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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N포 세대, 일본 사토리 세대, 중국 탕핑 세대 - 욕심이 없는 젊은이들, 달관세대

작성자최성진|작성시간26.06.08|조회수20 목록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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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토리 세대’는 득도한 스님과 흡사하게 경제적 욕망을 포기하는 생활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정치신학적 깨달음을 보여"

 

 

 

최근 일본에 ‘사토리 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사토리’(悟り)라는 말은 ‘보디’(bodhi)라는 산스크리트어의 역어로, ‘깨달음’을 의미하는 불교 용어다. 세대 이름에 종교적 용어가 붙은 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일본의 신세대가 득도한 스님에 가까운 생활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란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사토리 세대’는 거품경제 붕괴 후에 찾아온 장기불황기에 청소년기를 보냈으며, 2002~2010년 일본 학습지도요령에 따른 ‘유토리’(여유)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를 가리킨다. 경제가 아니라 교육에서 여유를 누리며 자라났기에 이들은 경제적 욕망을 포기하고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

사토리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금욕적 소비행태다. 사토리 세대라는 말을 유행시킨 ‘욕심이 없는 젊은이들’이라는 책에서 저자 야마오카 히로시는 사토리 세대의 소비성향을 “차량이나 명품을 선호하지 않고 스포츠나 술,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특징지었다.

실제로 일본의 20대는 소비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아사히신문이 인터뷰한 도쿄의 한 대학생은 “국내에서도 외국 요리를 먹을 수 있고, 해외풍경은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다”며 해외여행을 가지 않는다. 그는 아예 여권을 만들지 않았으며, 운전면허 역시 굳이 필요성을 못 느껴 따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 대목이다. “20대의 구매욕 상실은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일본교통공사에 따르면 20대 해외여행자는 2000년 417만명이었으나 지난해 294만명으로 줄었다. 18~24세의 자동차 면허증 보유비율은 10년 동안 65%에 머물러 있다. 이 중 실제로 운전하는 남성은 74.5%에서 62.5%로 줄었다.

한 마디로 소비에 욕심이 없는 세대 때문에 자본주의의 확대재생산에 적신호가 들어왔다는 얘기다. 사토리 세대가 사회 주류로 등장하면 앞으로 신혼여행이나 가족여행 시장이 축소되고, 자동차 시장도 크게 타격 받을 것이며, 명품을 비롯한 소비 일반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현상을 전하는 기사는 이를 두고 젊은 세대가 “꿈과 목표를 잃고 현실과 타협하게 됐다”고 진단하나, 이는 절반의 진리에 불과하다. 분석가들이 놓친 나머지 절반의 진리는 젊은 세대가 “꿈과 목표를 버리고 현실에 저항하게 됐다”는 것이리라. 이렇게 물어 보자. 왜 젊은이들이 굳이 ‘꿈과 목표’를 가져야 하는가?

문제는 젊은이들이 가져야 한다고 사회가 강요하는 그 꿈과 목표의 정체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아파트 평수 늘리고, 자동차 배기량 늘리고, 항공권 마일리지 늘리고, 여권의 출국 도장이나 늘리며 인생을 낭비하는 철저히 자본주의적인 꿈과 목표가 아닐까?

물질적 이해관계를 위해 생명의 욕구를 희생시킬 준비가 된 ‘호모 에코노미쿠스’. 이는 영원불변의 인간상이 아니라, 역사의 특정한 시기에 자본주의적 생체공학이 찍어낸 인간상에 불과하다. 그런 인간상을 포기했다 해서 젊은이들이 꿈과 목표를 포기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들은 체제가 요구하는 것과는 다른 꿈과 목표를 새로이 갖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사토리 세대에게 급여 인상과 함께 높은 직책을 주겠다고 제의해도 ‘일만 힘들어진다’며 거절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 거절의 제스처는 공교롭게도 슬라보예 지젝과 같은 급진좌파의 반(反)자본주의 전략과 일치한다.

허먼 멜빌의 소설에서 필경사 바틀비는 “…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하는 대신에 “…하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그에게 ‘거절’은 욕망의 부정이 아니라, 또 다른 욕망의 긍정이다. 사토리 세대의 거절도 다르지 않다. 거기에는 글자 그대로 ‘사토리’가, 즉 어떤 정치신학적 ‘깨달음’이 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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