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태어나면 삶이라고 하고 죽으면 죽음이라고 하죠. 그래서 마치 정말 태어나는 것이 있고 정말 죽는 것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며 살아가요.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꽃이 피었다고 해서 원래 없던 것이 새롭게 생긴 것은 아니에요. 흙과 물, 햇빛과 공기 같은 수많은 조건이 만나 꽃이라는 모습으로 드러난 것뿐이죠. 꽃이 진다고 해서 완전히 없어진 것도 아니에요. 단지 모습이 변한 것뿐이에요.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지금의 몸과 마음도 수많은 인연과 조건이 모여 잠시 드러난 모습일 뿐이죠. 그런데 우리는 그 모습을 보고 내가 태어났다고 하고, 언젠가는 내가 죽는다고 생각해요.
파도를 보면 생긴 것 같고 사라진 것 같지만 사실 바다는 생긴 적도 없고 사라진 적도 없어요. 파도라는 모습이 잠시 드러났다가 사라진 것뿐이죠.
생사도 그런 것 같아요. 본래부터 따로 존재하는 것이 있다면 태어남도 죽음도 있을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이 인연 따라 잠시 드러난 것이라면 생과 사 역시 우리가 붙인 이름일 뿐이에요.
그래서 모든 것은 본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사를 벗어났다고 말하는 거예요. 태어난 것도 아니고 죽는 것도 아니에요. 조건 따라 드러나고 조건 따라 사라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있을 뿐이죠.
오늘은 삶도 너무 붙잡을 필요가 없고 죽음도 너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사라고 부르는 것도 결국 변화하는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 붙인 이름일 뿐이니까요. 본래자리에서는 생도 없고 사도 없어요. 그저 인연 따라 드러나고 인연 따라 사라질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