샃데카르트의 악마 Evil Demon in Descartes 笛卡儿魔鬼
2 + 5는 얼마일까? 대체로 사람들은 7이라고 답을 할 것이다. 이렇게 답하는 이유는 첫째, 이 계산의 답이 7이라는 것은 명석하게 판명되는 그 자체의 진리이기 때문이며 둘째, 사과를 세보는 것과 같은 경험으로부터 얻은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학은 그 자체가 이미 명증하기 때문에 별도로 증명할 필요가 없다. 기하학도 마찬가지인데 가령, ‘삼각형의 꼭지점은 세 개다’라는 명제는 원래 그렇고 당연히 그렇기 때문에 별도로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수학과 기하학을 명석하고 판명한 진리라고 생각했고, 나아가 학문을 비롯한 모든 것은 이런 명석판명한 진리를 근거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주로 활동한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데카르트(R. Descartes, 1596 - 1650)는 명석한 진리 또는 철학의 제1원리를 찾고자 했다. 그리고 그 명석한 진리로부터 지식과 논리를 확산시켜서 최종적으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한편 자연과학의 진리체계를 수립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만약 철학이나 수학이 명증한 진리가 아니라면 나머지 학문 역시 모래 위에 성을 쌓은 것과 다름없다. 그러므로 명석판명한 진리를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왜냐하면 경험, 편견, 오류, 감각 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비본질적인 것을 제거해야 하며,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의심해야 한다.
근대 합리주의 철학의 정초를 놓은 데카르트의 [성찰(Meditationes de prima philosophia)]은 이러한 명석한 진리를 찾는 사유의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그 생각하는 주체의 생각이라는 것이 객체인 대상을 잘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 또 그 인지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지 알 수가 없다. 만약 사악한 악마(Evil Demon) 또는 전능한 신[deceptive God]이 인간의 인식을 방해한다면 본질과 진리에 이르는 방법은 무의미하다. 예를 들어 자기 육체를 포함한 세상 모든 것은 신이나 악마가 설계한 허상이며 거짓일 수 있다. 그렇지만 데카르트는 그 강력한 악마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생각[cogito] 그 자체는 부정될 수가 없다고 논증했다.
가령 2 + 5는 원래 6이었는데, 사악한 악마 또는 전능한 신이 인간의 인식과 감각을 모두 속이고 경험까지 조작하여 7이라고 만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신이나 악마가 인간을 속이려면 인간이 속을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 악마일지라도 인지능력이 없는 바위나 나무를 속일 수는 없다. 그러니까 인간이 악마의 유혹에 속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다른 동물이 가지지 못한 특별한 능력 즉, 인지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인간일 수도 있고 인간과 다른 형태일 수도 있는 생각하는 주체가 존재하는 것이며 생각하기 때문에 비본질적인 것을 의심하고 또 제거할 수 있다. 이런 의심의 능력을 통하여 최종의 그리고 최후로 남는 명증한 진리가 바로 합리주의 철학의 출발점인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이다.
이처럼 데카르트는 사악한 악마 또는 전능한 신의 개념으로 수학과 기하학의 명제를 논증하고 인식의 주체를 입증했으며 마음/정신과 몸/육체의 이원론(dualism)을 주장했던 것이다. 하지만 많은 데카르트 연구가들은 그가 사악한 악마와 전능한 신이 같은 개념인지 분명하게 말한 바 없다는 것과 두 개념이 다르다면 악마는 속임수를 쓸 수는 있지만 전능한 힘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한 수학이 보편적 의심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명증한 진리라면 그 악마는 전능한 것이 아니므로 완벽하게 속인다는 것 자체가 허위이고 따라서 데카르트가 오류를 범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데카르트의 성찰적 방법서설은 이성을 통한 명증한 진리를 찾는 사유의 원리였으며, 사유의 주체인 근대적 자아를 확립한 철학의 혁명이었다. 하지만 데카르트는 신을 악마와 대비하여 신성모독(神聖冒瀆)을 했다고 비난을 받았고 한때 기독교는 그의 책을 금서로 지정했다.
김승환(충북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