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포르테피아노(fortepiano)'라는 말과 '피아노포르테(pianoforte)'라는 말이 동의어로 쓰인다. 그러나 이 두 말은 동의어라고 하기가 조금 애매모호해서 사실 혼란의 여지가 많다. 우선 '피아노포르테'라는 말은 몇 가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말은 '포르테피아노'라는 말처럼 초기의 피아노를 가리킬 때도 많지만, 그냥 단순히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피아노를 총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피아노'라는 말은 '피아노포르테'의 준말인 것이다. 그래서 음반을 구입할 때도 주의를 할 필요가 있는데, 'pianoforte'라는 말이 쓰여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시대 악기(period instrument)를 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이탈리아 레이블인 경우에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고, 프랑스에서 나온 음반들에도 종종 'pianoforte'라는 말이 쓰여 있으나 시대 악기가 아닌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이 '피아노포르테'라는 말이 '포르테피아노'와 상대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피아노포르테'는, 초기 피아노를 뜻하는 '포르테피아노'와 달리, 현대의 피아노만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피아노포르테'라는 말을 '포르테피아노'와 동의어로 사용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 말은 초기의 피아노만을 가리키기도 하고, 현대의 피아노만을 가리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피아노를 총칭할 때는 보통 '피아노'보다는 '피아노포르테'를 더 선호한다. 왜냐하면 '피아노'보다 '피아노포르테'라는 말이 이 악기의 특성을 더 잘 설명해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피아노포르테'라는 말을 쓴다면, 그것은 포르테피아노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의미에서 '해머로 현을 때려서 소리를 내는 건반악기'를 지칭한다. 한편, '포르테피아노'라는 말의 의미는 명확한가? 절대 그렇지 않다! 대체로 '포르테피아노'라는 말은, 거칠게 말하자면, 초기의 피아노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까지가 초기인가?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가 처음으로 이런 종류의 악기를 만들었던 1700년경은 분명히 '초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식의 피아노와 신식의 피아노를 나누는 경계선은 대략 언제쯤일까? 어떤 사람들은 목제 프레임을 사용하여 무게가 보다 가볍고, 펠트 해머보다는 가죽으로 싼 해머를 사용했던 옛 피아노를 가리키기 위해 '포르테피아노'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러면 대체적으로 1830년대 이후의 피아노는 '포르테피아노'가 아닐까? 1830년경에는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가? 대략 이때부터 현대 피아노의 중요한 세 가지 요소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금속제 프레임과 펠트 해머, 그리고 이중이탈장치(double escapement)이다. 그래서 피아노의 구조 상으로는 이 시기에 근본적인 혁신이 일어났다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830년 이후의 피아노들을 모두 현대의 피아노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빈에서 가장 유명한 장인이었던 콘라드 그라프는 1840년대까지도 목제 프레임을 고수했으며, 빈의 피아노들은 액션의 구조 자체가 본질적으로 현대의 피아노와는 다른 것이었다. 빈식 액션은 1909년까지 뵈젠도르퍼 피아노에도 남아 있었다. 게다가 1830년대에 가장 현대적인 피아노라고 할 수 있었던, 프랑스의 에라르 사가 제작한 피아노조차도 현대의 피아노와는 그 음향이 전혀 달랐고, 심지어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만들어진 피아노들도 오늘날의 스타인웨이식 피아노와는 상당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액션 뿐만 아니라, 현의 배열 방식도 많은 것을 바꿔 놓았는데, 오늘날에는 스타인웨이식의 overstringing 방식을 일반적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대체적으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19세기 후반의 피아노조차도 '포르테피아노'라고 부르는 것 같다. 다시 말해서 이 말은 종종 당대의 피아노(period piano)를 총칭하는 말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에라르 사의 피아노를 'fortepiano'라고 써 놓은 음반은 그리 많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면 좋겠지만 상황은 이보다 좀 더 복잡하다. 동구권에서는 일반적인 의미의 피아노를 가리키는 말로 여전히 '포르테피아노'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포르테피아노'라고 하면 그냥 우리가 보통 '피아노'라고 부르는 그 악기를 뜻하는 것이며, 폴란드에서는 아마도 'fortepian'이라고 하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작년쯤에 어떤 음반 리뷰어가 이 말을 오해하여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포르테피아노를 연주하였다고 리뷰를 쓰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간에, 나의 경우에는 적어도 1830년대 이전(빈의 경우에는 1840년대까지도 연장될 수 있다)의 피아노는 대체적으로 '포르테피아노'라고 부르고, 19세기 후반의 피아노에 대해서는 '포르테피아노'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 편이다. 그 대신에 '에라르 피아노'와 같은 식으로 언제나 제작자를 밝혀서 말한다. 그리고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1795년경 빈에서 안톤 발터가 제작한 포르테피아노', '1806년, 영국의 브로드우드 사가 제작한 포르테피아노', '1897년, 프랑스의 에라르 사가 제작한 피아노포르테'와 같은 식으로 제작년도와 제작자, 지역을 모두 밝힌다. 이것은 사실 꽤 중요한데, '포르테피아노'라고 해서 다 같은 종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피아노들 간에도 차이가 있지만, 스타인웨이 피아노와 뵈젠도르퍼 피아노 간의 차이란 것은, 과거의 영국식 포르테피아노와 빈식 포르테피아노 간의 차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그리고 당시에는 악기가 급변했기 때문에, 같은 제작자가 만든 악기라고 해도, 10년만 지나면 아주 다른 음향을 들려 주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보존 상태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겠지만, 아마도 1831년에 플라이엘이 제작한 악기와 1836년에 같은 제작자가 제작한 악기가 그렇게 다른 음향을 들려 주는 걸 듣는다면 틀림 없이 놀랄 것이다. 또 하나 더. 대체로 무심코 쓰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포르테피아노'가 맞는가, 아니면 '포르테 피아노'가 맞는가? 마찬가지로 '피아노포르테'와 '피아노 포르테' 중에서 어떤 것이 맞을까? 띄어쓰기의 문제다. 답은, 좀 싱겁게도, 둘 다 맞다는 것이다. 서양에서도 'Fortepiano', 'Forte Piano', 'Pianoforte', 'Piano Forte' 등으로 다양하게 썼다 ************************************************************************** 출처 슈만과 클라라...전 상헌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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