조직
가지조직
5. 가지치기에 공통되는 지침
(1) 굵은 가지자르기
굵은 가지를 한번에 자르면 무게 때문에 줄기의 껍질과 줄기조직이 함께
찢어지면서 나무에 상처를 낸다. 따라서 굵은 가지를 자를 때는 줄기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서 다음과 같이 3단계로 나누어 잘라야 한다.
첫 번째 절단은 세 번째의 최종 절단 위치에서 30cm 정도 올라가서 가지의 밑 부분을 직경의 1/3~1/4 가량만 위 방향으로 자른다(그림 9, A).
두 번째 절단은 첫 번째 절단 위치에서 2~3cm 가량 올라와서 가지의 윗부분을 가지가 부러질 때까지 아랫방향으로 깊게 자른다(그림 9, B). 세 번째 최종 절단은 앞서 설명한 NTP방법에 따라 지피융기선의 바로 바깥쪽에서 지륭의 바로 바깥쪽을 향해 자르는데, 침엽수와 활엽수에 따라 또 산가지와 죽은 가지에 따라 그 절단 위치가 조금씩 다르며, 이에 대해서는 뒤에 자세히 설명하기로 한다.
(2) 가지나 줄기를 자를 때는 절단면이 매끄럽게 되도록 잘라야 한다.
굵은 가지를 자를 때, 위에서 설명한 첫 번째와 두 번째 절단은 굵은 톱이나
기계톱을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마지막 세 번째 절단은 너무 굵지 않은 손톱으로 매끈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절단면이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하면 상처가 더디 아물거나 깨끗하게 아물지 않아 나중에 병원균의 침해를 받을 수 있고 보기에도 좋지 않다.
(3) 상처도포제 처리
가지를 자르고 나면 상처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지오판 도포제와 같은 적절한 상처도포제를 발라서 노출된 형성층 조직이 마르는 것을 방지하고 상처를 통해 병원균이 침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상처도포제의 효과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서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는데, 상처도포제에 따라 차이가 많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효과가 있다거나 없다고 말 할 수 없으며, 어떤 상처도포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경우, 상처도포제로 지오판 도포제를 30년 넘게 사용해 왔는데 가지치기를 한 후 절단면에 발랐을 때 형성층이 마르는 것을 방지해서 상구조직(傷口組織, woundwood, cicatrix)의 발달을 증진하고 병원균의 침입을 방지하는데 우수한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였고 지금까지 이로 인한 피해는 발견하지 못했다. 따라서 필자는 가지 절단면의 보호를 위해 지오판 도포제와 같이 수십 년간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검증된 상처도포제를 바르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상처도포제나 수성페인트, 유성페인트, 크레오소트, 콜타르 등은 사용하면 안 된다. 가지치기로 생긴 상처는 작은 가지의 경우 형성층조직이 자라 나와서 1년 내에 감싸게 되며, 굵은 가지의 경우 3~4년 정도 걸린다(그림 10, 11). 따라서 가지의 절단면이 클 때는 상구조직이 상처부위를 완전히 감쌀 때까지 1년에 한번씩 노출된 상처부위에 지오판 도포제를 발라주면 좋다. 단풍나무나 자작나무와 같이 봄에 가지치기를 했을 때 수액이 많이 흘러나오는 나무는 흘러나온 수액이 완전히 마른 후에 도포제를 바르거나 또는 수액이 흘러나오지 않는 겨울철에 가지치기를 한 다음 도포제를 바른다.
6. 가지의 절단 위치
모든 가지는 줄기와 가지의 결합부위 및 가지와 가지의 결합부위에서 자르며, 가지의 마디 사이에서 자르면 안 된다(그림 12). 모든 가지는 반드시 화살표로 표시된 가지의 결합부에서 잘라야 한다. 화살표와 화살표 사이에서 자르면 안된다.
1) 살아 있는 가지
(가) 굵은 옆가지 자르기
지피융기선 바깥으로 지륭이 발달한 가지는 지피융기선을 표적으로 하지 말고, 지륭을 표적으로 해서 지륭을 다치지 않게 지륭의 끝부분을 자른다(그림 15). 가지를 자를때, 어떤 경우에도 지륭부분이 잘려나가면 안 된다. 지륭이 발달하지 않은 가지는 지피융기선의 바로 바깥쪽에서 지피융기선과 줄기의 각도와 같은 각도가 되도록 비스듬히 자른다(그림 13, 14).
가지를 자를때는 어제나 단번에 자르지 말고 먼저 가지터기를 남겨 놓고자른 다음(F) 남은 가지터기를 A지점에서 시작해서 B지점을 향해 매끈하게 자른다. 이 때 A→D, C→B, C→D 방향으로 자르면 안된다. E는 지피융기선이 끝나는 지점, B→D는 가지 밑살부분(그림 14).
(나) 원가지(주지) 자르기
원가지가 바람에 의해 부러졌거나, 나무의 키를 작게 하고자 할 경우에 원가지를 제거하게 된다. 이 때는 먼저 원가지의 하중을 제거한 후(1, 2)
원줄기에 있는 지피융기선의 바로 바깥쪽에서 AB 방향으로 비스듬히 자른다(그림 16).
2) 죽은 가지
죽은 가지에는 지륭이 많이 발달해 있다. 이럴 때는 지피융기선을 표적으로 하지 말고 지륭을 표적으로 해서 잘라야 한다(그림 17). 어떤 경우에도 지륭부분이 잘려 나가면 안 된다.
(2) 침엽수
침엽수의 경우는 산가지와 죽은 가지의 절단 위치에 차이가 없으며, 지피융기선의 바로 바깥쪽에서 지륭의 바로 바깥쪽을 향해 자른다(그림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