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랑도 내가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누군가를 만나고, 인연이 닿고, 여러 조건이 모이니까 어느 순간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렇다고 제가 사랑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랑하지 말아야지 한다고 안 생기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면 바로 "내가 사랑한다"라고 생각해요. 마치 그 사랑의 주인이 나인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도 가만히 보면 왔다가 가는 하나의 마음일 뿐이에요. 예전에는 죽도록 사랑했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무덤덤해지기도 하고, 전혀 관심 없던 사람이 좋아지기도 하잖아요. 그렇게 변하는 걸 보면 사랑도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요.
만약 사랑이 정말 나라면 사랑이 사라질 때 나도 함께 사라져야 할 텐데 그렇지는 않아요.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 때도 내가 있고, 사랑이 떠난 뒤에도 내가 있다고 생각하죠. 결국 사랑은 나에게 드러난 하나의 현상일 뿐, 내가 아닌 거예요.
그래서 이제는 사랑이 생겨도 너무 붙잡지 않으려고 해요. 사랑이 떠나간다고 해서 억지로 붙들려고도 하지 않고요. 원래 인연 따라 왔으니 인연 따라 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돌아보면 사랑 때문에 괴로운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한다", "내 사랑이다", "영원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붙잡을 때 괴로웠던 것 같아요.
사랑은 그냥 사랑으로 오고 가는데, 거기에 주인을 만들고 내 것이라고 붙잡으면서 힘들어지는 거였어요.
오늘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내가 사랑한다는 것도 하나의 착각일지 모른다고요. 사랑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인연 따라 내 앞에 잠시 드러나는 것일 뿐인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