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정덕기 작곡가

[스크랩] 우리 예술가곡의 문제점-③

작성자정덕기|작성시간11.05.26|조회수145 목록 댓글 1

제2장 정확한 화성 II

나는 ‘우리 예술가곡의 문제점’이란 이 글을 쓸 때 두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였다. 그 한 가지는 나의 가곡에 대한 견해와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장이 아니라 정말 우리 예술가곡을 섬긴다는 마음으로, 우리 예술가곡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였으면 좋겠다는 사명감으로 시작하였다. 그리고 또 하나는 모든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미 두 번째의 사항은 이미 물 건너 간 것 같다. 지난호의 글을 읽으신 몇몇 분이 이 글은 전문가들을 위한 글이지 음악애호가를 위한 글은 아니라는 말씀을 하셨다. 다시 말하면 좀 어렵다는 뜻이다. 어느 정도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이해될 수가 있다는 말이다.

요즈음 와서 생각해 보니 그래도 작곡하기를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시절의 장래 희망대로 소설가가 되었다면 참으로 힘들었을 것 같다. 매달 연재하고 있는 이 ‘우리 예술가곡의 문제점’의 원고 마감일이 돌아오는 것이 부담스럽고 아무리 쉽게 쓰려고 노력해도 잘 되지가 않는데, 본격적인 글쟁이가 되었다면 정말 죽을 맛이 아니었겠는가. 새삼 글 쓰는 것을 업으로 하는 분들이 존경스럽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쉽게 이해될 수 있게 써 볼 작정이다.

 

3) 비화성음의 문제

곡을 쓸 때 화성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 비화성음 처리문제라고 대답한다. 작곡하는데 있어 모든 음을 화성음으로만 작곡할 수는 없다. 필연적으로 화성 밖의 음, 즉 비화성음을 쓸 수밖에 없다. 만약에 빠른 페시지가 있다면 무슨 수로 다 화성음으로 채울 수 있겠는가. 그리고 다 화성음으로 메웠다하더라도 그것이 음악적이겠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음은 화성음으로, 또 다른 어떤 음은 비화성음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비화성음을 잘 이용하면 오히려 긴장과 이완을 통하여 더욱 음악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많은 작곡가들은 그저 먼저 나온 음과 보다 긴 음을 화성음으로, 그 나머지를 비화성음으로 선택하기에 급급하다. (악보 5)

 

그래서 (악보 5)에서처럼 아직도 몇몇 작곡가들은 첫마디를 I도 화음으로 쓰는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도’음이 맨 먼저 나올 뿐만 아니라 길이도 엄청 길기 때문에 당연히 ‘도’가 화성음인 I도 화음으로 하여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는 경우 첫마디에서 8분음표로 잠깐 나오는 ‘시’가 문제가 된다. 그렇게 되면 ‘시’음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자유음이 되어 찌꺼기가 그냥 남게 된다. 기능화성으로 이루어진 음악에서는 결코 찌꺼기를 남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어떤 이들은 ‘도’음은 I도 화음으로 ‘시’음은 V도 화음으로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 짧은 8분음표 때문에 또 다른 하나의 화음을 쓴다는 것은 그야말로 조잡하기가 이를 데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악보 6)

 

(악보 6)에서처럼 ‘도’음을 비화성음으로 ‘시’음을 화성음으로 하는 V도 화음으로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찌꺼기도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런 비화성음을 전타음이라 한다.

이처럼 강박에 쓰이는 비화성음에는 계류음과 전타음이 대표적이다. 약박에 쓰이는 비화성음에는 경과음, 보조음, 그리고 예상음이 있다. 그리고 그것들과는 상관없는 저속음을 포함한 보속음이 있다. 이것들이 다 비화성음이다. 이 중에서 그래도 우리가 비교적 어법에 맞게 잘 쓰는 것은 약박에 쓰이는 경과음, 보조음, 예상음 정도일 것 같다. 물론 그것도 순차적으로 연결되어져 어법에 맞게 씌어져야 할 것이다.

경과음을 쓴다면서 아래처럼 순차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경과음이 되지 않아 잘못 쓴 예가 된다. (악보 7)

 

그리고 예상음은 계류음과는 반대의 개념이다. 예상음은 선율이 먼저 오고 화음이 바뀌는데 반하여 계류음은 화음이 먼저오고 뒤이어 선율이 나오는 형태이다. (악보 8)

 

 

우리 작곡가들에게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강박에 쓰이는 비화성음 즉 계류음, 전타음, 그리고 보속음이다. 그리고 이런 비화성음을 잘 사용하여야 음악이 돋보이게 된다. 대가들은 전타음을 우리가 그래도 쉽게 생각하는 경과음이나 보조음보다 더 흔하게 쓴다. 그들은 두음이 순차적 하행할 때나 반음으로 상행할 때에는 거의 예외 없이 대부분 전타음을 사용한다. (악보 9)

 

 

때에 따라서는 2중 전타음도 많이 사용한다. (악보 10)

 

 

또한 한마디 이상을 전부 전타음으로 쓰는 경우도 흔하다. (악보 11, 12)

 

 

 

 

한 곡 전체가 전타음과 그것의 해결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루어 진 것도 있다. (악보 13)

 

 

그리고 긴꾸밈음을 흔히 잘못 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도 전타음의 이해 부족으로 생기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긴 꾸밈음일 경우 꾸밈음이 다음에 오는 음보다 적어도 음의 길이가 같든지 더 길어야 한다. 심지어는 바로 그 뒤의 음이 같은 높이의 음일 경우에는 음 전체가 꾸밈음이 된다. 이것도 다 전타음으로 이해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아래 (악보 14)의 (A)는 (B)처럼 연주하여야한다.

 

 

보속음을 사용하는 것 중에는 곡 전체가 으뜸음과 딸림음의 저속음, 보속음으로 된 것도 있다. (악보 15)

 

 

사실 정확한 화성에서 잘 해결되지 않으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비화성음 처리 문제이다. 이것을 잘 처리해서 세련된 예술가곡으로 만들어야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이 있는 곡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4) 4.6화음을 포함한 불협화음 해결의 문제

불협화음이란 불협화음정을 갖고 있는 모든 화음을 말한다. 그리고 모든 불협화음은 원인을 제공한 음이 다음화음에서 반드시 해결되어야만 한다. 이 해결이란 의미는 원인을 제공한 불협화음정의 음이 순차적으로 하행하는 것을 말한다. 불협화음정에는 장2도, 단2도, 장7도, 단7도, 그리고 모든 증음정, 감음정이 있다.

또한 보통 간과하여 지나치는 불협화음정에는 베이스로부터 생기는 완전4도도 이에 속한다. 그래서 4.6화음은 베이스로부터 완전4도 음정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종의 불협화음이다. 그러므로 해결하는 의미에서 절대 단독으로는 쓰일 수 없고 종지적 4.6화음, 경과적 4.6화음, 보조적 4.6화음, 같은 화음 내에서의 4.6화음 등 4가지에 한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vii도 화음을 제외하고 부3화음에서는 4.6화음을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주요3화음에서 쓸 터인데 어법에 맞게 해결하여야한다.

그리고 각종 7화음, 9화음, 11화음은 7음, 9음, 11음, 그 자체가 불협화 음정이므로 꼭 순차적으로 하행하여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여야만 화음의 연결문제도 쉽게 풀린다.

 

5) 다양한 화음

세상의 어떤 화가가 단지 빨강, 노랑, 파랑의 3가지 색으로만 그림을 그린다면 그 그림은 아마 유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어떤 효과를 위하여 일부로 그렇게 그렸다면 문제가 될 수 없겠으나 그 수많은 2차색, 3차색, 명청색, 암청색을 몰라서 단지 빨강, 노랑, 파랑색으로만 그린다면 어린아이의 수준에서 벗어나기가 힘들 것이다.

화음에도 당연히 I도 화음, V도 화음, IV도 화음, 3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2차색, 3차색에 해당되는 각종 부3화음, 7화음, 9화음, 11화음이 있다. 그리고 명청색, 암청색에 비견되는 다른 조성의 V도 화음이나 vii도 화음을 빌려와서 쓰는 부속화음, 부감화음, 부반감화음이 있고 장음계와 단음계의 성격을 바꾸어서 만든 각종 변성화음이 있다. 또한 보통 2음, 4음, 6음, 7음에 변화를 주어 만든 이태리6화음, 독일6화음, 프랑스6화음의 증6화음과 나폴리6화음을 포함하는 각종 변화화음, 그것을 다른 조성에서 빌려와서 쓴 각종 부변화화음이 있고 이끈음을 2개 갖는 증속화음과 부증속화음, 각종 비화성음을 포함하는 화음 등 화음에도 수많은 종류의 화음이 있다.

그러나 기능화성에서는 이 모든 화음들이 기능적으로 3가지의 주요3화음에 속한다. 다시 말해 I도 화음의 기능을 하는 화음, V도 화음의 기능을 하는 화음, IV도 화음의 기능을 하는 화음이 그것이다. 부화음에서 ii도 화음, 각종 변화화음은 IV도 화음에 속하고, iii도 화음, vii도 화음, 부속화음, 부감화음, 부반감화음, 증속화음, 부증속화음은 V도 화음에 속한다. vi도 화음은 I도 화음의 기능을 한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이런 다양한 화음의 기능을 바로 이해하고 연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 해에 몇 차례 작곡과 지망생들의 작품을 채점할 때가 있다. 입시생들은 장래와 직결되는 시험이라 한 점이라도 더 받기위해, 지도하신 선생님에게서 배운 대로, 그 시험지가 화음들의 전시장이라도 되는 양, 각종 다양한 화음들을 사용하여 주어진 과제를 푼다. 그러나 그 곡들을 피아노로 직접 연주해 보면 도저히 들을 수 없는 곡들이 대부분이다. 왜 그럴까. 채점관으로부터 점수를 잘 받기 위하여 다양한 화음들을 그저 단순히 외워 와서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베끼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베낀, 그래서 화음의 기능도 이해하지 못하고 연결도 이루어지지 않은 그 곡이 제대로 소리가 날 리가 없다.

며칠 전 KBS방송국에서 나를 취재해 간적이 있다. 그 때 KBS의 작가가 나에게서 가장 중요한 스승은 누구였냐고 질문한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길러 주신 스승은 여럿 있습니다. 그 분들이 나를 만들어 주셨지요. 그러나 그보다 더욱 큰 스승은 대가들이 남긴 악보입니다.” 나는 지금도 우리 학생들에게 ‘선생이 가르칠 수 있는 것은 5%도 되지 않는다. 대가들의 악보를 분석함으로 나머지의 95%를 채워라’고 말한다. 선생이 세상의 모든 음악을 다 알 수 있겠는가. 만약 안다하더라도 가르칠 수 있겠는가.

 

6)다양한 전조

우리가 교향곡의 작품명을 말할 때 보통 L. V. Beethoven <Symphony No. 5 (운명) c minor Op. 67>이라 한다. 그 때 이 곡이 c minor라 곡 전체가 c minor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c minor가 중심이 될 뿐, 그 속에서 다양한 전조들이 이루지고 있다는 뜻이다. 40분 가까이 되는 이 곡을 들을 때 하나의 길, 하나의 조성으로 작곡되어 있다면 얼마나 지루할 것인가. 이 곡은 1악장은 c minor로 되어 있지만 2악장은 Ab Major로, 3악장은 c minor로, 4악장은 C Major로 되어 있다. 악장별로 관계조에 의한 조성이 다양하다. 1악장에서 고뇌하는 운명을 표현하기 위하여 c minor를 사용하였다면 4악장에서는 승리의 기쁨과 환희를 표현하기 위하여 1악장의 같은 으뜸음조인 C Major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악장 내에서도 다양함을 표현하기 위하여 수많은 전조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조에는 온음계적 전조, 반음계적 전조, 변성화음을 이용한 전조, 변화화음을 이용한 전조, 감7화음 증속화음 독일6화음 이태리6화음을 이용한 딴이름한소리 전조 등 실로 다양하다. 이것들을 대가들의 작품을 통하여 익혀야만 예술가곡 하나를 쓰는데도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느낌의 변화를 줄 수 있다.

끝으로 대학시절 대가들의 작품들을 분석하다 화성에 대해 기가 막히게 감동을 먹었던 부분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장을 마치고자 한다. (악보 16)

 

우선 위 악보는 Tchaikovsky의 교향곡 6번 제2악장 중의 한 부분으로 편리에 따라 화음만으로 그려서 죄송하다. 저음의 D♮음은 저속음으로, 오른손에서 반음으로 부딪치는 D#음이나 C#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리고 첫마디의 G음, 둘째마디의 F#음, 셋째마디의 E음은 경과음이다. 둘째마디의 첫 번째 음 F#음과 셋째마디의 E음, 넷째마디의 B음과 D#음은 전타음이다.

이제 우리도 우리 예술가곡을 작곡함에 있어, 보다 세련되고 다양한 화음과, 조성과 비화성음으로 품격을 갖춘 작품을 만들어 세계화에 앞장서서 나아갔으면 한다.

글_정덕기(작곡가; 백석대교수)

다음검색
스크랩 원문 : Hi~ 음악저널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정덕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1.05.28 (악보5)의 2마디의 화음이 IV도 아니라 vi도 입니다. 그리고 (악보16)은 Tchaikovsky의 교향곡 6번 제2악장이 아니라 제1악장 제2주제입니다 저의 실수였습니다. 이제 보이네요.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