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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서찰(곡: 시간의 바깥)

작성자불을끄고별을켜자|작성시간26.06.08|조회수20 목록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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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6일(토)

시간의 서찰
ㅡ중고마켓, 날지 않는 서사


중고마켓에서 아주 비싼 스피커를 보았다.
처음에는 가격이 눈에 들어왔다.
이윽고 팔자는 것인지 자랑하자는 것인지 비딱한 마음이 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이상하게 그 물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 가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종종 어떤 물건 앞에서 오래 멈춰 선다.

낡은 책상 하나, 오래된 만년필 하나, 누군가 평생 모았을 것 같은 LP 한 장.

물건 자체보다 그 물건을 바라보던 사람의 시간이 궁금해진다.

어쩌면 우리는 물건을 통해 시간을 본다.

나무는 나무로 남아 있고, 돌은 돌로 남아 있는데,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흘러간다.

그래서 흘러가지 않는 것들에 마음을 붙이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스피커를 모으고, 누군가는 바둑판을 간직하고, 누군가는 오래된 사진을 버리지 못한다.

그 안에는 소유보다 조금 더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다.

나는 문득 신선의 바둑판을 생각했다.

정말로 신선이 쓰던 바둑판이 내 앞에 놓인다면 어떨까.

아마도 처음에는 신기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나는 깨닫게 될 것이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은 바둑판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 바둑판 앞에 앉아 있던 사람의 시간이었다는 것을.

그가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생각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돌을 놓았는지.

우리는 종종 물건을 통해 사람에게 다가가려 한다.

그러나 끝내 닿지 못한다.

바둑판은 남지만 대국은 사라진다.

악기는 남지만 연주는 사라진다.

스피커는 남지만 음악을 듣던 저녁은 사라진다.

어쩌면 삶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남는 것과 남지 않는 것이 서로 엇갈리며 지나가는 일.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물건의 값보다 그 곁에 머물렀던 시간을 더 생각하게 된다.

좋은 바둑판을 갖는 일보다, 좋은 한 수를 두는 일이 어렵고,

좋은 스피커를 갖는 일보다, 좋은 음악 한 곡을 마음에 담는 일이 어렵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무언가를 소유하려한다.

아마 그것이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라지는 것들을 붙잡을 수는 없어도, 잠시 손 위에 올려놓고 바라볼 수는 있기에.

언제나
나는 것은
낡은 시간의 서찰.

ㅡㅡㅡ
시간의 바깥(아이유)

https://youtu.be/R3Fwdnij49o?si=7hc0M84YTMX_455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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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불을끄고별을켜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8 송설 님!
    졸필에 늘 따뜻한 말씀을 보내주시니,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지요.
    여독이 아직 남아 계실 텐데 또 괴산을 계획하고 계시는군요.
    괴산은 참 좋은 곳이지요. 맑은 물과 산, 그리고 맛있는 과일까지...
    오래전 맛보았던 꿩요리도 문득 생각납니다.

    저는 치과 치료 때문에 서울에 와 있습니다. 치료를 마친 뒤 몽촌토성을 천천히 둘러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오래된 역사와 정취 그리고 현대가 모두 이곳에 모여 있는 듯합니다.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여유가 느껴지는군요.
    근처에 친구가 산다고 들었지만, 불쑥 연락하기가 망설여져 그만두고 한적한 곳 택해 걷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알림 소리에 잠시 앉았습니다.

    그럼,
    좋은 오후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 작성자송설 | 작성시간 26.06.09 치료 잘 받으시고 잘쉬다 가셔요.
    전 지금 새벽 출발해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답니다.
    송시열의 공과 과에대해 이야기하며...
  • 답댓글 작성자불을끄고별을켜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9
    덕분에 잘 구경하고 귀가하였습니다.

    혹 문정공 후손이신가요?
    모쪼록 즐거우시길...
  • 답댓글 작성자송설 | 작성시간 26.06.09 불을끄고별을켜자 네.^^
  • 답댓글 작성자불을끄고별을켜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9 송설 네 그러시군요, 은진 송.
    잠비공은 들어보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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