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만 Atman 灵魂
사람이 죽으면 영혼도 사라지는 것인가? 모든 종교와 철학의 주제이기도 한 영혼/정신을 포함한 자기존재에 관한 가장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가 아트만이다. 힌두교를 비롯한 불교, 시크교, 자이나교 등에서 말하는 아트만을 소박하게 정의하자면 자기의 자기, 최후의 자기, 고유한 자아 즉 진아(眞我 true-self)다. 그런데 힌두교에서는 신을 의미하는 동시에 우주의 작용인 브라만(Brahman)과 개인과 개인의 영혼이나 정신을 의미하는 아트만(Atman)으로 구분한다. 아트만은 깨어 있는 자기이면서 의식적인 자아이며 초공간적이고 초시간적이다. 그렇다면 세계영혼이자 신(神)인 브라만과 한 개인의 정신과 마음인 아트만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첫번째는 불이론(不二論 Advaita)이라고 하는 유심주의 사상이다. 브라만이 유일한 진리이며 세상은 가상에 불과하므로 범아인 브라만과 개인적 자아인 아트만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원론(二元論 Dvaita)으로 범아인 브라만과 개인적 자아인 아트만은 별개라는 것이다. 전자는 일원론, 후자는 이원론인 셈이지만 두 이론의 공통점은 개인의 영혼, 자아, 정신을 의미하는 진정한 자기인 아트만을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아트만은 개별 존재의 생명이고, 생명체의 숨결이며, 고유한 영혼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트만은 기독교나 이슬람과 같은 유일신 종교에서 말하는 자기나 주체와는 다른 만유내재신(panentheism)적인 개념이다.
아트만의 어원은 산스크리트어로 정신이라는 의미의 Atman인데 그리스어나 인도유럽어에서는 숨(breathe)을 의미한다. 그래서 아트만은 숨쉬는 모든 존재의 생명과 영혼을 뜻하기도 한다. 인도철학 특히 베단타(vedanta) 학파의 기본 개념인 아트만은 죽은 뒤에도 살아남아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는 존재의 정수이다. 보편적이면서 중성적 원리인 브라만(Brahman 梵)이 우주 작용의 근거가 되는데 반하여 개별적이면서 인격적 원리인 아트만(Atman 我)은 브라만과 통하거나 하나가 되기도 한다는 뜻에서 범아일여(梵我一如)라고 한다.
베단타철학의 우파니샤드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불교의 아트만은 정신과 마음 속에 있는 본질이자 본성인 붓다(Buddha)인 동시에 모든 것이 일어나는 원인이면서 결과이다. 또한 대승불교에서는 불성(佛性)이나 공(空)과 같다고 보는 한편 아트만으로 인하여 집착과 증오가 생기므로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기도 하고 그 반대로 영원하고도 진정한 자아/자기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여기기도 한다. 공사상(空思想)을 정립한 나가르주나(龍樹)의 제자로 <중도론>의 주석을 쓴 인도의 불교철학자 칸드라키르티(月称 Candrakīrti 600 - 650)는 아트만을 생명의 본질과 정수로 본다. 다른 모든 존재는 상호관계 속에서 의존적으로 존재하는데 반해서 아트만만은 독립적이고 완결적인 본질과 정수라는 것이다. 또한 아트만은 금강석과 같은 마음을 가진 아라한(Arahant)일 수도 있고 깨우친 대자아일 수도 있으며 영원하고 무한한 초월적 존재일 수도 있다. 반면 남아시아의 데라와다 불교[소승불교]에서는 아트만을 니르바나, 즉 열반(涅槃)의 상태로 해석하기도 한다. 반면 아트만을 연기, 카르마, 윤회 등의 원리를 설명하는데 방해가 되는 개념으로 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